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부족과 신체 기능
운동 부족과 신체 기능
운동 부족 젊은층도 퇴행성 변화…
뼈·근육 약해지면 운동 기능 '뚝'
관절 가동 범위 줄면 보폭 작아져
빨리 걷기와 스쿼트·런지 등 병행…
허벅지 앞쪽·엉덩이 근육 단련을
젊은 나이라도 평소 운동 부족 상태라면 스포츠 활동이 어렵고 나중에 걷기 장애까지 생기는 '운동기능저하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남기세 부회장은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은 고령 사회 대비를 위해 나온 개념이지만, 스마트폰 등 때문에 운동 부족이 심각한 젊은층도 운동기능저하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란 뼈·척추·관절·신경·근육 같은 운동과 관련된 기관이 약해져 통증이 생기고, 관절의 이동 범위가 줄어들며, 뼈의 정렬이 불량해지고 나중에는 걷기에 어려움이 생기는 질환이다. 2007년 일본정형외과학회에서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로코모티브 신드롬(Locomotive Syndrome)'이라고도 불린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활동량이 줄면 근육부터 빠지기 시작하고 뼈, 관절, 척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운동 능력이 떨어져 스포츠 활동에 어려움을 겪다가 걷기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신체활동 부족은 심각하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에서 걷기 실천율(최근 일주일 동안 걷기를 하루 총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은 2005년 60.7%에서 2018년 40.2%로 크게 줄었다.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2014년 58.3%에서 2018년 47.6%로, 유산소 및 근력운동 실천율도 같은 기간 16%에서 15.4%로 감소했다.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을 진단하는 테스트가 있다. 첫번째는 한 발로 40㎝ 높이의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 때 양손은 이용하지 말고 가슴 앞에 모아둔다<사진>. 일본에서 고안된 이 테스트는 한 발로 일어나지 못하면 운동기능저하증후군 초기인 1단계라고 본다. 양 다리로 20㎝ 높이의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 심각한 2단계로 본다.
두번째 테스트는 최대 보폭으로 두걸음 걷는다. 보폭의 총 길이가 자신의 키의 1.3배 미만이면 운동기능저하증후군 1단계, 1.1배 미만이면 2단계다. 40세 이상인 일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계를 막론하고 운동기능저하증후군 유병률은 남성 10.8%, 여성 12.9%로 높았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은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과 엉덩이 근육"이라며 "한 발로 일어서려면 이 두 근육이 충분히 발달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세 부회장은 "40㎝ 높이의 낮은 의자에 앉으면 무릎이 90도 이하로 굽혀지는데, 이 높이에서 한 발로 일어나야 하체 기능이 정상"이라며 "이 자세가 안 되면 운동기능 저하가 시작됐으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폭도 종아리 근육이 발달해야 앞으로 확 밀어주는 힘을 받아 원활해진다. 보폭이 작으면 근육 약화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남 부회장은 설명했다. 관절의 가동 범위가 줄어도 보폭이 작아진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20~30대라도 운동 기관의 퇴행성 변화는 시작된다"며 "테스트를 통해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을 확인했으면 바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기능저하증후군 개선을 위한 '로코모션 훈련법(locomotion training)'이 있다. 총 4가지 운동법으로 구성돼 있는데, 첫째는 '눈 뜨고 한쪽 다리로 서있기'이다. 다리를 번갈아 가며 1분씩 매일 3회 시행한다. 둘째는 '스쿼트'이다.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최대한 앉는다. 이 때 무릎 굴곡 각도가 최대 90도를 넘지 않아야 하며 무릎이 발가락보다 앞으로 나오면 안 된다. 5~15개의 스쿼트를 매일 3회 시행한다. 셋째 '똑바로 서서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 내리기'다. 10~20회 매일 3회 시행한다. 넷째는 '런지'다. 똑바로 서서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딛은 다음에 허벅지가 바닥에 평행이 될 때까지 낮춘다. 10~20회 매일 3회 하면 된다. 남기세 부회장은 "현재 관절·척추 질환이 있으면 의사의 평가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훈련과 함께 빠른 걷기 운동도 도움이 된다. 다만 관절 통증이 생기면 안 되므로 너무 무리하지 않고 땀이 살짝 날 정도의 강도로 매일 운동할 것을 권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중심 잡기가 잘 안 되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한 발로 서기 등 간단한 동작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자.
◇한 발로 서서 20초 못 버티면, 뇌졸중·뇌경색 의심
일본 교토대학 연구에 따르면, 한 발로 20초 이상 서 있지 못하는 사람은 뇌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연구진은 약 1300명을 대상으로 한쪽 다리를 들고 눈을 뜬 상태로 60초간 버티게 하면서,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검사했다. 연구 결과, 뇌 병변이 2곳 이상 발견된 사람 중 34.5%, 한 곳에서 나타난 사람 중 16%가 20초를 넘기지 못했다. 뇌 병변에 해당하는 질병으로는 무증상 뇌졸중, 열공성 뇌경색 등이 확인됐다. 무증상 뇌졸중은 특별한 증상 없이 발병하는데 얼굴이 마비되거나, 눈이 침침해져 중심 잡기·걷기가 어려워지는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열공성 뇌경색은 뇌 심부의 고혈압 때문에 미세 동맥이 막히는 질환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팔다리가 손상돼 신경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 연구진은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뇌가 손상되거나, 인지 기능이 낮아질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10초간 손가락 두드리기 30회 미만이면, 뇌·근육 기능 저하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가 신체기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은 65세 이상 노인 433명에게 검지로 측정판을 1분간 두드리게 했다. 연구 결과, 손가락을 느리게 움직인 그룹의 5년 후 낙상·조기 사망 위험은 손가락을 빨리 움직인 그룹보다 2.2배 높았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손가락 움직임에는 뇌·근육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손가락이 느리게 움직이면 명령을 내리는 대뇌, 신체를 움직이는 근육, 인지 기능이 떨어졌을 수 있다. 손가락을 10초 동안 두드린 횟수가 30회 미만이라면, 신체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매일 30분씩 주 5회 이상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