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24상,776]
【판시사항】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위탁자 사망 전의 수익자를 위탁자로, 위탁자 사망 후의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한 경우, 위탁자 사망 후의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한 부분은 신탁법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나머지 부분의 효력(원칙적 유효) / 위탁자의 사망으로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에 관한 신탁이 종료한 경우, 신탁 잔여재산의 귀속에 관한 법률관계
【판결요지】
신탁법상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처분한 신탁재산에 관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 운용 등을 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관계로서(신탁법 제2조) 수탁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신탁법 제32조, 제33조), 만약 수탁자가 동시에 수익자가 되면 수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는 결과가 되므로 사실상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과 다름없는 법률관계가 되고 신탁의 효력을 인정할 실익이 없게 된다. 신탁법 제36조도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도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다만,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규정도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하여 유일한 수익자가 되는 신탁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신탁법 제5조 제2항이 “목적이 위법하거나 불능인 신탁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정까지 고려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하여 유일한 수익자가 되는 신탁계약은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사망한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하였다면 그 부분은 무효가 된다.
한편 신탁법 제5조 제3항은 ‘신탁 목적의 일부가 제1항(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 또는 제2항(목적이 위법하거나 불능인 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그 신탁은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나머지 목적을 위하여 유효하게 성립한다. 다만,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는 목적과 그렇지 아니한 목적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분리할 수 있더라도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나머지 목적만을 위하여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사망한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한 부분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 즉 위탁자가 사망하기 전 수익자를 위탁자로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도록 하는 부분(이하 ‘생전 자익신탁 부분’이라 한다)은 분리하기 불가능하거나 분리하더라도 생전 자익신탁 부분만으로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위탁자 사망 후 유일한 수익자가 수탁자가 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언대용신탁 계약 전체를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은 위탁자가 사망하게 되면 신탁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어 곧바로 신탁이 종료되고(신탁법 제98조 제1호)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에 관한 귀속절차가 진행된다(신탁법 제101조).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이 귀속될 자(이하 ‘귀속권리자’라 한다)를 정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귀속될 것이고(신탁법 제101조 제1항 단서), 수탁자를 귀속권리자로 정하는 것도 허용된다. 만약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귀속권리자를 정하지 않았다면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은 신탁법 제101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수익자에게 귀속될 것인데, 이때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의 수익자는 위탁자이므로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은 위탁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상속재산에 편입되게 된다.
【참조조문】
신탁법 제2조, 제5조, 제32조, 제33조, 제36조, 제98조 제1호, 제101조 제1항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행복한 담당변호사 장석재 외 4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정환 외 2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2. 11. 23. 선고 2022나149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부동산을 소유하던 소외 1은 2018. 7. 5.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신탁하면서 위탁자 생전의 수익자를 소외 1, 위탁자 사후의 수익자를 피고로 하는 유언대용신탁 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2018. 7. 26.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을 등기원인으로 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소외 1은 2020. 12. 3. 사망하였고, 원고들, 피고, 소외 2, 소외 3은 소외 1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 사망 이후 수탁자만이 단독 사후 수익자가 되도록 하는 것은 신탁법 제36조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소외 1 사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인 피고로 정한 부분은 무효이고, 민법 제137조에 따라 이 사건 신탁계약 전부가 무효로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인 등기로 말소되어야 한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1) 신탁법상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처분한 신탁재산에 관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 운용 등을 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관계로서(신탁법 제2조) 수탁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신탁법 제32조, 제33조), 만약 수탁자가 동시에 수익자가 되면 수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는 결과가 되므로 사실상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과 다름없는 법률관계가 되고 신탁의 효력을 인정할 실익이 없게 된다. 신탁법 제36조도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도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다만,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규정도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하여 유일한 수익자가 되는 신탁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신탁법 제5조 제2항이 “목적이 위법하거나 불능인 신탁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정까지 고려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하여 유일한 수익자가 되는 신탁계약은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사망한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하였다면 그 부분은 무효가 된다.
2) 한편 신탁법 제5조 제3항은 ‘신탁 목적의 일부가 제1항(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 또는 제2항(목적이 위법하거나 불능인 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그 신탁은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나머지 목적을 위하여 유효하게 성립한다. 다만,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는 목적과 그렇지 아니한 목적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분리할 수 있더라도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나머지 목적만을 위하여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사망한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한 부분(이하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라 한다)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 즉 위탁자가 사망하기 전 수익자를 위탁자로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도록 하는 부분(이하 ‘생전 자익신탁 부분’이라 한다)은 분리하기 불가능하거나 분리하더라도 생전 자익신탁 부분만으로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위탁자 사망 후 유일한 수익자가 수탁자가 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언대용신탁 계약 전체를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3) 이와 같이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은 위탁자가 사망하게 되면 신탁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어 곧바로 신탁이 종료되고(신탁법 제98조 제1호)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에 관한 귀속절차가 진행된다(신탁법 제101조).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이 귀속될 자(이하 ‘귀속권리자’라 한다)를 정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귀속될 것이고(신탁법 제101조 제1항 단서), 수탁자를 귀속권리자로 정하는 것도 허용된다. 만약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귀속권리자를 정하지 않았다면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은 신탁법 제101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수익자에게 귀속될 것인데, 이때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의 수익자는 위탁자이므로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은 위탁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상속재산에 편입되게 될 것이다.
나.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위탁자 사망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인 피고로 정한 사후 타익신탁 부분은 무효이다. 그러나 위탁자 사망 전 수익자를 위탁자인 소외 1로 정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은 사후 타익신탁 부분과 분리하기 불가능하거나 분리하더라도 생전 자익신탁 부분만으로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생전 자익신탁 부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를 원고들로 하여금 주장·증명하도록 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 전체를 무효로 할 것인지, 사후 타익신탁 부분만을 무효로 할 것인지를 심리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피고 명의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2)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이 사건 신탁계약 중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신탁계약 전체가 무효라고 단정한 다음 이 사건 신탁계약을 근거로 이루어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신탁계약의 무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만약 이 사건 신탁계약 중 사후 타익신탁 부분만 무효가 되고 생전 자익신탁 부분이 여전히 유효라면 이 사건 신탁계약은 소외 1의 사망으로 목적을 달성하여 종료하게 되고,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에 관한 귀속절차가 진행되게 된다. 원심으로서는 생전 자익신탁이 유효할 경우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잔여재산의 귀속권리자를 정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추가로 심리를 하여야 함을 덧붙여 밝혀 둔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김선수(주심) 노태악 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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