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2다247422 판결
[공사대금]
【판시사항】
[1] 처분문서의 증명력 및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방법
[2] 실제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가 자신의 이름은 특정하여 기재하되 불특정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약서상 당사자를 표시한 경우,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에 있는 의사가 어떠한지와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 계약의 성질, 내용, 체결 경위 및 계약 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당사자를 결정하고,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하다.
[2] 실제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가 자신의 이름은 특정하여 기재하되 불특정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약서상 당사자를 표시한 경우(즉, 실제 계약체결자의 이름에 ‘외 ○인’을 부가하는 형태), 계약서 자체에서 당사자로 특정할 수 있거나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특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는 당사자만 계약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 계약당사자가 되면 계약으로 발생하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것이고, 때로는 강행규정 등 법률상 제한규정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탈법적 의도에 따른 법률효과가 부여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위 특별한 사정의 인정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912 판결(공1995하, 3584)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공2013상, 38)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부강종합건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조배숙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길종 외 3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2. 6. 9. 선고 (전주)2021나105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16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16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16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6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이유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16, 피고 8, 피고 17은 2016년 건물 신축·분양 사업을 하려고 토지를 1/3 지분씩 매수한 공유자들이다.
2) 원고는 2017. 4.경 위 피고들로부터 위 피고들이 공유하는 토지 지상에 근린생활시설인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를 대금 68억 8,6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정하여 도급받아 그 무렵 공사를 시작하였다.
3) 원고와 피고 16은 2017. 12.경 도급인을 피고 16으로만 하는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작성일자가 2017. 4.경으로 소급하여 기재된 도급계약서가 피고 16의 이 사건 공사 기성금 대출 신청 당시 금융기관에 제출되었고, 작성일자가 2017. 12.경으로 기재된 도급계약서는 이 사건 건물 건축주를 위 피고들 3인에서 ‘피고 16’만으로 변경하는 건축관계자 변경신고 당시 행정관청에 제출되었다.
4) 피고 16은 이 사건 건물 완공 무렵인 2018. 7.경 나머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건물의 전유부분 일부를 매도하는 각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5) 원고와 피고 16은 2018. 7.경 변경도급계약서(작성일자를 2018. 5. 1.로 소급하여 기재)를 작성하였는데, 위 변경도급계약서에는 도급인이 “피고 16 외 16인”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피고 16의 인영만 있을 뿐이며 위 16인의 이름이나 인영이 없다. 위와 같이 작성된 변경도급계약서 사본이 2018. 7.경 이 사건 건물 건축주를 ‘피고 16’에서 ‘피고들’ 전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건축관계자 변경신고 당시 제출되었다.
6) 그 뒤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이 이루어졌으며, 2018. 8.경 나머지 피고들이 분양받은 전유부분에 관하여는 그들 명의의 각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나. 원고가 2018. 7.경 작성된 변경도급계약서에 근거하여 피고들 모두 공동도급인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 16이 나머지 피고들의 위임을 받아 나머지 피고들을 대리하여 원고와 변경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나머지 피고들도 변경도급계약의 공동도급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도 피고 16과 공동하여 미지급 공사대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에 있는 의사가 어떠한지와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등 참조).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 계약의 성질, 내용, 체결 경위 및 계약 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당사자를 결정하고,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912 판결 등 참조).
2) 실제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가 자신의 이름은 특정하여 기재하되 불특정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약서상 당사자를 표시한 경우(즉, 실제 계약체결자의 이름에 ‘외 ○인’을 부가하는 형태), 그 계약서 자체에서 당사자로 특정할 수 있거나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특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는 당사자만 계약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 계약당사자가 되면 계약으로 발생하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것이고, 때로는 강행규정 등 법률상 제한규정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탈법적 의도에 따른 법률효과가 부여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위 특별한 사정의 인정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원고와 피고 16이 2018. 7.경 작성한 변경도급계약서에는 피고 16 외에 공동도급인 명의를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기재가 없고, 피고 16 또는 나머지 피고들이 원고에게 공동도급인 추가를 알리거나 나머지 피고들의 공동도급인 지위를 주장한 흔적이 없다.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원고가 나머지 피고들에게 공사대금의 지급을 요청하였다는 등 원고가 나머지 피고들을 공동도급인으로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는 객관적인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나머지 피고들에게 위 변경도급계약의 도급인 지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
4) 원심은 나머지 피고들이 건축법상 건축주가 됨으로써 도급계약의 도급인으로서 책임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사로 변경도급계약서 작성 권한을 피고 16에게 위임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는 법률이고(제1조), 건축주, 설계자,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이하 ‘건축관계자’라고 한다) 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그 범위는 건축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는 건축주와 설계자, 건축주와 공사시공자, 건축주와 공사감리자 간의 계약으로 정한다(제15조 제2항). 건축주는 건축물의 건축 등에 관한 공사를 발주하거나 현장 관리인을 두어 스스로 그 공사를 하는 자(제2조 제1항 제12호)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공사시공자에 대한 관계에서 도급인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고, 건축법에 건축주로 하여금 공사시공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도 없다. 또한 신축 중인 집합건물의 일부 전유부분 수분양자가 전유부분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기 위하여 자신을 건축물 전체에 관한 공동건축주로 추가하는 건축관계자 변경신고를 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건축법 규정과 건축관계자 변경신고의 실태 등에 비추어 보면, 나머지 피고들이 각자 분양받은 전유부분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 목적으로 건축법상 건축주가 된다고 해서 도급계약의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에 대하여 공사대금 지급의무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을 일부씩 분양받은 나머지 피고들이 분양자에게 부담할 각자의 분양대금 외에 신축 공사 도급계약의 도급인으로서 집합건물 전체의 공사대금을 부담할 법률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신에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약정이나 그 밖에 공사대금을 부담할 합리적 이유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5) 원고는 나머지 피고들로부터 위임받은 피고 16과 변경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피고 16이 나머지 피고들의 위임을 받아 대리권이 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16에게 그들을 대리하여 공동도급인이 되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위임장 등이 작성되었다는 사정도 없다. 그 밖에 변경도급계약서 작성 무렵 원고와 나머지 피고들 사이에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6)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다른 계약서와 각종 신고서류도 건축관계자 변경신고 당시 행정관청에 제출된 것이고, 일부는 나머지 피고들의 명단과 각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 있기도 하므로 이를 가지고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16에게 변경도급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7) 원심은 나머지 피고들도 피고 16과 함께 선임한 소송대리인을 통해 공사대금 범위만 다투다가 나중에서야 공동도급인이 아니라고 다투고 있다는 사정도 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피고들은 분양자인 피고 16의 요청으로 공동건축주가 되는 바람에 이 사건 소송의 상대방이 되었고 피고 16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하므로 당초 소송대리인 선임이나 그 소송대리인의 변론에 관여하지 않다가 나머지 피고들만을 위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비로소 제대로 변론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나머지 피고들의 주장은 수긍할 수 있다.
8) 원심은 나머지 피고들 중 상당수는 이전에도 피고 16과 공동도급인 지위에서 건물 신축사업을 하였던 사정도 들고 있으나, 나머지 피고들 중 일부는 피고 16과 공동도급인 지위에서 사업을 영위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실이 있었던 피고들이라고 해서 별개의 사업에서의 변경도급계약 체결에 관하여 새롭게 위임한 사실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나머지 피고들이 변경도급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피고 16에게 변경도급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인정하여 변경도급계약의 공동도급인으로서 나머지 피고들도 미지급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계약당사자 확정, 건축법상 건축주의 지위, 대리권 수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16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실제 합의한 공사계약금액은 도급계약서에 기재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라는 피고 16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 16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해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16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16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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