한국, 長期불황 일본 따라가는 불길한 조짐
[한국, 長期불황 일본 따라가는 불길한 조짐… '닮은 듯 다른 韓·日 경제' 집중해부]
-일본 경제化, Japanization 우려
생산성 하락·고령화·투자 부진 등 비슷… 정치적 후진성·관료주의도 일본과 닮아
-한국, 일본과 다른점은?
한국은 일본에 비해 물가 안정… 환율·금리 등도 안정적으로 유지
日과 같은 '20년 불황'은 아니지만 활력 잃어가는 低성장 국면에 진입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오랫동안 2만달러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아시아에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는 듯하면서 '일본 경제화(Japanization)'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장기 침체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피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알아보자.
◇일본 경제는 왜 장기 불황에 빠졌나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일본 경제의 거품 형성과 붕괴, 그리고 장기 침체는 거시 경제정책과 금융 구조조정의 실패에 기인한다.
자산 가격의 버블과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실패한 통화정책이 지적되고 있다.
경기 진작의 파급 효과가 낮은 분야에 사용된 재정 지출과 금융 당국의 금융 구조조정 지연은 국가 채무의 급증만 초래하였고,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 규모를 키워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둘째, 구조적 내수 부진이 장기 침체의 주요 원인이다. 설비투자의 부진은 주로 기업의 채산성 악화, 엔고에 따른 산업 공동화, 더딘 구조조정에 따른 신규 투자 감소 등에 기인한다. 건설 투자 역시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1992년 약 84조엔으로 정점에 이른 후 2012년에는 약 45.3조엔으로 크게 하락하였다. 민간 소비는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으나 95년부터 증가율이 평균 1.0%에 그치고 있다.
셋째, 버블 붕괴 이후 주가 및 부동산 가격의 하락, 전반적인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은 투자, 소비 등을 억제하여 경기 회복을 지연시켰다. 디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1999년부터 2012년 사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플러스인 해가 두 연도(2006년의 0.3%, 2008년의 1.4%)에 불과하였다.
넷째, 생산성의 지속적 하락은 공급 측면에서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일본의 총요소생산성은 위기 이전(1983~1991)에 평균 2.4% 증가했지만, 위기 이후(1991~2000)에는 평균 0.2% 증가에 그쳤으며, 노동생산성 역시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2001~2007) 연평균 1.79% 증가했다가 위기 이후(2007~2009) 연평균 2.22% 하락하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국 중 24위로 추락했다.
다섯째, 고령화는 소비, 투자, 저축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노인 부양 비용 증가로 재정 적자 확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공급 측면에서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에 의한 성장 잠재력 하락과 자본의 한계생산성 하락에 따른 투자 축소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정치 구조의 불안정성, 관료 주도형 경제 구조로는 장기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 잦은 총리 교체, 파벌 정치 등으로 강력한 리더십 발휘가 어렵고, 관료 중심 경제 체제는 각종 규제를 양산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국 경제와 유사점, 차이점
한국 경제는 정말 '일본 경제화'하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사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먼저 유사성으로는 고령화, 투자·소비 부진, 정치적 후진성과 관료주의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에 비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출산율 역시 최근 1.2명대(가임 여성 1명당)로 떨어져 일본의 저출산 현상을 답습하고 있다.
한국의 설비 및 건설 투자는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소비 역시 가계 부채 급증으로 당분간 크게 증가할 여력이 없어 일본처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정치적 후진성과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은 일본 못지않다.
하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부분적인 자산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으나 일본처럼 전반적 물가 하락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또 한국은 안정적 거시 경제정책 운용으로 환율, 금리 등 거시 경제변수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DTI, LTV 규제로 자산 가격의 거품 가능성도 낮다. 더욱이 1997년 금융 위기 시 신속한 금융 구조조정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단기간에 회복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공급 측면의 충격은 일본처럼 크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노동생산성이 아직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국은 일본형 장기 복합 불황에 빠졌다기보다 '활력을 잃어가는 장기 저성장'의 진입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가계 빚·부실 기업 해결 못하면 결국 우리도 日과 같은 길로…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첫째,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외에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까지 포함하는 전반적 경제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경쟁력을 상실한 많은 기업이 저금리 금융대출로 연명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체질을 바꾸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없이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고용률 제고는 어렵다. 정부의 끈기 있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임금 불균형 등 노동시장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내수 활성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금융, 관광, 문화산업 콘텐츠, 의료, 보건 등 서비스부문의 고부가가치화가 중요하다.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IT기술과의 접목과 융합, 저생산성 서비스업의 퇴출 등으로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고령화는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노인 빈곤문제 초래, 노인복지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넷째, 1000조원이 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소비위축과 장기저성장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부채를 조장하는 금융정책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의 가계부채 해결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다.
다섯째, 정치적 후진성과 관료주의의 혁신 없이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어렵다. 정쟁을 일삼는 국회와 좋은 정책보다는 편한 정책에 익숙한 관료주의가 있는 한 구조개혁의 실천은 어려울뿐더러 경제체질도 바꾸기 어렵다.
제공: 남주하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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