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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손상 있으면 꿈 못 꾼다

호사도요 2013. 11. 1. 14:53

"뇌 손상 있으면 꿈 못 꾼다"

 

'꿈 호르몬' 아세틸콜린… 건강 이상 땐 조절 잘 안돼

 

꿈은 점성학에서 미래를 예언하는 수단으로, 심리학에서 마음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로 다뤄져 왔다.

최근에는 "꿈은 호르몬과 뇌 활동의 결과물이며, 현재의 건강 상태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꿈 과학자 앨런 홉슨의 '활성화-종합 이론'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뇌졸중, 뇌전증 등으로 인해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 중 일부는 꿈을 꾸지 않는다"며 "꿈이 신체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꿈의 내용·성격별 건강 상태 표

잠이 들면, 우선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뇌와 몸이 깨어 있을 때와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뀐다.

얕은 잠(1단계)에서 깊은 잠(4단계)으로 바뀌는 동안 아세틸콜린·노르에피네프린·히포크레틴·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의

분비체계는 깨어 있을 때와 다르게 바뀐다.

뇌의 활동량도 깨어 있을 때의 75% 정도로 줄어든다. 잠들고 80분 정도 지나면 뇌와 몸은 또 다른 상태로 바뀐다.

갑자기 깨어 있을 때처럼 뇌가 활발히 움직이고, 근육 마비 호르몬을 분비한다.

'렘수면(꿈 꾸는 잠, 꿈의 80%가 이 때 나타남)' 상태가 되는 것이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격하게 줄고, 중추신경계에서 아세틸콜린이 왕성하게 분비

돼 뇌의 여러 부위를 자극한다.


	꿈이 만들어지는 과정 일러스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전대상회·내측전두엽이 자극받으면 측두엽으로 신호를 보내서 뇌에 저장된 기억이 살아나고, 눈을 감아도 기억 속의

장면이 보인다. 편도체·해마를 활성화시켜 꿈에서도 분노·기쁨 등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교뇌·후두엽이 자극을 받으면 시·공간을 초월하게 되고, 꿈 속에서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날개를 달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식이다.

아세틸콜린은 또 감각을 느끼게 하는 뇌의 회로를 끊어, 꿈 속에서 고통·목마름·배고픔 등의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김희진 교수는 "아세틸콜린·히포크레틴 같은 호르몬이 렘수면 상태에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뇌에 저장된 기억이 살아나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 끔찍한 장면이 나열될 수 있다"며 "몸이 건강하지 않아 호르몬이 잘못 분비되거나, 뇌 영역이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활성화되지 않으면 악몽을 꾸거나 꿈을 평소보다 많이 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性과 관련된 꿈, 창의력 풍부하다는 증거

 

꿈을 생리학적으로 '호르몬·뇌 활동의 결과물'로 본다면, 꿈의 내용과 꿈을 꾸는 방식은 현재 신체 상태를 반영한 결과

일 수 있다. 성빈센트 병원 정신 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 이대 목동병원 신경과 이향운 교수의 도움으로 꿈과 신체 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꿈의 내용으로 보는 건강 상태

악몽을 꾸거나 잠을 자다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1주일에 3회 이상 한다면 부정맥이 있거나 치매가 시작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공격받거나 쫓기는 꿈

파킨슨병·치매가 진행되는 중일 수 있다. 꿈에서 겪은 일, 꿈에서 자기가 한 행동이 몽유병처럼 실제 나타나기도 한다.

꿈을 꿀 때는 뇌간에서 신체 근육이 못 움직이도록 억제하는 뇌세포군이 활동한다.

파킨슨병·치매처럼 뇌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 생기면, 이 뇌세포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꿈 조절이 잘 안 돼 악몽을 꾸며,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꿈에서 겪는 일을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 중 52.4%가 12년 뒤에 치매·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캐나다 맥길대 연구 결과가 있다.

치매·파킨슨 병에 걸리기 쉬운 50대 이상은 꿈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분 나쁜 악몽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베타 차단제)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런 약은 혈관을 넓혀서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돕는데, 혈관을 넓히는 성분이 꿈과 관련된 아세틸콜린·세로토닌 같은

호르몬 분비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악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자리에 드는 게 두려울 정도라면 의사와 상담 후 약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좋다.
부정맥도 악몽을 유발한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뇌가 자는 도중 자꾸 깨면서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 부정맥이 있으면 악몽을 꿀 확률이 3배, 이로 인한 가슴 통증이 있으면 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네덜란드 의학 저널에 실렸다. 두통 때문일 수도 있다.

잠을 잘 때 두통이 생기면 분노·공격·싸움과 관련된 꿈을 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위 눌리는 꿈

누군가 몸을 압박하는 느낌, 방 안에 누군가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 뇌에서 행동과 수면의 조화를 이루는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잠을 잘 때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호르몬이 나와서, 꿈 속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잠에서 거의 다 깨서 의식이 대부분 돌아온 상태인데, 근육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계속 나와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누군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경우 기면병, 렘수면행동장애 같은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받는 것이 좋다.

▷성적인 내용의 꿈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성적인 내용의 꿈을 꾼다.

특히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꾸는 경우는 창의력과 관련이 있다.

은퇴 후에 새로운 취미 덕분에 뇌의 활동이 왕성해지면, 창의력이 풍부해져 성과 관련된 꿈을 자주 꿀 수 있다.

◇꿈 꾸는 방식으로 보는 건강 상태
꿈의 내용과 상관 없이 평소보다 꿈을 많이 꿨거나 꿈이 생생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이렇게 꿈 꾸는 방식도 신체 상태와 관련이 있다.

▷꿈을 많이 꿨을 때

수면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며칠간 잠이 부족했다가 휴식을 취하면, 그간 못 꿨던 꿈을 한꺼번에 몰아서 꾸는 것이다. 항우울제에는 렘수면(꿈 꾸는 잠)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서, 항우울제를 먹다가 끊어도 항우울제를 먹던 동안 못 꾼

꿈을 몰아서 꾸게 된다.
꿈의 양은 평상시와 비슷하지만, 자다가 자주 깨면 '꿈을 많이 꿨다'고 느낄 수 있다.

18도가 적당한 침실의 온도가 너무 춥거나 더우면 잠 자는 도중에 자꾸 깨기 쉽다.

저녁 식사 때 지방질을 너무 많이 섭취해도, 자는 동안 위산이 역류해 잠에서 자꾸 깨게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비만인 사람도 자는 도중에 깨기 쉽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가 임박해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졌을 수 있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은 총 수면 시간을 늘리고,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꿈이 생생하게 기억날 때

술을 마신 뒤 자다가 꿈을 꾸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알코올은 수면을 유도해서 잠든 뒤 1시간 정도 까지는 꿈을 꾸지 않은 채 푹 자게 만들지만, 이후에는 꿈을 많이 꾸게

만들고 악몽을 조장하기도 한다.

알코올 탓에 깨기 직전에 악몽을 꾸다보면 꿈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날 수 있다.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몸이 면역력을 위해 수면 중 대부분을 비렘수면으로 취한다.

비렘수면 때는 뇌 활동이 적고, 꿈을 거의 꾸지 않으며, 몸이 면역력을 키운다.

그러다가 깨기 직전에 못 꾼 꿈을 몰아서 꾸고 일어나 꿈이 생생하게 기억날 수 있는 것이다.

 

렘수면<꿈 꾸는 잠> 부족하면 우울증·공황장애 위험

 

꿈은 하룻밤에 4~5회 정도 꿔야 정상이다.

렘수면(꿈 꾸는 잠)이 제대로 이뤄져야 정보기억·성기능 유지·스트레스 완화 등 건강 유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렘수면이 없으면 우울증·공황장애에 걸리기 쉽고 성기능도 떨어진다"며 "총 수면 시간 중 렘 수면이 15~25% 정도는 차지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 오래 기억하도록 해마에 저장

뇌는 렘수면 중에 각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낮에 습득한 정보를 뇌 속 깊숙한 저장 장치에 옮겨놓는다.

한진규 원장은 "낮에 얻은 정보는 뇌 피질(겉면)에 저장되는데, 이 정보는 하루도 채 기억되지 못한다"며 "렘수면을

취해야 뇌 피질에 저장된 정보가 측두엽 안의 해마로 옮겨진다"고 말했다.

해마로 보내진 정보는 1주일~보름 정도 기억되고, 이 기억은 매일 밤 렘수면 때마다 되새김 돼 한 달~1년 이상 기억된다. 한진규 원장은 "이런 과정은 깨어 있을 때나 비렘수면(뇌 활동이 적은 상태, 꿈을 거의 꾸지 않음)을 취할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문호 책임연구원은 저서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에서 "뇌과학자들은 렘수면이 없다면, 뇌가 짐수레에 싣고 다녀야 할 만큼 커져야 한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매일 정보를 다시 습득해야 하고, 이 정보를 저장할 공간인 뇌의 피질이 그만큼 넓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도 "렘수면이 없으면 기억 회상·논리적인 생각을 제대로 못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학습 정보 외에, 운동 능력 같은 정보를 뇌·몸에 각인시키기도 한다. 김희진 교수는 "어렸을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나면, 이후 10년 넘게 자전거를 타지 않았더라도 자전거에 다시 앉았을 때 몸이 저절로 자전거 타는 방법을 기억하는 것도 렘수면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렸을 때 운동을 배워두라고 하는 것도, 4~5세 이전에는 렘수면이 총 수면시간 중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낮 동안의 스트레스에도 관여

렘수면은 스트레스에도 관여한다. 한진규 원장은 "뇌는 렘수면 상태일 때만 다음 날 우울·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이

잘 분비되도록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렘수면이 적절하게 이뤄져 아침에 세로토닌이 충분히 분비되면 우울함이 줄어들고, 렘수면 부족으로 세로토닌이 부족하고 코르티솔이 많이 나오면 하루 종일 우울할 수 있다. 한진규 원장은 "렘수면이 부족하면 각종 정신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성기능 유지에도 관여

렘수면 때는 중추신경계에서 아세틸콜린이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아세틸콜린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혈액과 영양분이 성기로 잘 공급되도록 만든다. 한진규 원장은 "렘수면 때는 반드시 발기가 되고, 질액이 분비된다"며 "하루 4~5회씩 성기가 운동을 하면서 언제든지 성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몸이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발기가 돼 있는 것도 렘수면 때문이다.

수면 주기에 의하면 일어나기 직전에는 대부분 렘수면을 취하게 된다.

 

마음 깊은 곳에 숨긴 두려움… 반복되는 꿈으로 표출되기도

 

과거부터 많은 학자들은 '꿈'이라는 신기한 현상을 정의하고 해석하기 위해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꿈이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뇌 활동의 산물이며 신체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지만, 심리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연구에서는 '꿈이 사람의 의식·무의식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보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900년 '꿈의 해석'을 출판한 것이 그 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꿈은 크게 세 가지에 의해 만들어진다"며 "그 날 있었던 일, 잠을 자고 있을 때의 몸 상태, 마음 속에 알게 모르게 내재된 갈등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적 관점에 의하면 사람은 매일 다른 것을 경험하고 잠을 잘 때마다 몸 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매일 다른 내용의 꿈을 꾸고 다른 감정을 느낀다. 예를 들어, 저녁에 액션 영화를 보고 잤는데 방 온도가 조금 춥다면 북극에서 누군가와 격투를 벌이는 꿈을 꿀 수 있다. 이병철 교수는 "그 날 경험한 것에 대한 감정과 잠 잘 때의 몸 상태가 꿈에 반영될 수 있다"며 "꿈의 내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꿈이 반복된다면, 과거에 경험했던 죄책감·공포·분노 등이 무의식 속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일 수 있다. 꿈을 만드는 세 번째 요소인 '마음 속에 내재된 갈등'에 해당된다. 수년간 남 앞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대소변을 보는 꿈을 반복해서 꾸는 김모(28)씨의 경우, 초등학생 때 친구를 밀어 다리를 다치게 했다.

김씨는 두려운 마음에 이 일을 숨겼다.

그때의 두려운 마음과 죄책감이 현재의 꿈에 반영된 것이다.

이병철 교수는 "반복되는 꿈 때문에 깨어 있을 때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면, 무의식 속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꾸면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병철 교수는 "현실이 너무 괴롭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그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꽃밭을 거닐거나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 의 꿈을 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김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