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19다255416 전원합의체 판결
[ 소유권이전등기 ] 〈개정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부칙 제2항의 해석 및 적용범위가 문제된 사건〉[공2025상,239]
【판시사항】
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루어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행정소송에서 확정된 경우, 그 대상재산에 관하여는 2011. 5. 19. 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부칙 제2항 단서에 따라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을 상대로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신법’이라 한다) 부칙 제2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자의 의도,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귀속결정이 확정판결로 취소된 이상 그 대상재산인 토지에 대하여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에 따라 신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신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국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위원회가 종전의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의 개정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의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친일재산조사위원회’라 한다)를 의미한다[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구법’이라 한다) 제4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업무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 및 선정, 즉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결정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구법 제5조 제1항 제1호). 누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지는 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구법 제2조 제1호 (가)목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한 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유형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그 이후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신법이 시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신법에 따라 어떤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려면 새로운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귀속결정을 하는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원칙적으로 4년으로 규정되어 있었고(구법 제9조 제1항), 신법 시행 전인 2010년에 이미 그 활동기간이 만료된 상황이었다.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위원회를 조직한 뒤 조사절차를 거쳐 신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다시 내리는 번잡함을 피할 목적으로 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신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하는 조항이다. 일제로부터 받은 작위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된 사건의 맥락에서 보면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즉, 한일합병과 무관하게 작위를 받은 사람의 재산은 구법에 따르면 친일재산이 아니므로 국가에 귀속될 수 없다. 그런데 위원회가 구법하에서 그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신법 시행으로 위 재산은 사후적으로 친일재산의 범주에 포함되게 되었다. 이때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에 따르면 구법을 잘못 적용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절차 없이 신법이 적용되어 내려진 정당한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구법하의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신법의 ‘적용’을 의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는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특정한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 그 자체 또는 이로 인한 법률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쟁송을 전제로 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개정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다. 여기에서의 ‘확정판결’은 어떤 소송 유형에서 내려진 확정판결인지를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확정판결이 특정한 재산을 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판결인가이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 즉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법률로서 그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친일재산을 그 적용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특정한 재산이 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은 그 재산이 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이상 그 이후 법이 개정되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가 넓어졌더라도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취지이다.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바로 이러한 점을 나타내는 문언으로서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에 따른 신법 적용의 의제에 대응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에 따르면 구법하의 국가귀속결정도 신법을 적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의제되나,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에 따르면 특정한 재산을 구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이미 확정된 경우에는 신법의 적용 의제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그렇게 해석하는 이상, 특정한 재산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이 있는데도 신법의 적용에 따라 그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
②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입법 경위를 살펴보면, 특정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재산은 신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해석할 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애당초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기초하여 발의된 것은 사실이나, 심사 과정에서는 확정판결로 국가귀속이 부정된 재산까지 신법을 적용하여 환수하는 것이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이나 확정판결 존중의 필요성에 비추어 무리한 것임을 인식하면서 신법 부칙 제2항 단서가 마련되었다. 입법자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둠으로써 확정판결로 법적 분쟁이 종료된 재산만큼은 신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신법 시행을 계기로 그 재산을 사후적으로 다시 국가에 귀속시키는 사태는 방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가는 ‘위 확정판결은 국가귀속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내려진 판결이므로 이러한 확정판결의 존재는 국가가 국가귀속결정과 무관하게 민사소송의 형태로 직접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에게 소유권이전을 구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과연 입법자가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만들면서 이처럼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구별하여 전자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방법에 따른 국가귀속을 허용하거나 의도하였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입장에 따르면 구법하에 내려진 확정판결을 존중하고자 했던 입법자의 의도는 실질적으로 좌절되고 만다. 오히려 입법자의 의도는 특정한 재산이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소송 형태를 불문하고 확정판결이 다툼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률관계에 대한 종국적 판단은 신법의 시행으로 소급하여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③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고려한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입법금지 원칙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서 파생하는 헌법상 원칙이다. 소급입법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진정소급입법과 이미 과거에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부진정소급입법이 있다. 진정소급입법은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조항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나,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여 그로 인해 발생되는 법적 안정성이나 신뢰에 대한 침해가 반드시 심각하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에 대한 헌법적 요청이나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입법이 진정소급입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정소급입법의 성격을 가지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일단 제정·시행된 이후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그 법이 정한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취소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상황의 경우는 확정판결이라는 요소가 고려 대상에 추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그 법의 재산귀속조항 자체가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와는 다른 국면에 놓여 있다. 기판력 또는 실체적 확정력이 인정되는 확정판결의 규범적 무게에 비추어 볼 때 확정판결에 기초한 신뢰나 법적 안정성은 더욱 강하게 보호받아야 하고, 이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해석할 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재산이 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 재산이 자신의 소유임을 종국적으로 확인받은 사람은 장차 또 다른 소급입법을 통하여 그 확정판결에서 선언된 법률관계에 반하여 그 소유권을 국가에 박탈당하리라고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한편 친일재산의 환수를 포함한 일제 식민지 역사의 청산을 통하여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중대한 공익적 가치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시행되어 그 규율 체계에 따라 공익적 가치가 대부분 구현되고 있는 과정에서 법원이 그 법의 해석상 친일재산에 속하지 않는 특정한 재산에 관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 바로 그 특정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친일재산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확장한 신법 조항을 바로 그 특정한 재산에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할 공익적 가치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할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만큼 중대한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는 입법의 미비 또는 국가기관의 잘못된 결정을 진정소급입법의 형태를 빌려 국민의 부담으로 소급하여 전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법의 입법 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를 둘러싼 헌법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두게 된 것이다.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는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판결이 내려진 재산에 대하여는 신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확정판결의 대상이 아닌 다른 재산은 신법에 따라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인지와 무관하게 국가로 귀속시킬 수 있으므로 신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이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박영재의 반대의견]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대상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이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 대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도 더 이상 민사소송에서 다툴 수 없는 것인가. 다수의견은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들어 민사소송에서도 다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신법 부칙 제2항의 문언과 체계를 지나치게 형식적으로만 이해하여 잘못 해석한 것으로서, 입법자의 의도를 벗어나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은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된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확인적 결정에 불과하므로 그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법리에 따라 신법 부칙 제2항을 해석하면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적용대상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다. 친일재산의 소유권은 당연히 국가에 소급적으로 귀속되므로 확정판결로 국가귀속결정이 취소되었더라도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상속인, 악의의 유증자·수증자를 상대로 친일재산의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3조 제2항,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 (나)목, 제2호, 부칙(2011. 5. 19.) 제2항, 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가)목[현행 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 참조], 제3조, 제4조, 제5조 제1항 제1호, 제9조 제1항,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7호, 구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12. 10. 22. 법률 제114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7호,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16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공2009상, 343)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10두3169 판결
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4두3228 판결(공2016하, 1921)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다294791 판결(공2024상, 564)
헌법재판소 1999. 4. 29. 선고 94헌바37, 43, 95헌바4, 21, 28, 31, 33, 40, 46, 49, 51, 52, 53, 54, 56, 57, 60, 62, 63, 96헌바1, 6, 11, 15, 17, 20, 29, 50, 58, 59, 69, 74, 79, 84, 89, 90, 91, 97헌바14, 19, 21, 35, 44, 56, 57, 59, 60, 69, 70, 71, 75, 77, 98헌바4, 17, 43, 58, 59, 65, 69, 71, 72, 76, 78, 80, 87, 97, 98, 107, 99헌바20 전원재판부 결정(헌공34, 337)
헌법재판소 2002. 7. 18. 선고 99헌마57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71, 633)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바141, 2009헌바14, 19, 36, 247, 352, 2010헌바91, 271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74, 548)
헌법재판소 2014. 7. 24. 선고 2012헌바105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14, 1206)
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59, 702)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대한민국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6. 26. 선고 2018나202574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원고가, 피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조선왕실의 종친이었던 소외인은 1910. 10. 7. 일본제국(이하 ‘일제’라 한다)으로부터 조선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았다.
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친일재산조사위원회’라 한다)는 2007. 11. 22. 소외인이 소유하던 원심 판시 별지 제1, 2, 3 목록 기재 토지(다만 아래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이 아니었던 별지 제1 목록 순번 135 기재 토지 및 별지 제2 목록 순번 17, 22 내지 28 기재 토지는 제외, 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하고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이 아니었던 토지까지 합쳐서 일컬을 때는 ‘이 사건 토지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므로 국가의 소유로 한다.”라는 결정(이하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이유는 소외인이 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가)목, 구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12. 10. 22. 법률 제114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반민족규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7호에서 규정한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다. 한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도 2009. 5. 11. 소외인이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행위 등을 구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7호, 제17호, 제19호에서 규정한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하였다.
라. 소외인의 손자인 피고는 2008. 2. 21.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9누19658 사건에서 위 법원은 2010. 5. 27. 소외인이 일제로부터 받은 후작 작위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어 2010. 11. 2.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0. 10. 28. 자 2010두12576 판결, 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
마. 구 친일재산귀속법은 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되었다(이하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신법’이라 한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하나로 규정하였다. 구법과 비교하면,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요건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하는 개정을 한 것이다. 신법에 따르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자는 그 작위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게 된다.
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부칙 제2항(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은 “위원회가 종전의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의 개정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 다만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였다.
사. 그런데 원고는 ‘구법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행정소송에서 확정되었더라도 그 이후 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 사건 토지도 국가인 원고에게 귀속되었다.’는 전제에서, 민사소송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등의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구하고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쟁점
이 부분의 쟁점은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이 사건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구할 수 있는가.’이다. 이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신법의 적용관계를 규율하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나. 쟁점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자의 의도,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이 확정판결로 취소된 이상 그 대상재산인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신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신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과 체계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위원회가 종전의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의 개정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의 ‘위원회’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의미한다(구법 제4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업무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 및 선정, 즉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결정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구법 제5조 제1항 제1호). 누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지는 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구법 제2조 제1호 (가)목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한 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유형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그 이후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신법이 시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신법에 따라 어떤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려면 새로운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귀속결정을 하는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원칙적으로 4년으로 규정되어 있었고(구법 제9조 제1항), 신법 시행 전인 2010년에 이미 그 활동기간이 만료된 상황이었다.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위원회를 조직한 뒤 조사절차를 거쳐 신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다시 내리는 번잡함을 피할 목적으로 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신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하는 조항이다(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 사건의 맥락에서 보면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즉, 한일합병과 무관하게 작위를 받은 사람의 재산은 구법에 따르면 친일재산이 아니므로 국가에 귀속될 수 없다. 그런데 위원회가 구법하에서 그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신법 시행으로 위 재산은 사후적으로 친일재산의 범주에 포함되게 되었다. 이때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따르면 구법을 잘못 적용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절차 없이 신법이 적용되어 내려진 정당한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구법하의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신법의 ‘적용’을 의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특정한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 그 자체 또는 이로 인한 법률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쟁송을 전제로 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개정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4두3228 판결 참조). 여기에서의 ‘확정판결’은 어떤 소송 유형에서 내려진 확정판결인지를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확정판결이 특정한 재산을 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판결인가이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 즉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법률로서 그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친일재산을 그 적용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특정한 재산이 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은 그 재산이 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이상 그 이후 법이 개정되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가 넓어졌더라도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취지이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바로 이러한 점을 나타내는 문언으로서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따른 신법 적용의 의제에 대응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따르면 구법하의 국가귀속결정도 신법을 적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의제되나,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르면 특정한 재산을 구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이미 확정된 경우에는 신법의 적용 의제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그렇게 해석하는 이상, 특정한 재산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이 있는데도 신법의 적용에 따라 그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
2)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관한 입법자의 의도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입법 경위를 살펴보면, 특정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재산은 신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해석할 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은 소외인이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 사건 확정판결에 대응하여 발의되었다. 발의 당시 개정법률안의 제안 이유에서는 이 사건 확정판결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면서 “문맥상 해석에 치우친 판결이라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음”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개정법률안의 제안 취지는 특히 소외인이라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면서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 문제 되었던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제한을 삭제함으로써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친일재산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률안 심사 과정에서 이 사건 확정판결을 통해 국가에 귀속될 수 없음이 종국적으로 선언된 재산을 신법에 의해 다시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게 하면 소급입법을 통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제13조 제2항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1. 4. 19.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법무부는 ‘이미 대법원의 이 사건 확정판결이 선고된 사안에 대해서 다시 법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법원행정처도 ‘이 사건 부칙조항에 관하여 이 사건 확정판결과 저촉되는 부분에 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확정판결을 통하여 회복한 소유권에 대하여 새로운 조사로 다시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게 되는 등 소급입법을 통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제13조 제2항 위반 논란의 우려’가 있다는 배경을 밝히면서 이 사건 부칙조항과 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검토·보고하였다. 그 수정안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변경 없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요약하자면,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애당초 이 사건 확정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기초하여 발의된 것은 사실이나, 심사 과정에서는 이 사건 확정판결로 국가귀속이 부정된 재산까지 신법을 적용하여 환수하는 것이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이나 확정판결 존중의 필요성에 비추어 무리한 것임을 인식하면서 이 사건 부칙조항의 단서가 마련되었다. 입법자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둠으로써 확정판결로 법적 분쟁이 종료된 재산만큼은 신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신법 시행을 계기로 그 재산을 사후적으로 다시 국가에 귀속시키는 사태는 방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확정판결은 국가귀속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내려진 판결이므로 이러한 확정판결의 존재는 원고가 국가귀속결정과 무관하게 민사소송의 형태로 직접 피고에게 소유권이전을 구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과연 입법자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만들면서 이처럼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구별하여 전자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방법에 따른 국가귀속을 허용하거나 의도하였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입장에 따르면 구법하에 내려진 확정판결을 존중하고자 했던 입법자의 의도는 실질적으로 좌절되고 만다. 오히려 입법자의 의도는 특정한 재산이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소송 형태를 불문하고 확정판결이 다툼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률관계에 대한 종국적 판단은 신법의 시행으로 소급하여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고려한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입법금지 원칙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서 파생하는 헌법상 원칙이다. 소급입법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진정소급입법과 이미 과거에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부진정소급입법이 있다(헌법재판소 1999. 4. 29. 선고 94헌바37 등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2. 7. 18. 선고 99헌마57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진정소급입법은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10두3169 판결,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바141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조항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나(헌법재판소 2014. 7. 24. 선고 2012헌바10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여 그로 인해 발생되는 법적 안정성이나 신뢰에 대한 침해가 반드시 심각하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에 대한 헌법적 요청이나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입법이 진정소급입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위 대법원 2010두3169 판결, 위 헌법재판소 2008헌바141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진정소급입법의 성격을 가지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일단 제정·시행된 이후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그 법이 정한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취소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상황이 문제 되고 있다. 이처럼 확정판결이라는 요소가 고려 대상에 추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그 법의 재산귀속조항 자체가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와는 다른 국면에 놓여 있다. 기판력 또는 실체적 확정력이 인정되는 확정판결의 규범적 무게에 비추어 볼 때 확정판결에 기초한 신뢰나 법적 안정성은 더욱 강하게 보호받아야 하고, 이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해석할 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재산이 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 재산이 자신의 소유임을 종국적으로 확인받은 사람은 장차 또 다른 소급입법을 통하여 그 확정판결에서 선언된 법률관계에 반하여 그 소유권을 국가에 박탈당하리라고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한편 친일재산의 환수를 포함한 일제 식민지 역사의 청산을 통하여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중대한 공익적 가치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시행되어 그 규율 체계에 따라 공익적 가치가 대부분 구현되고 있는 과정에서 법원이 그 법의 해석상 친일재산에 속하지 않는 특정한 재산에 관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가 다루어지고 있다. 이때 바로 그 특정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친일재산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확장한 신법 조항을 바로 그 특정한 재산에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할 공익적 가치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할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만큼 중대한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는 입법의 미비 또는 국가기관의 잘못된 결정을 진정소급입법의 형태를 빌려 국민의 부담으로 소급하여 전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법의 입법 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를 둘러싼 헌법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두게 된 것이다.
법률의 해석은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반영해야 하므로,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중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을 채택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야 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다29479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확정판결이 행정행위로서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에 불과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사소송으로 해당 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는 해석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추구하는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확정판결 존중 등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해석이다. 그러므로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판결이 내려진 재산에 대하여는 신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확정판결의 대상이 아닌 다른 재산은 신법에 따라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인지와 무관하게 국가로 귀속시킬 수 있으므로 신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이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다.
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확정판결로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의 취소가 확정된 이상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고, 그 결과 원고는 자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부칙조항의 해석 및 적용 범위, 소급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친일재산의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유효한 국가귀속결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피고에게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 대상재산이 아니었던 토지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고, 매각 등으로 처분된 부분에 관하여는 이미 수령한 매매대금과 보상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 피고는 반환할 부당이득금을 보유하는 것이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인식한 날로 볼 수 있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일인 2011. 5. 19.부터 부당이득금에 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부담한다.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 대상재산이 아니었던 토지에 관한 이 부분 원심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친일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의 필요성, 친일재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유무, 친일재산귀속법 시행 전에 제3자에게 처분된 친일재산과 관련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멸시효 항변의 남용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이행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부분에 대하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박영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박영재의 반대의견(‘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부분에 대하여, 이하 같다)
가.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친일재산귀속법이 정한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것이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대상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이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 대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도 더 이상 민사소송에서 다툴 수 없는 것인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들어 민사소송에서도 다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과 체계를 지나치게 형식적으로만 이해하여 잘못 해석한 것으로서, 입법자의 의도를 벗어나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은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된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확인적 결정에 불과하므로 그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부칙조항을 해석하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적용대상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다. 친일재산의 소유권은 당연히 국가에 소급적으로 귀속되므로 확정판결로 국가귀속결정이 취소되었더라도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상속인, 악의의 유증자·수증자를 상대로 친일재산의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아래에서 살펴본다.
나. 친일재산의 당연한 국가귀속
1)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친일재산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재산을 취득한 시점에 소급하여 그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되고 그와 동시에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상속인, 악의의 유증자·수증자는 소유권을 상실한다. 친일재산은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 따라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국가귀속결정을 하여야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은 당해 재산이 친일재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의 성격을 가질 뿐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두13491 판결 등 참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은 친일재산조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되어야 할 ‘친일재산에 해당한다.’는 사실의 확인행위이다. 제3자가 친일재산을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함으로써 국가귀속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의 ‘친일재산확인결정’도 국가귀속결정과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이다.
2)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친일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이나 친일재산확인결정에 대해서는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 이후 친일재산에 관하여 국가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면 이를 다투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에서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친일재산은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 따라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국가귀속결정을 하여야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나 친일재산확인결정이 없더라도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상속인 또는 악의의 유증자·수증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구하거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재산조사 및 국가귀속결정 또는 친일재산확인결정의 존부나 효력 유무와는 별도로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때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의결서는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증거자료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이처럼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나 친일재산확인결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과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이나 그 소유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민사소송은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소송이므로 서로 기판력이 미치는 관계에 있지 아니하다.
다만 친일재산조사위원회에서 친일재산에 관하여 국가귀속결정이 이루어지면, 소송절차 없이 관리청의 촉탁으로 소유자를 ‘국’으로 하는 등기를 마침으로써 친일재산의 소유관계와 형식적인 등기현황의 불일치를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다.
3) 대상재산의 소유권이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 따라 당연히 국가에 귀속되는지 여부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를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따를 것이 아니다(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7헌바8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부칙조항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 여부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실체법적으로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의 위헌 여부가 문제 된 사건에서, 당해 소송이 국가귀속결정 또는 친일재산확인결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인 경우에는 위헌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을 하였으나(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당해 소송이 소유권 귀속 또는 그 침해 여부 등을 다투는 민사소송인 경우에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보아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부칙조항은 국가귀속결정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다.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해석에 관하여
1)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위원회가 종전의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의 개정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종전의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재산의 국가귀속결정을 한 경우 그러한 결정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결정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로서 그 대상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본문과 단서로 구성된 조항에서 본문은 원칙을, 단서는 예외를 규정하므로, 단서는 당연히 본문을 전제로 한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다78536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종전의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서 한 국가귀속결정이 확정판결로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결정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부칙조항의 본문과 단서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원칙과 예외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친일재산이 실체법적으로 국가에 귀속되는지 여부와는 무관한 조항이다. 이를 실체법적으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여부를 정하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에 명백히 반한다.
2)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대하여 특정한 재산을 구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에 따라 그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도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한다. 즉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국가귀속결정 ‘대상재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하여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부칙조항 문언의 가능한 해석의 한계를 넘는 논리적 비약일 뿐만 아니라 국가귀속결정에 소유권 귀속의 창설적 효력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은 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결단한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명백하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는 민사소송을 통해서 친일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에 따르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근거로 확정판결에 따라 종전 국가귀속결정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에서 나아가 친일재산 국가귀속의 소급효에 따른 민사소송까지 제한하게 되므로, 이는 결국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 이루어지려면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만 한다는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민법 제187조에서 규정된 법률 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임을 명시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도 어긋난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경과규정에 불과한 이 사건 부칙조항을 친일재산에 관한 국가귀속의 기준이 되는 조항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뿐 아니라 정당한 해석 방법이 아니다.
3)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구 친일재산귀속법과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경과규정이고,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그 예외규정이다. 이 사건 부칙조항의 본문과 단서는 구 친일재산귀속법을 적용하여 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적용 범위가 한정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적용 여부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친일재산에 대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라고 하면서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을 기초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의 민사소송까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여부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서 경과규정에 불과한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과 체계에 어긋남이 분명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소유권 귀속의 범위를 축소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구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이 확정판결로 취소된 경우에 이를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를 적용한 적법한 결정으로 되살리거나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을 기준으로 그 위법성을 새로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에 그치는 것이다. 만약 확정판결로 취소된 국가귀속결정에 대해서까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을 적용하여 적법한 결정으로 본다면, 이는 확정판결에 반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거나 확정판결의 내용 자체를 뒤집는 입법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보아야 하고, 실체법적으로 국가에 대한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은 이 사건 부칙조항과 무관하게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소급적용에 따르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된 친일재산에 관하여 그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에까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한 입법자의 진정한 의도가 과연 무엇인가
1) 친일재산귀속법은 2005. 12. 29.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그 당시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킴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제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친일재산귀속법 제1조). 그런데 소외인이 일제로부터 받은 후작 작위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이 사건 확정판결이 2010. 11. 2. 확정된 이후 친일재산귀속법의 개정법률안이 2011. 2. 28. 발의되었다.
개정법률안은 ‘이 사건 확정판결에 대하여 문맥상 해석에 치우친 판결이라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작위와 관련한 사항을 준거 법률인 반민족규명법이 아니라 원법인 친일재산귀속법에서 분명히 규정하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이미 해체된 상태이므로 개정규정에 관한 조사를 법무부장관이 수행하게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제안 이유로 삼고 있었다.
이에 따른 개정법률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정의 중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7호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에 귀속 규정된 부분을 삭제하고, 독립된 조항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를 신설한다(안 제2조 제1호). 이 법의 적용에 있어서 위원회의 권한 및 업무는 법무부장관의 권한 및 업무로 하고, 법무부장관은 이 법 시행일부터 1년 이내에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계승한 자에 대하여 조사하고 이를 통지하게 하도록 한다. 조사를 함에 있어서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를 원용할 수 있도록 한다(안 부칙 제2조).
개정법률안은 이와 같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를 재산환수대상자로 직접 규정하여 법의 취지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하고, 활동기간이 만료된 친일재산조사위원회 대신 법무부장관이 1년 내에 개정규정에 관한 행위를 조사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소외인과 같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를 의도하였다.
2) 다수의견은 입법자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둠으로써 확정판결로 법적 분쟁이 종료된 재산만큼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을 계기로 그 재산을 사후적으로 다시 국가에 귀속시키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한다. 특정한 재산이 구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소송 형태를 불문하고 확정판결이 다툼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률관계에 대한 종국적 판단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으로 소급하여 변경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의 진정한 의도가 과연 그러한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은 소외인이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이 사건 확정판결을 계기로 발의되었다. 입법자의 법 개정은 구법의 폐해를 발견하고 이를 시정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행하여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킴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제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도 소외인의 친일재산에 대한 국가귀속절차를 완료하기 위한 의도에서 제정된 것이다.
친일재산이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된다는 것은 대법원의 분명한 입장이다(앞서 든 대법원 2008두1349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심사 과정에서 개정법률의 시행에 따라 실체법적으로 당연히 취득하게 될 국가의 소유권 행사를 배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 등 입법 자료에서도 기존 대법원 판례의 친일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법리에 관한 검토나 그 법률 개정과 이 사건 부칙조항 규정 시에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효과에 대한 논의가 수반되지 않았다. 그러한 입법 자료만을 가지고 입법자의 의도가 다수의견과 같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실체법적으로 당연히 취득하고 행사할 수 있는 소유권의 절대성을 배제할 만한 법적 근거라고 보기 어렵고, 입법자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소유권 귀속의 범위를 축소할 목적으로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규정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보는 것이 과연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킴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제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고자 하는 친일재산귀속법의 입법 취지와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가.
부칙조항을 포함한 법률의 해석은 법 문언 그 자체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입법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입법자의 의도를 추론하여 논리적 비약을 시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문언에 따를 때 그 적용대상이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으로 한정하여 해석되는 이상, 법원은 법 문언에 맞는 해석을 하여야 하고, 다수의견처럼 입법자의 의도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국가의 실체법적인 소유권 행사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막연히 추단할 것이 아니다.
마. 이 사건 부칙조항의 해석과 헌법적 정당성에 관하여
1) 친일재산귀속법이 목적으로 하는 헌법적 가치는 명확하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보하여 국가적 기틀을 공고히 하는 것은 임시정부의 대한민국 건국강령, 제헌 헌법 부칙 제101조 및 현행 헌법 전문의 내용과 입법 정신에 발현된 헌법제정권자의 강력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친일재산귀속법의 제정은 이러한 헌법제정권자의 강력한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헌법에 내재된 기본이념에 부합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수차례에 걸쳐 ‘친일재산은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규정한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 등이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나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정한 평등권,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정한 소급입법금지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 원칙, 헌법 제23조에서 정한 재산권보장 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26831 등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두17557 판결,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바141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요건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나)목과 구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도록 한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대하여도 다시 한번 소급입법금지 원칙, 신뢰보호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4두3228 판결,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5다13997 판결, 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이처럼 친일재산귀속법이 구현하려는 헌법적 가치를 고려하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으로 한정하여 해석함으로써 친일재산에 관하여 종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이 있더라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으로 국가가 당연히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에 대한 민사상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합치적 해석에 보다 부합한다.
오히려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이름 아래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근거로 그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뛰어넘는 논리적 비약을 하거나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 범위를 의도적으로 축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3)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구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판결이 내려진 재산에 대하여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헌법에 합치한다고 본다. 이 사건 확정판결이 행정행위로서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에 불과하고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으므로 국가가 여전히 민사소송으로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는 해석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추구하는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확정판결 존중 등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친일재산귀속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인 일제잔재 청산과 국가 정통성의 확립이라는 입법 취지를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입법자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를 그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시키기 위해 구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를 규정하였다. 그러나 입법 기술상 문제로 인해 작위 수령과 관련하여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는 등 문언해석상 논란이 있자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고 당초의 입법 취지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친일재산귀속법이 개정되었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도 구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인정되었던 소급입법의 헌법적 정당성은 여전히 부여받고 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라는 역사적 책무에 따라 입법되었고, 친일재산이 국가에 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상속인 등의 기대가 우리 헌법 체계 내에서 보호가치 있는 신뢰라고 보기 어렵다. 진정소급입법까지 허용한 친일재산귀속법의 강한 공익적 목적을 확정판결에 대한 주관적인 신뢰를 이유로 양보하거나 훼손할 수도 없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라는 조치는 역사적으로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인 것이므로 이를 계기로 진정소급입법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그 폐해가 만연될 것이라는 염려는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바.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본다.
소외인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일제로부터 후작의 작위를 받은 사람이므로 이 사건 토지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에 대한 번복사유가 없다면, 이 사건 토지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나)목, 제2호에서 정한 친일재산으로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원고의 소유로 된다. 따라서 원고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피고에게 그 반환 등을 구할 수 있고, 이 사건 토지가 확정판결로 취소된 이 사건 국가귀속결정 대상재산이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근거하여 이 사건 토지의 경우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아 이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부칙조항의 해석 및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의 보충의견
가. 이 사건 부칙조항의 성격
1) 개정 전 법률에 따르면 이 사건 토지는 친일재산이 아니었다. 이 사건 토지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에서도 이 점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 이 사건 토지도 친일재산에 포함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 경우 확정판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토지에 개정규정이 소급적용되어 이를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는가? 이 사건의 결론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여하에 달려있다(이하 편의상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이 있는 사안은 ‘확정판결 사안’, 이러한 확정판결이 없는 사안은 ‘일반 사안’이라 한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다수의견은 일반 사안에는 개정규정이 소급적용되지만 확정판결 사안에는 개정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대의견은 일반 사안과 확정판결 사안에 모두 개정규정이 소급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이 사건 부칙조항, 특히 확정판결 사안에 관한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해석은 그 법적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법적 성격은 이미 판례로 명확하게 선언되어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특정한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 그 자체 또는 이로 인한 법률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쟁송을 전제로 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개정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4두3228 판결 참조.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5다13997 판결도 같은 취지). 이러한 판시는 이 사건 부칙조항의 표제가 ‘적용례’인 점과도 잘 부합한다.
2) 이 사건 부칙조항의 적용례로서의 성격은 입법자의 의사에 비추어 볼 때도 명확하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개정규정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여 소급입법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이 사건 부칙조항 초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마련되어 2011. 4. 21. 법제사법위원회에 보고되었다. 당시 심사보고서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보고 요지에는 이 사건 부칙조항에 관하여 “확정판결에 의하여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확정된 경우에는 예외로 하여 소급입법 적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법제사법위원장의 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의 수정이유에도 이 사건 부칙조항에 관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여 그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킨 부분만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2011. 4. 29. 국회 본회의에서도 별 이견 없이 수정안대로 개정법률이 통과되었다.
친일청산은 그 특수성, 중대성, 역사성에 비추어 보면 입법적 결단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책적 문제이고, 이러한 입법적 결단으로 만들어진 법을 해석함에 있어 입법자의 의사는 다른 일반적인 법률 또는 법률조항 해석의 경우보다 더욱 무겁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 사건처럼 입법자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입법 자료가 충분하고, 입법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법 해석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법률이 개정되는 일련의 입법 과정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는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법 해석에 적절하게 고려될 수 있고, 또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3) 이 사건 부칙조항의 적용례로서의 성격을 받아들이면 이 사건의 논의는 ‘확정판결 사안에 개정규정이 적용되는가’의 단순한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유는 ① 개정규정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위 문제에 관한 논의)와 ② 개정규정 적용을 전제로 한 논의(친일재산 국가귀속결정의 성격, 친일재산 소유권 귀속의 소급효, 국가귀속결정과 민사소송의 관계 등에 관한 논의)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①은 ②에 선행되어야 하는 논의이므로, ①의 논의 결과 대상재산에 개정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그 재산이 친일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친일재산의 존재를 전제로 한 ②의 논의는 불필요하다.
반대의견은 ②에서 논의되는 친일재산에 관한 일반 법리에 주로 초점을 맞추면서, 이 사건 토지는 확인적 행위에 불과한 국가귀속결정과 무관하게 실체법에 따라 친일재산으로 국가에 소급하여 귀속되므로 국가가 민사소송을 통해 이를 환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개정규정이 이 사건 토지에 소급적용되어 이 사건 토지가 친일재산에 해당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에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논의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개정규정이 이 사건 토지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②의 논의와 관련하여 제기한 대부분의 비판은 ①의 논의 결과에 기초한 다수의견에 유효한 비판이 될 수 없다.
4) 다수의견이 이 사건 부칙조항을 실체법적으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여부를 정하는 조항으로 해석한다는 반대의견의 비판도 다수의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소유권 귀속 여부는 이 사건 부칙조항 자체가 아니라 이 사건 부칙조항의 지시에 의한 개정규정 적용 여부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본문에 따라 개정규정이 적용되면 그 개정규정에 따라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이 이루어진다. 단서에 따라 개정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면 개정규정에 따른 소유권 귀속은 불가능하고, 구법에 따른 소유권 귀속 문제만 남게 된다. 그런데 구법상 이 사건 토지는 친일재산이 아니었고 그러한 취지의 국가귀속결정 취소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하였으므로 구법상 소유권 귀속도 발생할 수 없다. 어느 경우에도 소유권 귀속을 결정하는 법적 힘의 원천은 법의 본칙(본칙)이지 그 적용 관계를 지시할 뿐인 부칙이 아니다. 요컨대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의 비판과 달리 이 사건 부칙조항을 친일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실체법적 근거 조항으로 보지 않는다.
5) 이상에서 살펴본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 경과와 입법 취지, 조항의 표제, 관련 판례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칙조항은 개정규정의 적용례에 해당하고, 그중 단서는 확정판결 사안에 대한 개정규정 적용을 부정한 규정임이 명백하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확정판결 사안에도 개정규정이 소급적용되어 대상재산이 국가로 귀속된다고 한다. 이러한 해석은 이 사건 부칙조항이 소급입법금지 원칙을 반영하여 마련되었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입법적 맥락을 증발시켜 버릴 뿐만 아니라 단서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해석이다. 반대의견대로라면 단서가 상정한 상황, 즉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제공되는 법적 규율은 종전 국가귀속결정을 개정규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종전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의제에 동원될 종전 국가귀속결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내용의 법적 규율은 불필요하거나 부자연스럽다. 합리적인 입법자라면 이러한 내용의 조항을 입법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이러한 내용을 부여하는 해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6) 결국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확정판결 사안에는 개정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그 논리적 귀결로서 개정규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 의제도 불필요하게 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해석할 때에 비로소 의미 있는 적용례가 된다. 대법원이 이미 그러한 취지를 명시적으로 밝혔고(위 대법원 2014두3228 판결 참조), 제1심과 원심, 다수의견의 이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반대의견은 이와 달리 해석하면서 오히려 다수의견의 해석이 문언에 명백히 반하고, 친일재산귀속법이 추구하는 일제잔재 청산과 국가 정통성의 확립이라는 입법 취지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문언에 명백히 반하는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문언이 함축하거나 전제하는 바, 즉 문언의 이면(이면)도 고려하여 이 사건 부칙조항을 해석한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일제잔재 청산과 국가 정통성의 확립이라는 법의 취지에 동의하나,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해석·적용되는 특정한 장면에서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입법 취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각 목차를 바꾸어 자세히 살펴본다.
나. 다수의견의 해석은 문언에 명백히 반하는가?
1) 법의 해석은 법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법 문언 자체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는 해석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문언은 법의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일 뿐 법 자체는 아니다. 문언이 법의 의미를 언제나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법을 해석하면서 문언 자체를 넘어서 문언의 배경과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통해 문언 자체에 표현된 바 외에 문언이 함축하거나 전제하는 바도 함께 읽어냄으로써 문언의 어의적(어의적) 의미를 넘어서 문언에 내재된 법의 규범적 의미를 밝힐 수 있다.
문언이 함축하거나 전제하는 바란 무엇인가? 이해의 편의상 일상적인 예를 들어본다. 고령의 어머니가 한겨울에 활짝 열려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추위에 몸을 움츠린 상태에서 아들에게 “얘야, 창문이 열려있구나.”라고 말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말 그 자체만 살펴보아 ‘창문이 열려 있다.’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였다고 해석하는 방법이다. 둘째, 말의 맥락과 배경을 살펴보아 그 말에 ‘창문을 닫아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방법이다. 보통은 두 번째 방법으로 해석할 것이다. 법 해석도 마찬가지다. 문언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읽는 것만으로 해석이 완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문언이 함축하거나 전제하는 바도 함께 고려해야 비로소 최선의 해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의 해석이 그러해야 한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은 그 문언에 비추어 ‘국가귀속결정 의제’에 관한 조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다수의견도 이 사건 부칙조항이 1차적으로는 ‘국가귀속결정 의제’에 관한 조항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사건 부칙조항의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국가귀속결정 의제’에 관한 문언을 매개체로 삼아 2차적으로 ‘개정규정의 적용 여부와 범위’에 관한 내용도 함축하거나 전제하고 있다. 입법자가 왜 국가귀속결정 의제에 관한 문언을 통하여 위와 같은 두 가지 의미를 한꺼번에 전달하고자 하였는지를 추론하려면 문언 작성자인 입법자의 관점으로 되돌아가 입법적 발화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자는 ① 실체적으로는, 개정규정의 적용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와 같은 유형의 재산이 친일재산으로 편입되고, ② 절차적으로는, 친일재산 국가귀속에는 원칙적으로 국가귀속결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관념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념에 따르면, 문언상 개정규정의 적용 여부만을 규정한다면 ①에 관한 규율은 제공되지만 ②에 관한 규율에는 공백이 생기게 된다. 반면 개정규정에 따른 특정 재산의 국가귀속결정 또는 그 의제는 그 재산에 개정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당연히 전제하므로, 문언상 국가귀속결정 또는 그 의제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②에 관한 명시적 규율뿐만 아니라 ①에 관한 묵시적 규율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자도 국가귀속결정 의제 여부에 관한 규율을 통해 여기에 논리적으로 결부된 개정규정 적용 문제도 한꺼번에 함축적으로 규율하고자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게 보는 것이 입법 경과에 비추어 자연스럽고, 이 사건 부칙조항 문언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가능하게 해 준다.
4)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국가귀속결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법자의 관념이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 법률에 의한 물권변동이라는 판례와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실체법상 물권변동의 원인이 무엇인가의 문제와 그 물권변동에 앞서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의 문제는 구별될 수 있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 실체법에 기하여 발생하므로 국가귀속결정은 확인적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물권변동(이는 보상 없는 수용의 실질을 가진다)을 절차적 측면에서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귀속결정절차라는 확인적 절차를 거친 후에 해당 재산이 실체법에 의해 국가에 소급적으로 귀속된다고 관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국가귀속결정절차를 밟지 않은 채 처음부터 민사소송으로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법은 친일재산귀속법이 본래 예정한 방법이 아니다. 그 이론적 당부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사건 부칙조항 문언의 맥락과 배경을 탐구하는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입법자가 어떠한 관념에 입각하여 문언을 작성하였는가이지 그 관념의 이론적 완결성이 아니다. 한편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실제로 위와 같은 관념에 기하여 이 사건 부칙조항 문언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5) 친일재산귀속법은 국가귀속결정을 위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국가귀속결정을 위한 조사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 등 대부분 국가귀속결정에 관련된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국가귀속결정절차를 주재하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의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위원장(장관급) 1명, 상임위원(차관급) 2명을 비롯하여 직무상 독립과 신분보장이 법률에 명시된 9명의 위원 외에도 최종적으로 총 107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고, 4년간의 활동기간에 책정된 예산도 237억 1,400만 원에 이르렀다. 한편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국가귀속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민사소송으로 국가귀속을 추진하였던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선의의 제3자 취득으로 인하여 부동산 자체의 국가귀속이 불가능하여 처분 주체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이 경우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을 상대로 ‘국가귀속결정’에 상응하는 ‘친일재산확인결정’이 이루어졌다. 이상과 같은 법의 체계와 내용, 위원회에 투입된 자원 규모 및 활동 내역을 고려하면, 친일재산귀속법의 최초 입법자나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위해서는 국가귀속결정절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생각은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 과정에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발의안은 개정규정에 관하여 법무부장관이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친일재산 국가귀속을 위해서는 친일재산 범위를 확장하는 개정규정 외에도 그에 따른 친일재산 귀속을 위해 별도 조사절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연장된 친일재산 조사와 국가귀속이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그 결과 수정안에서는 법무부장관의 위원회 업무 인수 부분이 삭제되었다. 다만 구법하에서 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이미 내려진 재산은 개정규정에 따른 새로운 국가귀속결정 없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국가로 귀속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종전 국가귀속결정을 새로운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하는 이 사건 부칙조항을 두게 된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여 그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킨 부분만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것”이라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정이유가 이 점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도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위해서는 국가귀속결정절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6)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에도 배경과 맥락, 서사(서사)와 역사(역사)가 존재한다. 이를 외면한 채 문언의 표면적 의미만 제한적으로 채취하는 방법으로는 이 사건 부칙조항이 담고 있는 진정한 규범적 의미를 제대로 발견하거나 구현할 수 없다. 문언의 맥락과 배경을 고려하면, 이 사건 부칙조항은 ‘적용례’로서 개정규정 적용 여부와 범위를 규율함으로써 소급입법금지 원칙 위반의 우려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조항임이 분명하다. 또한 이 사건 부칙조항은 표면상 국가귀속결정 의제에 관한 조항이지만 그 이면까지 들여다보면 국가귀속결정 의제의 논리적인 토대가 되는 개정규정 적용 여부와 범위도 함께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의 해석은 문언에 명백히 반하는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문언이 함축하거나 전제하는 바를 제대로 구현하는 해석이다.
다. 다수의견은 법의 목적이나 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해석인가?
1) 친일재산귀속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도록 한 헌법 전문의 이념에 기초하여 일제의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훼손된 민족정기의 복원 및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정당한 법이다. 이 법에 따른 친일청산은 과거청산의 일종으로서 과거에는 바로 세울 수 없었던 정의를 뒤늦게나마 세우는 작업이다. 그 특성상 이러한 법은 어느 정도 소급입법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소급입법금지 위반을 판단할 때는 이러한 과거청산 법제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만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로 이 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26831 판결,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바141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하지만 모든 헌법적 가치가 그러하듯 과거청산도 소급입법금지나 법적 안정성 등 다른 헌법적 가치와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며 구현되어야 한다. 일단 과거청산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면 그 작업은 강력하고 확실하게 추진하되 가급적 일정한 기간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입법정책상 바람직하다. 따라서 오랜 기간에 걸쳐 과거청산을 위한 재산권 박탈 범위를 서서히 넓혀나가는 방식의 입법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과거청산의 범위와 기간이 무한정 확장 또는 연장되어 나가면 과거가 미래를 과도하게 잠식해 버릴 염려가 있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그 정체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을 통하여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 나가려는 과거청산 본연의 목적도 흐려질 수 있다. 구 반민족규명법과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주를 광범위하면서도 세밀하게 규정하였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4년의 활동기간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으로부터 친일재산 2,359필지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의 상황에서는 친일청산의 압도적 요청 앞에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충분히 수긍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친일청산 작업이 일단락된 후 특정인의 특정재산에 대한 특정 확정판결을 염두에 두고 친일재산의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헌법적 가치 간 형량의 모습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진정소급입법의 정당화 사유인 국민의 예측 가능성이나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요청의 정도도 종전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3) 입법자는 이러한 차이를 세밀하게 고려하여 입법을 행해야 하고,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에서도 실제로 그렇게 하였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친일재산 범위를 확장하는 개정규정의 구체적인 적용 여부와 범위를 정하면서 친일청산의 요청과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균형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개정규정이 일반 사안에 소급적용됨을 전제로 마련되었다. 이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친일잔재 청산의 요청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에 기하여 확정판결이 내려진 재산 외의 다른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확보되어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개정규정이 확정판결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되었다. 이는 소급입법금지 및 확정판결 존중의 필요성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과 관련된 부분이다.
4) 개별 조항의 구체적인 목적과 법률의 일반적인 목적은 모두 해석에서 의미 있게 고려될 수 있으나, 그중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해석 대상이 된 개별 조항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쟁점 조항인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목적을 우선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 목적은 확정판결의 존중, 소급입법금지 등으로 표현되는 법적 안정성의 보호이다. 또한 이러한 목적은 발의안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입법된 법률을 기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법의 목적이나 취지에 반하는 해석을 한다고 비판하나, 이는 대체로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목적이 아니라 친일재산귀속법의 일반적인 목적 또는 수정 전 발의안의 목적을 염두에 둔 비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대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목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물론 다수의견이 친일청산이라는 법 자체의 목적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려는 것은 결코 아님을 다시 밝혀둔다. 오히려 다수의견의 진정한 관심은 친일청산이 헌법에 합치되는 조화로운 모습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 헌법적 정당성이 강화되도록 하는 데에 있다.
5) 요컨대 다수의견의 해석이 친일재산귀속법의 목적이나 친일청산의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의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반대의견은 친일청산에 집중하여 입법자조차 예상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법 해석을 통해 확정판결까지 내려진 재산권을 법률상 충분한 근거 없이 소급적으로 박탈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친일청산의 측면만 강조한다면 확정판결이 내려진 이 사건 토지마저 국가로 귀속시키는 것이 더욱 정의롭게 여겨질 수도 있다. 또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 거의 마무리된 현재 시점에서는 이러한 해석이 초래할 파급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 해석의 핵심 과제는 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자의 의사, 법의 목적 등에 대한 균형 있는 숙고에 기초하여 법에 내재한 의미와 사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데에 있다. 설령 그에 따른 해석 결과가 해석자가 선호하는 특정한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도 말이다. 이와 달리 특정한 사건에서 특정한 방향성을 달성하기 위한 무리한 해석이 계속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법 해석의 합리성과 신뢰성은 서서히 침식될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법 공동체에 무형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수의견이 친일청산의 방향성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해석에 관한 한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을 소급적으로 박탈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의 접근방법은 이 사건 부칙 문언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입법자 의사를 근거 없이 추론한 나머지 헌법의 진정한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이하 이 부분에 관한 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가. ‘친일재산 소유권 귀속’의 법리와 ‘확정판결’의 의미
이 사건 토지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이므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국가의 소유로 귀속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과 단서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에 관한 경과조치를 정하는 규정에 불과할 뿐,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이나 적용 범위에 대해 규정하거나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문제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서 정한 ‘확정판결’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
먼저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따라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구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행한 국가귀속결정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의제되므로, 구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로 변경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르면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므로, 구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의 적법 여부는 여전히 구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의 본문과 단서 어디에도 구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친일재산의 소유권 귀속 여부의 판단에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문언은 찾기 어렵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입법 경위 등에 비추어 특정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대상재산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사정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고 해석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2011. 4. 19.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진행된 친일재산귀속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법안심사 과정에서는 ‘종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과의 저촉 또는 충돌 문제만을 염려하였을 뿐, 그 대상재산에 대하여 개정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논의되지 않았다. 이 사건 부칙조항 초안을 마련한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대상재산에 대하여 개정규정을 적용하여 민사소송을 통한 국가귀속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입법 자료의 어느 대목에서도 확정판결로 취소된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에 대하여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국가귀속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의사는 확인되지 아니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이 친일재산귀속법의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국가귀속결정 등을 하여야만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두13491 판결, 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4두3228 판결 및 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런데 다수의견과 같이 구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그 대상재산에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위해서는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위 확립된 판례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된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4두3228 판결은 ‘특정한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다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에 관하여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일 뿐, 특정한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자체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관련 쟁송을 차단하는 취지까지 포함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나.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 논란의 극복
친일재산귀속법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그 당시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내용으로서 태생적으로 소급입법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미 반복하여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이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역시 소급입법금지 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왔다. 대법원은 2011. 5. 13. 선고 2009다26831 등 판결을 통하여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일반적으로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예외적인 사안이고, 진정소급입법을 통해 침해되는 법적 신뢰는 심각하다고 볼 수 없는 데 반해 이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적 중대성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친일재산 보유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정의에 반한다.’고 설시한 이래 여러 차례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고,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5다13997 판결에서는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에 따라 일정한 경우 종전의 친일재산확인결정 등에 관하여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소급입법금지 원칙, 법률유보 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친일재산귀속법의 합헌성에 관하여 최초로 확인한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바141 등 전원재판부 결정 이래 다수의 결정에서 여러 차례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에서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나)목이 소급입법금지 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면서 “입법자는 친일재산귀속법의 입법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과거의 행위를 법적으로 재평가하는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형식적·절차적 측면에서 법적 안정성을 다소 해하는 결과를 감수하는 불가피한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라고 설시하기도 하였다.
개정 전후 친일재산귀속법의 헌법적 정당성에 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평가에 비추어 보면, 소급입법에 따른 재산권 박탈을 둘러싼 헌법적 논쟁은 이미 극복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법적 안정성의 요청만을 들어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은 헌법적 정당성이 명확히 확인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진정한 입법 취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다. 소결론
법원의 법률해석은 문언해석을 기초로 한다. 다수의견이 주요 논거로 들고 있는 소급입법금지 원칙과 법적 안정성의 원칙이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해석을 벗어나야 할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미 확립된 헌법적 정당성에 따라 법률문언을 그 문언대로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조희대(재판장) 대법관 김상환 노태악(주심)
이흥구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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