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94다34708 판결
[보증금등,건물명도등][공1995.1.15.(984),453]
【판시사항】
가.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임대 목적물의 파손·장해의 정도
나. 임대인의 수선의무면제특약시 면제되는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수선의무범위의 해석
【판결요지】
가.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나.‘가'항의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 할 것이고,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전 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순석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성규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94.6.16. 선고 93나3258(본소),93나3265(반소)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2, 3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증거취사를 하여, 이 사건 여관건물은 1991. 1. 15.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로부터 임차할 당시부터 배관 및 보일러시설이 상당히 노후되어 있었으나, 원고는 위와 같은 사정을 모른 채 임차하여 도배 정도를 하고 여관을 경영하여 왔는데, 같은 해 8.경부터 배관이 터져 온 여관이 물바다가 되고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온수공급과 난방이 되지 아니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여(그 무렵 아래층 목욕탕을 임차한 소외 1도 수리만 하다가 제대로 영업을 하여 보지 못한 채 그만 둔 일이 있었다) 같은 해 10.경부터는 반 이상의 여관방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 후 원고는 수리에 거액이 소요되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피고에 대하여 더욱 강하게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수리를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하여 급기야 같은 해 11.경부터는 여관 전체를 운영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요지의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이와 달리 당초에는 배관과 보일러시설이 여관 경영을 할 수 없을 만큼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었으나 원고가 보일러에 질이 낮은 기름을 넣고 배관을 제때에 수리하지 아니하는 등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하자가 생긴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 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증거판단을 잘못하는 등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한 위법 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제1점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민법 제623조),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고, 이러한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 할 것이고,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위 임대차계약 당시 “여관 수리는 임차인인 원고가 부담하고, 보일러 고장을 수리하는 것은 목욕탕을 가동할 때는 원고가 그 수리비의 반을 부담하고 가동하지 않을 때는 그 전액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맺었지만 위 특약에 의하여 임차인이 부담할 수선의무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한편 위 문제의 배관 및 보일러시설은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 또는 기본적 설비부분을 이루는 것으로서 그 파손의 정도는 전면적인 교체를 요하는 정도였고, 그 비용 또한 거액이 소요되는 점 등으로 보아 이는 대규모의 수선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함을 알 수 있는 바, 따라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인 피고가 위와 같은 배관 및 보일러시설의 파손에 대한 수선의무를 면하고 임차인인 원고가 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의 인정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처분문서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잘못하고 증거의 가치판단을 잘못하여 채증법칙에 위배한 위법이나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소론이 지적하는 판례들은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 사건 여관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한 점, 보일러 기사의 보수 및 보일러 수리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점, 여관업계에는 임차인이 시설비나 수리비를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임차하는 거래관행이 있는 점 및 원고도 보일러에 대하여는 그 일체의 수선의무를 부담하기로 하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적이 있는 점 등으로 보면, 위 특약은 배관 및 보일러의 수리를 포함하여 일체의 파손·고장에 대한 수선의무를 임차인이 책임지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도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원심이 적절하게 판단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여관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된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논지 주장과 같은 여관업계의 거래관행이 있다거나 원고가 보일러에 대하여는 그 일체의 수선의무를 부담하기로 하였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인한 적이 있다고 보여지지는 아니하고, 다만 원고가 보일러 기사의 보수 및 보일러 수리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기로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러한 사실만으로 위와 같은 대규모의 수선까지 원고가 부담하기로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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