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판례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2다265994 판결[손해배상]PF부작위

호사도요 2024. 1. 16. 09:33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2다265994 판결

[손해배상(기)][공2024상,33]

 

 

【판시사항】

[1]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 성립의 전제가 되는 작위의무가 법적인 의무인지 여부(적극) /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법적인 작위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는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거나 그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만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아니한 제3자에게 함부로 작위의무를 확대하여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프로젝트금융(project finance)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해외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의 시공사인 갑 주식회사가 위 사업 관련 대출의 대주 및 위 사업의 금융주관사이자 대주의 자산관리 수탁자인 을 주식회사와 체결한 약정에 따라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하게 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을 회사가 위 대출 차주의 연대보증인들이 가입해야 하는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 회사에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을 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작위의무가 있는 자의 부작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적인 의무이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이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법적인 작위의무가 인정될 수는 있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는 혈연적인 결합관계나 계약관계 등으로 인한 특별한 신뢰관계가 존재하여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요인을 지배·관리하고 있거나 타인의 행위를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어 개별적·구체적 사정하에서 위험요인이나 타인의 행위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과 같이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거나 그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에 있음이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만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아니한 제3자에 대하여 함부로 작위의무를 확대하여 부과할 것은 아니다.

[2] 프로젝트금융(project finance)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해외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의 시공사인 갑 주식회사가 위 사업 관련 대출의 대주 및 위 사업의 금융주관사이자 대주의 자산관리 수탁자인 을 주식회사와 체결한 약정에 따라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하게 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을 회사가 위 대출 차주의 연대보증인들이 가입해야 하는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① 갑 회사도 프로젝트금융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자신의 책임으로 시공 이익을 평가하고 자금보충의무 이행 위험을 검토·분석한 다음, 사업시행자 및 을 회사 등과 대등한 지위에서 시공사로 참여하여 시공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금보충의무 이행의 위험을 부담한 것인 점, ② 자금보충약정은 대주뿐만 아니라 갑 회사와 을 회사도 당사자가 되어 체결되었는데, 을 회사에 갑 회사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 한 당사자들의 권리·의무를 합의한 위 약정에서 정하지 않은 을 회사의 의무를 만연히 신의칙에 의하여 부과할 수는 없는 점, ③ 자금보충약정을 비롯하여 위 사업 관련 계약들 중 어디에서도 을 회사에 갑 회사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를 인정할 만한 내용이 없고, 금융주관사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특별한 지위나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존속시킬 신의칙상 의무를 인정할 수 없는 점, ④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 가입과 유지는 대출약정에서 차주와 연대보증인들의 의무로 정해져 있을 뿐이고, 갑 회사가 당사자로서 을 회사 등과 체결한 자금보충약정에도 을 회사의 의무로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이 유지되도록 해야 하는 내용은 없는 점, ⑤ 을 회사의 이행보증보험 유지 의무를 인정하면, 갑 회사의 자금보충의무 이행 위험을 제거해 주어야 하는 을 회사의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실질적으로 보증의 기능을 하는 갑 회사의 자금보충의무가 보증으로서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점, ⑥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이행보증보험이 갑 회사의 자금보충의무보다 선순위 담보라고 설명하였더라도, 이는 이행보증보험이 유효하게 부보하는 범위에서 선순위 담보라는 취지이고, 갑 회사로 하여금 자금보충의무 기간 내내 대출금 채권의 최종적 위험을 이행보증보험의 보험회사가 인수한다는 신뢰를 갖도록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을 회사에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을 회사에 대하여 신의칙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8709 판결(공2012상, 841)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79993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효성의 소송수계인 효성중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필종 외 3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엔에이치투자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능환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교보증권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봄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7. 15. 선고 2021나20123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엔에이치투자증권 주식회사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 교보증권 주식회사, 피고 다올투자증권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원심 판단

가. 사건의 경위

1) 피고 엔에이치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엔에이치증권’이라 한다)는 프로젝트금융(project finance)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루마니아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이 사건 사업의 금융주관사이다. 이 사건 사업의 개별 프로젝트마다 특수목적법인으로서 각각 대주와 차주가 설립되었다.

2) 위와 같이 설립된 대주, 차주 및 연대보증인들 사이에서 2013. 3.경부터 2013. 8.경까지 사이에 4년 만기의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이 체결되고, 각 대출금 채무에 연대보증인들이 연대보증하였다. 연대보증인들은 이 사건 사업 시행자 또는 발전소 운영법인 등이다. 이 사건 각 대출약정에 의하면 대주는 차주로부터 제공받은 담보를 변경 또는 포기할 수 있고, 그 변경이나 포기로 인해 다른 담보의 변경 또는 포기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차주 및 연대보증인은 대주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의 효력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반할 경우 연대보증인은 대주 또는 시공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3) 이 사건 각 대출약정 중 대주가 베스트레드 유한회사, 그랜드제오차 주식회사, 그랜드제육차 주식회사, 그랜드제칠차 주식회사인 각 대출약정(이하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이라 한다)에는 ‘차주 및 연대보증인은, 연대보증인이 연대보증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보증보험회사가 이를 대신 이행하기로 하는 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여 그 증권을 대주에게 제출하고, 이행보증보험을 유지한다.’는 내용과 대출실행 선행조건으로서 ‘연대보증인이 가입한 이행보증보험 증권 제출’을 정하고 있다. 나머지 대출약정에는 위와 같은 이행보증보험에 관하여 정하지 않고 있다.

4) 피고 엔에이치증권은 이 사건 각 대출약정 체결일과 같은 날 대주와 업무위탁계약 및 자산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피고 엔에이치증권은 대주의 수탁자로서 대출금 채권 및 그 담보권을 관리·운용·처분하고, 대주의 대출금 채권 등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이하 ‘ABCP’라 한다) 등 발행 업무를 수행하며, 기초자산의 관리·운용·처분에 의한 수익으로 ABCP의 원리금이 상환되도록 해야 한다.

5) 원고는 차주로부터 이 사건 사업에 의한 태양광 발전소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시공사로서 이 사건 각 대출약정 체결일과 같은 날 대주 및 피고 엔에이치증권과 사이에 ‘태양광발전소 종합효율보증 등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에 의하면 원고는 ① 공사도급계약에서 정한 기일까지 발전소를 준공해야 하고, ② 시공한 발전소의 효율이 일정 비율 이상 되는 것을 대출실행일로부터 4년 동안 보증하며, ③ 같은 보증기간 동안 대주의 계좌 잔액이 발행된 ABCP 원리금을 상환하기에 부족하고 연대보증인들의 부족금액 지급의무 불이행을 조건으로 원고가 대주에게 대여의 방법으로 부족금액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는 대주 또는 차주와 사이에 발생한 어떠한 사유로도 자금보충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원고가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할 경우 대주는 자금보충액 상당의 차주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해야 하고, 이로써 자금보충으로 인한 대주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는 소멸한다. 대출만기일이 도래하면 피고 엔에이치증권은 자금재조달 의무가 있고, 원고는 대출만기일 이후부터 위 ②, ③ 의무를 면한다(이하 위 ‘태양광발전소 종합효율보증 등 약정’을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이라 한다).

6) 피고 엔에이치증권은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연대보증인들로부터 그 부보금액이 대출금액의 일부이고 보험기간도 6개월 또는 1년인 이행보증보험 증권을 제출받았고, 2014. 8.경까지 그 보험기간이 모두 종료하였으나, 이행보증보험이 갱신되거나 보험기간이 연장되지 않았다.

7)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금융주관사로서 지위와 업무는 2015. 3.경 피고 교보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교보증권’이라 한다)로, 2016. 5.경 피고 다올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다올증권’이라 한다)로 순차 이전되었다. 금융주관사가 피고 교보증권으로 이전된 이후 2015. 4.경부터 2015. 10.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차주는 대주로부터 이자지급기일 유예 또는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대주와 사이에 대출약정 일부를 변경·추가하는 합의를 하였는데, 원고, 대주 및 피고 교보증권은 위 합의일과 같은 날 피고 교보증권이 자금재조달 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을 변경하는 합의를 하였다. 금융주관사가 피고 다올증권으로 이전된 후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의 만기가 연장되었으며, 원고, 대주 및 피고 다올증권은 자금보충약정을 다시 체결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원고의 자금보충의무 내용은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과 동일하나, 금융주관사인 피고 다올증권의 자금재조달 의무는 정하지 아니하였다.

8)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대주의 계좌 잔액이 ABCP 원리금을 상환하기에 부족하여 원고는 자금보충약정에 따라 2017. 11.경부터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대주에게 합계 약 1,835억 원 상당의 자금을 제공하였다.

9) 한편 피고 엔에이치증권은 원고에게 2013. 4. 17. 자 ‘원리금 상환청구 순서 확인’ 공문 및 2013. 5. 6. 자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 기한 원고에 대한 청구는 연대보증인들이 가입하는 이행보증보험 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보다 후순위이다.’라고 설명하였다. 피고 다올증권은 원고의 요청에 따라 2017. 6.경 연대보증인들에게 이행보증보험 가입을 요청하였으나, 연대보증인들이 제공하겠다고 한 이행보증보험은 실효성이 없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을 받고서 이행보증보험을 제공받지 않았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① 피고 엔에이치증권은 연대보증인들에게 이행보증보험 증권 제출을 요구하여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이행보증보험이 유지되지 않으면 원고가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해야 하거나 보충한 금액 상당을 보전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았으며, 원고에게 이행보증보험이 원고의 자금보충의무보다 선순위 담보라고 설명함으로써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각 대출금 채권의 최종 위험은 이행보증보험 보험회사가 인수한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는바, 따라서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의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신의칙상 의무 위반으로 원고가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하게 되었다고 보아, 피고 엔에이치증권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② 반면 피고 교보증권, 다올증권에 대하여는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정하였다.

2.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신의칙상 이행보증보험 유지 의무 인정 여부(피고 엔에이치증권 상고이유)

가.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작위의무가 있는 자의 부작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적인 의무이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이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법적인 작위의무가 인정될 수는 있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는 혈연적인 결합관계나 계약관계 등으로 인한 특별한 신뢰관계가 존재하여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요인을 지배·관리하고 있거나 타인의 행위를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어 개별적·구체적 사정하에서 위험요인이나 타인의 행위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과 같이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거나 그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에 있음이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만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아니한 제3자에 대하여 함부로 작위의무를 확대하여 부과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8709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7999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프로젝트금융은 당해 사업으로 생기는 장래의 수익이 주된 상환 재원이 되는 금융조달방식으로서 상환 불능 등의 위험을 프로젝트금융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분담하게 된다. 따라서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은 이익을 감안하면서 위험을 검토·분석하여 각자가 당사자로 참여하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협상과 그 결과를 반영하는 약정을 통해 자신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원고도 자신의 책임으로 시공 이익을 평가하고 자금보충의무 이행 위험을 검토·분석한 다음, 사업시행자 및 피고 엔에이치증권 등과 대등한 지위에서 시공사로 참여하여 시공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금보충의무 이행의 위험을 부담한 것이다.

2)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은 대주뿐만 아니라 원고 및 피고 엔에이치증권도 당사자가 되어 체결되었는데, 피고 엔에이치증권에 원고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 한 당사자들의 권리·의무를 합의한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서 정하지 않은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의무를 만연히 신의칙에 의하여 부과할 수는 없다.

위 자금보충약정을 비롯하여 이 사건 사업 관련 계약들 중 어디에서도 피고 엔에이치증권에 원고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를 인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 또한 이 사건 사업에서 금융주관사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엔에이치증권에 위와 같은 특별한 지위나 이행보증보험을 유지·존속시킬 신의칙상 의무를 인정할 수 없는데, 이는 피고 교보증권, 다올증권에 대한 청구에 관한 원심판단이기도 하다.

3)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 가입과 유지는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에서 차주와 연대보증인들의 의무로서 정해졌을 뿐이고, 대주는 차주로부터 제공받은 담보 중 이행보증보험이 유지되지 않도록 했다고 해서 다른 담보까지 포기해야 하는 의무가 없으므로, 원고는 자금보충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4) 원고가 당사자로서 피고 엔에이치증권 등과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에는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의무로서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이 유지되도록 해야 하는 내용이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연대보증인들이 부족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만을 조건으로 원고의 자금보충의무를 정하였다.

이 사건 자금보충약정은 실질적으로 차주를 주채무자로 하는 보증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인데, 원심판단처럼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이행보증보험 유지 의무를 인정한다면, 원고의 자금보충의무 이행 위험을 제거해 주어야 하는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고 원고의 자금보충의무는 보증으로서 의미를 상실하게 되어 명시적인 자금보충약정에 반하게 된다.

5) 피고 엔에이치증권이 원고에게 이행보증보험이 원고의 자금보충의무보다 선순위 담보라고 설명하였더라도, 이는 연대보증인들이 가입한 이행보증보험이 유효하게 부보하는 범위에서 선순위 담보라는 취지이고, 원고로 하여금 원고의 자금보충의무 기간 내내 대출금 채권의 최종적 위험을 이행보증보험의 보험회사가 인수한다는 신뢰를 갖도록 하였다고 볼 수 없다.

6) 게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과 관련하여 연대보증인들의 이행보증보험이 있기 때문에 자금보충의무 기간인 4년 동안 자금보충의무 이행으로 인한 손실이 없을 것으로 신뢰하고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가) 원고는 이행보증보험의 각 부보금액이 각 대출금 일부에 불과하고, 보험기간도 6개월 또는 1년이었음에도 그대로 이행보증인들로부터 제공받는 데 이의가 없었다.

나) 원고는 2014. 10.경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중 대주가 그랜드제오차 주식회사인 대출금 채무와 관련하여, 피고 엔에이치증권에 이행보증보험은 언급하지 않고 자금보충이행 청구의 유예를 요청하면서 자금보충의무 이행을 확인해 주었다. 원고가 2017. 2.경 내부적으로 이 사건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검토하면서 작성된 문서에도 이행보증보험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고, 금융주관사가 자금재조달을 해주지 않는다면 원고가 자금보충의무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레드5, 6, 7 대출약정 이후 약 4년이 경과하고 금융주관사가 2차례 변경된 이후에서야 피고 다올증권에 연대보증인들로부터 이행보증보험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엔에이치증권에 신의칙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신의칙에 의한 작위의무 인정과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위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고 상고이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금융주관사의 신의칙상 의무를 인정할 수 없어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상고이유 및 동일한 지위의 금융주관사인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상고이유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피고 엔에이치증권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엔에이치증권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 교보증권, 다올증권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민유숙(주심) 이동원 권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