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0다215124 판결
[손해배상]〈정수기 제조업자인 피고가 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피고로부터 동종의 정수기를 임차 또는 매수하여 사용하는 원고들에게 니켈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원고들이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피고에게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사건〉[공2022하,1238]
【판시사항】
[1]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가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험을 회피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 특히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에게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큰지 여부(적극)
[2] 갑 등이 을 주식회사가 제조한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을 회사는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안에서, 을 회사는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갑 등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갑 등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갑 등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계약 당사자에게 그 위험의 발생 방지 등을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는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위험을 회피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그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이고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제조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
[2] 갑 등이 을 주식회사가 제조한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을 회사는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안에서, 위 계약은 을 회사가 얼음정수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얼음정수기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정수기를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속적 계약으로서, 갑 등은 얼음정수기에서 단순히 법령상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물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건강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고 위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을 회사는 위 계약으로 얼음정수기의 임대나 매매와 함께 품질관리 등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얼음정수기에서 제공되는 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중금속인 니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나 중금속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을 회사가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갑 등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갑 등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갑 등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1항 [2] 민법 제2조 제1항, 제105조, 제750조, 제75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다43778 판결(공2011하, 1932)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공2014하, 1658)
【전 문】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희웅)
【피고, 상고인】 코웨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22. 선고 2018나207479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다43778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계약 당사자에게 그 위험의 발생 방지 등을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는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위험을 회피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그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이고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제조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정수기 제조업자인 피고와, 원고들은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피고는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의 직원은 2015. 7.경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정기 점검하던 중 냉수 탱크에서 은색 금속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피고에 보고하였다.
3) 피고는 위 금속 물질이 발견된 이 사건 얼음정수기 1대를 수거하여 검사하였다. 그 결과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얼음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인 증발기의 외부 니켈도금이 박리되어 그 아래 설치되어 있던 냉수 탱크에 니켈도금이 떨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 19대에 대해 자체 검사를 하였는데 일반 정수수와 얼음의 경우 19대 전부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반면, 냉수의 경우 13대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었고 그중 4대에서는 세계보건기구의 평생음용권고치 이상의 니켈성분이 검출되었다.
4) 피고는 2015. 8. 중순경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 박리 현상이 나타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것에 대한 대책으로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증발기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필터 교환 및 탱크 청소 서비스 과정에서 원고들을 포함한 고객들이 사용하던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하여 전기요금 저감, 내부 위생 강화 등을 내세웠을 뿐,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 박리 현상이 나타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5) 피고는 2016. 5.경 고객들이 사용하던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한 1,010대에 대하여 자체 수질검사를 하였는데, 그중 세계보건기구의 평생음용권고치 이상의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126건이었다.
6) 한편 지상파 방송사는 2016. 7. 3.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부스러기(중금속인 니켈)가 검출되었고 피고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7) 피고는 위 보도와 관련하여 ‘① 판매 시기와 상관없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단종하고, 제품 전량을 회수하며, ②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사용한 고객들에게 사용료 전액을 환불하고, ③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최신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고객이 해약을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해약할 수 있도록 하며, ④ 니켈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8) 이후 민관 합동조사반은 2016. 9. 13.경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증발기의 니켈도금이 떨어진 원인은 증발기와 히터 등으로 구성된 냉각구조물의 구조·제조상 결함 문제로 드러났다.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 관한 피고의 자체 조사 자료를 토대로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해 우려 수준이 낮게 나타났더라도 아무 조치 없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계속 사용할 경우 니켈 과민군의 피부염 등 위해 우려가 있으므로, 수거되지 않은 문제 제품을 가진 소비자들은 사용을 중단할 것을 당부한다.’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결함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9)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96%를 회수하는 조치를 하였고, 2016. 9. 30. ‘이 사건 얼음정수기 사용기간을 고려하면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이지만, 민관 합동조사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고객 안내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속적 계약이다.
2) 이 사건 계약의 약관이나 품질보증서 등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원고들은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단순히 법령상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물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건강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으로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임대나 매매와 함께 품질관리 등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제공되는 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중금속인 니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나 중금속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원고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
3) 그런데도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 사건 얼음정수기 내부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조치를 하였으면서도 원고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는 피고가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4) 이러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에 중금속인 니켈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마셨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원고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별도의 조치 없이 마시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고 위자료 액수는 각 100만 원이 상당하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고지의무 위반, 정신적 손해의 발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일상과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대인의 지위양도 (0) | 2022.08.01 |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므15480 판결(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0) | 2022.07.29 |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67620 판결[구상금]상속 (0) | 2022.06.07 |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므10581 판결[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 (0) | 2022.05.31 |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주거침입] (0) | 2022.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