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1다271725 판결
[담장철거등]
【판시사항】
[1] 법해석의 방법과 한계
[2]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3] 토지의 경계에 경계표나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않을 때 한쪽 토지 소유자의 경계표나 담 설치 협력 요구에 인접 토지 소유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민사소송으로 협력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법원이 명할 협력 의무의 내용 /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한쪽 토지 소유자가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할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경우, 한쪽 토지 소유자가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의 설치에 협력할 것을 소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담장의 처분권한이 없는 토지 소유자가 처분권한이 있는 인접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기존 담장의 철거를 명하는 판결을 받아 담장이 적법하게 철거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실정법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할 것도 또한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2] 당사자의 주장에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현저한 모순이나 불명료한 부분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3] 토지의 경계에 경계표나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한쪽 토지의 소유자는 인접한 토지의 소유자에 대하여 공동비용으로 통상의 경계표나 담을 설치하는 데에 협력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인접 토지 소유자는 그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한쪽 토지 소유자의 요구에 대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가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한쪽 토지 소유자는 민사소송으로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협력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법원은 당해 토지들의 이용 상황, 그 소재 지역의 일반적인 관행, 설치비용 등을 고려하여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위치(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중심 또는 중심선이 양 토지의 경계선상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재질, 모양, 크기 등 필요한 사항을 심리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협력 의무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 한편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어느 쪽 토지 소유자도 일방적으로 처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한쪽 토지 소유자가 인접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한쪽 토지 소유자의 의사만으로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으나, 그와 달리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한쪽 토지 소유자가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할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경우라면 한쪽 토지 소유자는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의 설치에 협력할 것을 소구할 수 있다. 담장의 처분권한이 없는 토지 소유자가 그 처분권한이 있는 인접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기존 담장의 철거를 명하는 판결을 받아 그 담장이 적법하게 철거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인접 토지 사이에 경계를 표시할 통상의 담장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17조, 제237조 제1항 [2] 민사소송법 제136조 [3] 민법 제237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8343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상, 329)
[2]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00843 판결(공2022상, 1019)
[3]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다6063 판결(공1997하, 2824)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준 담당변호사 이상헌)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태영)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1. 8. 24. 선고 2020나426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실정법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할 것도 또한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834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당사자의 주장에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현저한 모순이나 불명료한 부분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00843 판결 등 참조).
다. 토지의 경계에 경계표나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한쪽 토지의 소유자는 인접한 토지의 소유자에 대하여 공동비용으로 통상의 경계표나 담을 설치하는 데에 협력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인접 토지 소유자는 그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한쪽 토지 소유자의 요구에 대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가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한쪽 토지 소유자는 민사소송으로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협력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법원은 당해 토지들의 이용 상황, 그 소재 지역의 일반적인 관행, 설치비용 등을 고려하여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위치(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중심 또는 중심선이 양 토지의 경계선상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재질, 모양, 크기 등 필요한 사항을 심리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협력 의무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 한편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어느 쪽 토지 소유자도 일방적으로 처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한쪽 토지 소유자가 인접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그 경우 한쪽 토지 소유자의 의사만으로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으나, 그와 달리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한쪽 토지 소유자가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할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경우라면 한쪽 토지 소유자는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의 설치에 협력할 것을 소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다6063 판결). 담장의 처분권한이 없는 토지 소유자가 그 처분권한이 있는 인접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기존 담장의 철거를 명하는 판결을 받아 그 담장이 적법하게 철거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인접 토지 사이에 경계를 표시할 통상의 담장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2.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토지(이하 ‘원고 측 토지’라 한다)와 피고가 소유한 토지의 경계에는 피고가 설치한 담장(이하 ‘이 사건 담장’이라 한다)이 존재하고, 그중 1㎡(이하 ‘계쟁 부분’이라 한다)가 원고 측 토지에 위치하며, 이 사건 담장에는 피고 주차장을 위한 기둥과 출입 셔터 문(이하 이 사건 담장과 통틀어 ‘이 사건 담장 등’이라 한다)이 연결되어 있다.
나.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담장의 계쟁 부분을 철거하고, 그 부분 토지를 인도하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선행판결’이라 한다).
다. 원고는 선행판결에 따라 대체집행을 실시하였는데, 집행관은 ‘이 사건 담장에 균열이 존재하고, 담장 지반 하층이 흙으로 되어 있어 지반이 약하며, 담장을 절단할 경우 10cm 미만으로 남게 되어 담장 붕괴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선행판결에 따른 철거 및 인도 집행을 실시하지 않았다. 원심 감정인도 ‘이 사건 담장의 계쟁 부분만을 다른 부분의 손상이나 붕괴 없이 정밀하게 구획하여 철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으로 감정하였다.
라. 원고는 원심에서 ‘원고가 선행판결의 집행으로 이 사건 담장을 철거하고 이를 재축하는 것은 피고가 민법 제217조에 따라 사회통념상 용인하여야 할 원고 토지 소유권의 행사’라고 주장하며, ‘피고는 원고가 선행판결의 집행으로 이 사건 담장 등에 손상을 가하는 것을 용인하고, 선행판결의 집행 및 피고 소유 토지에 기존의 것과 동일한 담장, 주차장 출입기둥, 출입 셔터 문을 재설치하는 공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3. 원심 판단
원심은 선행판결의 집행으로 피고의 재산권에 대한 일시적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피고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지 않는다는 등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4. 대법원 판단
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217조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고(제1항), 이웃 거주자는 전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제2항)고 정하였다. 이는 토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매연 등에 의한 생활방해가 발생하는 경우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생활방해를 금지하는 등의 적당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음(민법 제217조 제1항)을, 그러한 생활방해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 이웃 토지 소유자가 이를 용인할 의무가 있음(같은 조 제2항)을 규정한 것이다.
2) 원고는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담장 등의 존재로 인하여 원고에게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생활방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주장·증명한 바 없고, 기록상 그와 같은 사정을 발견하기도 어렵다. 원심이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면서 설시한 사정도 민법 제217조에서 정한 매연 등으로 인한 생활방해와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민법 제217조에 관한 원심의 해석 역시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입법 취지와 목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에 손상을 가하지 아니하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해석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1999. 7. 27. 선고 98다47528 판결은 사찰에 인접하여 고층건물이 신축될 경우 일조 침해, 시계차단으로 인한 조망 침해 등 생활방해가 발생하는지 여부, 그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한도를 넘어서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으로, 위 판결을 매연 등 생활방해에 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한편 원고는 소장에서 ‘피고에게 지적측량을 통해 경계점을 기준으로 새로 담장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예비적 청구취지도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담장 등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므로, 실질적으로는 민법 제237조 제1항에 따른 새로운 담장 설치에 관한 협력 의무 이행 청구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반면 원고의 주장은 선행판결의 집행 불능으로 원고 측 토지의 소유권 행사가 침해되어 피고 소유 토지에 기존과 같은 담장을 설치할 권한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일 뿐, 민법 제217조에 따른 매연 등으로 인한 생활방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과 그 근거로 든 사유 사이에 현저히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불명료한 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예비적 청구원인의 권원이 되는 법적 근거를 잘못 주장한 것은 아닌지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원고 주장이 민법 제237조 제1항에 따른 협력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라면 토지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담장을 다시 설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새로 설치할 담장의 위치·재질·모양·크기 등은 어떠한지, 비용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 등을 더 심리한 다음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만약 원심의 판단과 같이 원고가 피고 소유 토지에만 담장을 새로 설치할 경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경계를 중심으로 한 통상의 담장을 다시 설치할 협력 의무의 이행을 소구할 여지가 있으므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다툼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217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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