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방식 재건축의 '득과 실'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속도는↑, 공사비는↓
도입초기, 성공사례 없고 수수료 발생 등 단점도
조합? 신탁?... 사업지에 알맞는 개발방식 찾아야
요즘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초기 사업 자금을 빨리 조달할 수 있고 불필요한 분쟁도 줄여 속도전에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전국에 걸쳐 40여곳에 이른다.
조합 방식이 주를 이루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신탁 방식은 주민들이 직접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꾸려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사업 전 과정을 도맡는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에 따라 본격 도입됐다.
◇ 거세진 신탁 방식 재건축 바람
신탁 방식 재건축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서울 여의도와 목동 노후 아파트 단지다.
여의도에선 재건축을 추진하는 16개 단지 중 7곳이 신탁 방식을 선택했다.
△한양아파트(KB부동산신탁) △공작아파트(KB부동산신탁) △시범·수정·광장(3~11동)아파트(KB부동산신탁)
△시범아파트(한국자산신탁) △수정아파트(한국자산신탁) △삼익아파트(한국토지신탁) △은하아파트
(하나자산신탁) 등이다.
목동 신시가지 노후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신탁 방식 도입이 활발하다.
재건축 추진 단지 14곳 중 4곳에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목동 14단지는 KB부동산신탁을, 목동 9단지와 11단지는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목동 10단지는 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목동 7단지와 13단지도 신탁 방식과 조합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다.
◇ 사업 속도 높이고, 공사비 분쟁 줄이고
신탁 방식 재건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조합 방식보다 사업 속도가 빠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 사업 기간은 추진위 설립부터 조합 설립,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이주와 철거, 분양까지
10년 넘게 걸린다.
그런데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사업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다.
이에 기존 조합 방식 대비 정비사업 소요 기간이 2~3년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조합 방식은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조합 내부 갈등이나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로 사업이 지체되면 조합원은 그만큼의 추가 비용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직접 자금 조달을 책임진다.
자체 자금이나 신용 등으로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금융지주 계열의 일부 신탁사는 이주비나 중도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등 금리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한 것도 신탁 방식 재건축이 활발해진 이유다.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에 사업을 맡겨 혹시 모를 공사비 갈등 리스크를 없애거나 줄여보겠다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 재건축 단지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다.
시공사는 건설 자재가격 및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조합에선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거나 새로 시공사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까지 도시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는 총 2조3273억원(17곳)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들 공사비를 검증한 결과 적정액은 1조8225억원으로 시공사가 요구한 액수의 72%에 불과했다.
시공사들이 부풀린 금액이 5000억원이 넘는다는 지적이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커지자 신탁사 주도로 재건축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게 정비업계 설명이다.
◇ 투명한 관리·조합 비리 차단도 매력
신탁 방식은 조합보다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고, 조합 내 비리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통상 정비사업은 토지·주택 등 소유자들이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조합은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각종
비리에 얽히면서 교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사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재건축 사업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탁사는 무소불위의 재건축 조합과 달리 금융감독원에 자금 관리 등을 보고해야 하는 등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조합 내 비리나 시행자와 건설사 간 위법 행위가 원천 차단되는 셈이다.
결국 신탁사의 탄탄한 자금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원활한 자금 조달과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신탁
방식의 최대 장점이다.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이끌면 '시행 방식'은 최대 3년, '대행 방식'은 최대 2년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참고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조합을 아예 설립하지 않고 신탁사를 시행사로 선정해 사업을 도맡게 하는 '신탁시행'
방식(사업시행자 방식)과 조합은 설립해 놓고 신탁사에 자금 관리 업무 등을 맡기는 '신탁대행' 방식(사업대행자 방식)
이 있다.
특히 신탁시행 방식은 사업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조합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설립인가까지 소요되는 2~3년가량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자금 관리를 신탁사가 맡기 때문에 조합 임원의 횡령이나 배임 등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신탁 재건축이 답일까?… 수수료 부담 등 단점도
하지만 시장에선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의 앞날을 마냥 '장밋빛'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다.
높은 수수료와 조합원 이해도 부족 등 걸림돌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기에 앞서 득과 실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대행자로 지정하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통상 신탁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보수)는 총 분양대금(일반분양 수입)의 2~4% 수준이다.
사업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 단지는 수수료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 비용은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조합 방식으로 추진할 땐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다.
신탁 방식이 도입 초기 단계여서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성공 케이스는 대전 동구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용운주공 재건축 아파트)와 경기도 안양시 '한양수자인
평촌리버뷰'(진흥·로얄 재건축 아파트) 정도다.
신탁 방식 재건축 열풍이 불고 있는 여의도에선 아직까지 착공한 단지가 한 곳도 없다.
신탁사마다 정비사업 수행 역량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탁사는 건설사 정비사업 영업·관리 인력을 충원해 전문가를 늘리고 있는데, 인력의 숙련도 편차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장 이해도가 낮은 신탁사가 무리하게 재건축 사업을 수주할 경우 경험 부족으로 오히려 인허가 등이 늦어져 사업기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신탁 방식 재건축사업 요건이 비교적 까다롭다는 것도 문제다.
신탁사가 사업시행자 지위를 얻기 위해선 아파트 전체 소유주의 75% 이상의 동의와 동별 소유주의 50%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기존 조합 설립 요건과 동일하다.
동시에 전체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해야 한다.
전체 토지의 33% 가량은 등기부등본 상 명의가 신탁사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탁 방식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부감도 여전히 높다.
등기부등본상 실질적 소유권이 신탁사로 이전되면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강남권 첫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 단지로 눈길을 끌었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도 이런 이유 등으로 주민들이 반발
하면서 신탁 방식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신탁사 선정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 9월 26일 신탁 방식 정비사업 추진 시 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토지면적 1/3 이상 신탁 등기해야 한다는
요건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주민 동의율 75%만 넘기면 신탁 방식 추진이 가능해진다.
◇ 신탁이냐, 조합이냐… "각 사업지에 맞는 방식 찾아야"
이처럼 신탁 방식 재건축은 장점만큼 리스크도 안고 있다. 따라서 특정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각 사업장이 처한 상황에 따라 특정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신탁 방식이 정비사업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조합 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신탁 방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재건축 단지가 있고, 조합 방식의 장점이 있는 단지도 있다.
아파트 소유자들이 각자 사업지에 맞게 장점과 리스크 여부를 꼼꼼하게 분석해 주체적으로 사업 방식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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