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과경제

회사채신용등급과 평가2

호사도요 2014. 6. 24. 09:57

 

'등급 강등'에 떨고 있는 기업들(중)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돌변한 신평사, 등급 줄줄이 하향…혼란에 빠진 채권시장  '등급 강등'에 떨고 있는 기업들

금감원 특별검사 직후 잇달아 등급 내려 ...  포스코 20년만에 AAA에서 밀려나
"강등기준 뭐냐"…투자자들 좌불안석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20년 만에 강등된 것은 지난 11일이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의 AAA인 포스코의 등급을 AA+로 떨어뜨렸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한국신용평가는 2위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내렸다.

올 들어 신평사들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작년 말 금융감독원이 ‘등급 장사’에 대해 특별검사를 시작한 직후다.

신평사들은 부인하지만 ‘등급 장사’의 민낯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등급 강등에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례적인 ‘우수 고객’ 강등

신용평가사들은 2010년과 2011년만 해도 경쟁적으로 기업 신용등급을 올려줬다.

등급 퍼주기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10개 기업 중 9개가 투자적격의 보증서를 받을 만큼 시장이 왜곡됐다.

하지만 2012년 웅진홀딩스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제기된 불신은 2013년 STX와 동양그룹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신평사들은 등급 되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건설·해운업체 등 중견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의 타깃이 되고 있지만, 대그룹 계열사와 AA급 이상 기업들의 고평가 문제는 해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분석에 의하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등급하향 기업 수 대비 상향 기업 수)은 작년과 같은 0.61배를 기록했다. 2010년의 2.51배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AA급 이상 신용등급의 상·하향배율은 여전히 4배에 달한다. 2010년 25배와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올초까지만 해도 영업적으로 중요한 대형업체에 후한 태도는 거의 고쳐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상선의 투기등급 강등이나 포스코 신용등급 강등은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회사채 운용역은 “금융당국 검사 과정에서 기업과의 뒷거래 의혹이 적발되자 영업에 위협을 느낀 결과

라며 “경영적 관점에서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등이유 불명확” 불안한 시장

시장에선 신용평가사들의 갑작스런 태도 돌변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과거 평가방식이나 객관적인 지표만 가지고는 등급 조정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펀드에 편입할 채권을 고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며 “언제 어떤 회사 등급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생명보험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이제 와서 등급 강등의 이유로 재무상태 악화를 들고 있지만 재무안정성 지표만으로

따진다면 앞으로 등급이 떨어질 기업들이 너무 많다”며 “등급 하향 기준이 명확하게 투자자들에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량 대기업 신용등급의 줄강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AA급에 몰려 있는 정유·화학업체나 포스코와 비교 가능한 철강업체들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포스코가 AA+ 등급으로 떨어지면서 기존 AA+ 기업들을 평가할 때 고민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23일 현재 한국기업평가 평가대상 국내 427개 기업 가운데 AA급은 131개사로 30%에 달한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거듭 등급을 내렸거나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안정적 내수를 바탕으로 등급이 유지됐던 기업들도 실적과 경쟁력 제고가 없다면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 외국대주주에 이익 90%배당…인력 등 투자 '뒷전'…평가質 떨어져

 

평가 대상기업 늘어나도  애널리스트 수 '제자리'

 

“단기 이익 중시 경영으로 한국 신용평가사들의 중장기 경쟁력이 고갈되고 있다.”(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
글로벌 신용평가회사가 최대주주인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수년째 순이익의 최대 90%에 달하는 고배당을 실시하는 것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평사들의 ‘고배당 잔치’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중장기 투자를 가로막고 분석·능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물론 부적절한 업계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등급 장사’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7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이 중 68억원을 배당했다. 순이익 중에서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이 89%에 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90%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 중 10% 정도만 내부에 유보돼 장기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피치가 대주주로 있는 한국기업평가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2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79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65%다. 한국기업평가는 2010년 이후 적게는 65%, 많게는 99%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한국기업평가는 특히 결산기 변경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결산을 하면서도 이 기간 중 순이익의 62%를 배당해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공식적으로 “신용평가 업무는 제조업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진 않아 고배당을 유지하더라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물론이고 신용평가사 내부의 목소리는 다르다. 무엇보다 “인력 충원 등에 필요한 투자 재원 부족을 초래해 평가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의 평가 대상 기업 수 대비 평가 인력 증가를 보면 이런 상황은 잘 나타난다. 이 회사의 평가 기업은 2007년 275개에서 작년 말 391개로 116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평가 인력(실장급 포함)은 45명에서 50명으로 늘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애널리스트들이 1인당 7~8개 기업을 분석하지만 신용평가사는 업종별로 1인당 최대 20~25개를 분석한다”며 “정기평정 기간에는 업체당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어 분석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출신 증권사 직원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고배당 재원 마련을 위한 이익 증대에만 몰두해 신용평가사들이 부적절한 영업경쟁을 벌이고 결국엔 등급 장사까지 나서게 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당국 등이 나서 신용평가사들이 내부 유보를 확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결과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장사 정황이 포착된 만큼 신용평가사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회계법인처럼 신용평가사 매출의 일정액을 손해배상충당금으로 쌓도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윤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