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명소 4선
단풍 명소 4선
남하한 설악의 붉은 물결
깊어진 가을 끝자락 붙드는
남쪽의 만산홍엽 명소 5선
1)경남 합천 해인사 소리길.
계절을 나타내는 색은 각각 다르다.
봄은 노랑, 여름은 파랑, 곧 돌아올 겨울은 하양이 맞지 싶다.
가을은 무엇일까.
황금 들판이 펼쳐지지만 아무래도 빨강에 한 표가 간다.
단풍(丹楓)을 두고 다른 팔레트를 펼치기란 어려운 일이다.
붉을 단(丹) 자를 쓰지만 단풍은 사실 수십가지 색이랄 수 있다.
농염한 와인 색, 인주처럼 새빨간 색, 잘 익은 귤 색, 추수 전 벼 이삭의 점잖은 노랑 등 나무마다 다르고 햇살마다
다르게 빛을 발한다.
가을 햇살은 얇은 이파리를 만나 유리 가루처럼 반짝이며 부서져 내린다.
여기다 만추에 이르노라면 고상한 낙엽과 샛노란 은행잎까지 가세해 파스텔화의 완성을 이룬다.
10월의 하순, 벌써 찬 바람이 불어든다.
남하하던 설악발 붉은 물결이 그 바람을 타고 속도를 붙인다.
여차하면 높바람에 이 아름다운 계절을 실어 보내야 한다.
마지막 단풍이 잠시 머물고 있는 지금, 잠시나마 만산홍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를 꼽아봤다.
2) 순창 강천산
단풍은 북쪽에서 내려오지만 남쪽의 것이 모자라지는 않다.
늙은 햇볕이 아직 붉은 기운을 붙들고 있는 전북 순창 강천산에선 온통 빨갛고 노란 색 천지를 만날 수 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강천산 꼭대기에 단풍 모자가 걸린다.
고추장과 단풍, 붉은 고장 순창은 섬진강까지. 산수가 좋기로 소문났다.
등반로도 있지만 구장군 폭포까지 다녀오는 트레킹 코스가 단풍놀이엔 딱이다.
수종이 다양해 색이 좋다. 작고 고운 애기단풍도 있다.
강천산 단풍 트레킹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닌 소설과도 같다.
초입부터 단풍터널이 이어지는 등 파격적 도입부가 있다.
신스틸러 병풍폭포가 초반부터 등장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이다.
병풍폭포는 원래 마른 폭포다.
평소에는 벼랑이다가 비가 오면 폭포가 된다.
지금은 물을 끌어올려 언제라도 웅장한 폭포수를 볼 수 있다.
계곡을 옆에 끼고 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길이 나타난다.
아름드리나무의 여전한 초록 그늘에서 단풍 네온에 시린 눈을 쉬어갈 수 있다.
길이 끝나갈 즈음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면 등산로 일부인 흔들다리가 나온다.
이곳에선 단풍 물든 길의 정수리를 내려다볼 수 있다.
클라이맥스는 구장군 폭포다.
무려 120m에 이르는 절벽에서 세 줄기 굵은 폭포수가 쏟아진다.
단풍 구경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반나절이다.
3) 충북 괴산 화양구곡.병풍 그림 같은 괴산 화양구곡
강원을 지나친 가을은 충북 괴산 땅 이화령 길을 타고 넘어든다.
괴산의 단풍은 붉고도 노랗다.
문광지(양곡저수지)는 호숫가에 늘어선 은행나무로 유명하다.
아름드리 은행나무 300여그루가 둘러져 있다.
10월 말이면 샛노란 색 물결이 물에 비쳐 환상적인 호반의 정취를 낸다.
하늘을 가린 은행 터널이 저수지를 기역(ㄱ)자로 꺾으며 얼싸안는다.
물 한가운데로 부교를 띄우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서로 찍고 찍히며 각자의 가을을 추억으로 새긴다.
새벽이라면 더욱 좋다.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황금색 가을이 안개에 번지며 몽환적 풍경을 펼친다.
속리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이름처럼 병풍 속 그림 같은 계곡이다.
경천벽,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 등 저마다 의미 있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른 열댓명이 올라선대도 넉넉한 너럭바위 위로 명경 같은 물이 흐르고 그 위에 빨간 단풍 이파리가 떠내려온다.
파천까지 걷는 동안 ‘색의 파노라마’가 주변에 펼쳐진다.
4)합천 해인사, 물도 붉다 해서 홍류동
경남 합천(陜川)은 이름 뜻 그대로 물줄기의 고장이다.
황강이 굽이치고 합천호가 바다처럼 펼쳐졌다.
합천에서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이다.
미국 ‘시엔엔 고’(CNN GO)가 선정한 ‘아름다운 한국 50선’ 등에 선정됐다.
종교적으로는 국내 삼보사찰에 5대 총림(불교대학교)으로 꼽히는 유서 깊은 가람이다.
수많은 부속 암자(16곳)와 말사(167곳)를 품은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그 입지도 좋다.
화엄경 구절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이름을 따온 해인사에는 보물도 많지만 요즘 최고의 보물은 바로 홍류동으로
흐르는 단풍 물줄기다.
요맘때 흐르는 물도 붉다 해서 홍류동(紅流洞)이다.
단풍과 호흡할 수 있는 길이 바로 해인사 소리길이다.
온통 홍엽과 황엽으로 진한 색을 발하고 있다.
노염(老炎)의 칼칼한 햇볕을 받은 단풍잎은 화사한 버건디 빛을, 때론 무르익은 홍시의 새침한 색을 낸다.
데크를 따라 걸으면 홍류동 계곡 위를 누비며 지나게 된다.
너럭바위 위로 흐르는 수정 같은 물이 맑은 풍경소리를 내며 쫓아온다.
야천리에서 해인사까지 6㎞ 코스인데 내려가면 힘들지 않다.
중간에 농산정, 낙화담, 분옥폭포 등 곳곳에 19명소가 있어 눈 호강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