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낙동정맥트레일 봉화 2구간
"화전민들의 이야기가 있는 낙동정맥 오지의 인기 숲길"
우리나라 13정맥 중 강원도 태백시 구봉산에서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낙동정맥이다.
이 낙동정맥의 산줄기와 산자락을 길게 이어 만든 길이 바로 낙동정맥 트레일이다.
이 길의 가장 최북단에 위치한 봉화군에는 3개 구간의 낙동정맥 트레일이 있다.
그중 2구간은 우리나라 최고 오지의 역으로 불리는 승부역에서 배바위고개를 넘어 분천역까지 이르는 총 길이 9.9km의 걷기
좋은 숲길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분천역으로 가서 주차해 놓고 협곡열차를 타고 승부역으로 갔다가 걸어오는 것이 가장 편하다.
열차가 선사한 폐역의 기적
여우천에서 내려오는 냇물이 갈라져 낙동강으로 흐른다 해서 ‘부내(汾川)’라고 불리던 지역에 있는 분천역은 1956년 지어져 한때
춘양목이라 불리는 금강송을 수송하는 기차가 정차하며 황금기를 보냈다.
하지만 금강송 벌목이 금지되면서 기차가 다니지 않자 분천역은 첩첩산중 오지의 작은 역으로 쓸쓸한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분천역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중부내륙순환열차 O-트레인과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이 운행하면서 분천역은 이 두 열차의 환승역이
되었고, 이제는 주말이면 1,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 영동선의 ‘스타역’으로 발돋움했다.
지금 분천역은 확 달라졌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자매결연한 스위스 체르마트의 건물을 본 따 새롭게 단장한 역사는 여느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고 세련됐다.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의 협곡 구간은 V-트레인이 지나는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뽐낸다.
분천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협곡을 지나 양원역이라는 작은 역에 잠시 정차한다.
양원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역사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으로 알려졌다.
양원역은 원덕마을 주민들의 바람으로 지어진 역이다.
영암선 철도가 개통했지만 이곳에는 기차가 서지 않았다.
주민들은 철길 옆을 걸어 승부역까지 가서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0여 명의 주민이 철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결국 1988년 원덕마을에 기차가 서게 되었다.
주민들은 스스로 시멘트를 발라 역 건물을 지었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역사가 탄생했다.
현재 협곡열차가 10분 동안 정차하는 사이 양원역에선 작은 장터가 열린다.
막걸리 한 잔이 단돈 1,000원, 안주로 딱 좋은 돼지껍데기 한 접시 또한 단돈 1,000원이다.
양원역에서 10분 정도면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라는 승부역에 도착한다.
승부역에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 탄광지대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가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갔다.
그러나 석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승부역은 화물과 소화물 취급이 중단되었고, 1997년에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승부역 역시 분천역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승부역에서 빨간 현수교를 건너 왼쪽으로 강변길을 조금 걸으면 ‘눈꽃마을 승부’라는 비석이 있는 2구간 들머리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고갯길이 시작된다.
입구엔 승부집, 김여사집, 시골집 등 포장마차식 음식점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음식점들을 지나면 이내 수풀이 우거지고 걷기 좋은 숲길이 나타난다.
나무가 우거진 계곡 들머리엔 낙동정맥대장군과 청정봉화여장군 장승이 눈을 부라리며 서 있다.
이를 시작으로 2구간이 시작된다.
초입에는 ‘산간오지의 이모작’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 지역에서는 변변히 농사지을 땅이 없어 자구책으로 이모작을 했다.
봄에는 옥수수와 콩, 조, 수수를 심어 가을에 수확해 겨울양식으로 쓰고, 이후에는 보리를 심어 여름에 먹었다는 설명이다.
안내판을 지나면 제법 넓은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과거 춘양목을 실어 나르던 길이었다.
춘양목은 흔히 금강송을 일컫는데 춘양 지역은 금강송 집산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길을 ‘산판(山坂·산의 일대, 나무를 찍어내는 일대)길’이라 부른다.
일명 ‘제무시길’이라고도 부르는데, 제무시는 예전에 목재를 실어 나르던 미군용 트럭 브랜드 ‘GMC’를 일본식으로 부른 것이다.
지천에 춘양목이 많아서였을까.
이 지역 토박이들은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나면 춘양목 껍질을 벗겨놓고 놀러가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전한다.
그만큼 봉화에서 춘양목은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배바위고개에 남은 화전민들의 삶의 흔적
숲길엔 신갈나무 등의 활엽수 사이로 간간이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길은 여느 등산로처럼 빨리 걸어 완주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되도록 천천히 걸으면서 길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과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춘양목을 실은 트럭들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던 길,
고된 일상에서도 가족들을 위한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험한 노동이 고되지 않았을 가장들의 애환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길이다.
산판길과 나란히 가는 계곡은 비룡계곡이다.
옛날에는 이 깊은 골짜기에 예닐곱 가구의 화전민들이 살았었다.
이들은 뽕나무 잎을 기르고 누에를 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뽕나무골이었다.
이 배바위고갯길은 1968년 11월에 울진, 삼척 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군에 발각된 무장공비들이 북한으로
도망가던 이동경로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뽕나무골 주민 18명이 학살당했다.
1975년 화전정리 5개년 계획이 실시되었고, 화전민들을 인근 마을로 이주시키면서 뽕나무골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때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 이 골짜기엔 산뽕나무가 많이 자라고 화전민들이 물을 떠다 마시던 샘터의 흔적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월간산]오지 간이역에서 일약 ‘스타역’으로 발돋움한 분천역.](http://t1.daumcdn.net/news/201509/05/san/20150905012817783viaf.jpg)
트럭이 다니던 넓은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좁은 오솔길로 바뀐다.
이 길 또한 화전민들이 인근 마을을 오가던 길이다.
2km 남짓 오솔길을 걸으면 이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이 구간에서 가장 난코스지만 그리 힘들진 않다.
배바위고개 정상엔 넓은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이 고개에서 오른쪽으로는 비룡산(1,120.9m), 왼쪽으로는 배바위산(968m)이 서 있다.
이 두 산을 잇고 있는 것이 바로 낙동정맥이다.
배바위고개부터 비동마을까지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산 사면을 따라 난 좁은 오솔길은 옛날에 화전민들이 승부역과 비동마을, 춘양 등으로 가기 위해 걷던 산길이다.
이 길목엔 마을의 길상목(吉祥木)인 오백년 묵은 엄(嚴)나무가 있다.
나무껍질에 가시가 촘촘하게 박힌 거대한 이 엄나무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배바위산에는 사람의 혼을 뽑아먹는 요망한 도깨비가 살아서 산나물을 뜯던 처녀들이나 나무하던 머슴들을 홀리곤 했다.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자 산신령은 고갯마루에 엄나무를 심으라고 일러 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깨비가 두려워 엄나무를 심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의 한 노인이 엄나무를 심었고, 그 노인은 며칠을 앓다 죽었단다.
그리고 그 후로는 더 이상 도깨비를 본 사람도, 도깨비에게 혼을 빼앗긴 사람도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2 배바위에서 비동마을로 가는 길에는 마을의 길상목으로 여겨지던 엄나무가 있다.
3 비동계곡은 바위에 앉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4 배바위고개로 올라서는 나무 계단. 2구간에서 가장 ‘난코스’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비탈진 산길을 계속 내려오면 비동계곡과 만난다.
비동계곡은 비룡계곡과는 또 다른 풍광을 만든다.
계곡이 좀더 넓고 물도 많다. 잠시 발길을 멈춰 차가운 물에 발 담그기 딱 좋을 법하다.
비룡계곡과 비동계곡의 물은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 커다란 강을 이루게 된다.
계곡을 지나 다시 오솔길로 들어선다.
비동마을을 앞둔 이 길은 ‘소장시길(소장사길)’이다.
옛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소 장사꾼들은 수십 마리의 소를 끌고 이 길을 지나 가깝게는 춘양장으로, 멀리는 내성장
(현 봉화장)까지 오갔다.
지금은 좁은 걷기 길이 되었지만 그 옛날엔 소를 풀어 풀을 먹이면서 보따리에 넣어온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세상 시름을 잠시
덜어 두는 길이었을 것이다.
소를 팔고 오는 길엔 돈다발을 꼭 품고 휘파람을 불었으리라. 소장시길은 그런 서민의 애환이 깃든 길이다.
소장시길을 걷다 보면 왼쪽에 넓은 공터가 보인다.
과거 살던 화전민의 집이 있던 자리다.
지금은 잡초가 무성한 공터지만 집이 헐린 후 이 터에선 빈 소주병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었다 한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그런 소주병들이었다.
걷기 길을 내면서 이 병들로 조형물을 만들 계획도 있었지만 유리로 된 병을 방치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어 모두 수거해 버렸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근처 지역에서 옛 물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 소주병을 수집한다고 한동안 북새통을 이뤘었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
진다.
낙동강 비경 바라보며 걷는 길
![[월간산]](http://t1.daumcdn.net/news/201509/05/san/20150905012818192pzgm.jpg)
산길을 내려오면 비동마을이다.
여전히 오지마을이지만 백두대간협곡열차가 운행한 이후로는 새 건물이 꽤 지어지고 옛 집도 요즘 식으로 리모델링해 옛 산간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는 없다.
이제는 분천역까지 4.7km의 콘크리트길을 걷는다.
이 구간은 승부역에서 시작하는 ‘낙동강 비경길’과 길을 공유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코레일이 함께 길을 낸 낙동강 비경길은 낙동강트레일 2구간과 더불어 승부역에서 출발하는 또 다른 운치 좋은 걷기 길이다. 주로 찻길을 걷는 구간이라 그늘이 부족한 게 단점이지만 옆에 흐르는 강을 친구삼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매력이 있다. 비동마을에서 분천역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9.9km,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낙동정맥 트레일 봉화 구간 소개
제1구간
거리 29km, 8~9시간 소요
코스 석개재→샘터마을→반야계곡→석포면→승부역
특징 석개재에서 시작해 봉화 중에서도 산골 중의 산골로 꼽히는 샘터마을을 지나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반야계곡을
지난다.
제2구간
거리 9.9km, 4시간 소요
코스 승부역→배바위고개→비동마을→분천역
특징 우리나라 최고 오지 역을 잇는 길. 물 좋은 계곡과 화전민들의 이야기가 깃든 배바위고개의 숲길이 일품이다.
제3구간
거리 23km, 6~7시간 소요
코스 분천역→여우골→임도삼거리→임도사거리→남회룡분기점→ 우련전(영양군)→광회리(울진군)
특징 회룡천을 경계로 봉화와 영양을 넘나들며 한적한 임도와 넓은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며 금강소나무를 비롯해 자작나무와 낙엽송 등을 볼 수 있다.
2구간 걷기 가이드
승부역에서 출발해 배바위고개를 넘어 비동마을을 지나 분천역까지 이어진다. 승부역에서 배바위고개까지는 2.7km의 완만한 오르막 숲길이고, 배바위고개에서 비동마을까지는 2.5km의 내리막길이다.
비동마을부터 분천역까지의 4.7km 구간은 강을 따르는 아스팔트길과 콘크리트길이다.
분천역의 숲길안내센터(054-672-0803)에서는 10인 이상 방문 시 사전예약하면 주변 걷기 길을 가이드해 준다.
센터 내에서는 걷기를 마친 후 샤워도 할 수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
승부역까지 중부내륙순환열차(O-트레인)와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를 타고 갈 수 있다. 서울역에서 매일 오전 7시 45분 출발(수원역에서는 오전 7시 40분 출발)해 제천역을 지나 중부내륙 구간을 순환하므로 승부역에서 내리면 된다. 철암, 분천역에서 V-트레인으로 갈아타고 승부역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O-트레인 탑승권은 정해진 일자 동안 원하는 만큼 타고 내릴 수 있다.
패스를 구입하면 중앙선·영동선·태백선·충북선·경북선 등 중부내륙을 운행하는 일반 열차 이용도 가능하다. 1일권 5만4,700원, 2일권 6만6,100원, 7일권 12만3,100원. V-트레인은 하루 3회 운행, O-트레인 탑승권 패스를 구입하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협곡열차만 이용할 경우에는 분천~철암 8,400원,
영주~철암 1만1,700원. 문의 코레일1544-7788,www.korail.com. 분천역 054-672-7711.
숙식 (지역번호 054)
분천역 앞에 포장마차와 식당이 많이 생겼다.
토종대추, 눈꽃집, 감자집, 능이집 등 10여 개의 향토음식점에서는 산채비빔밥, 곤드레밥, 도토리묵 등의 토속음식을 맛있게 낸다.
산채비빔밥 6,000원 선, 감자전 4,000원 선.
분천역 근처에 향수민박(673-3571)이 있고, 10분 거리의 봉화음악농원 (674-3491)에서는 황토방을 이용할 수 있다.
비동마을에는 비동골 귀틀집민박(010-4845-3611)과 새로 지은 민박집(672-1772)이 있다.
이 기사는 2014년 아름다운 숲길 인증사업(주최, 주관)의 일환으로 숲길 홍보를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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