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욕(袴下之辱)
袴 사타구니 과, 下 아래 하, 之 어조사 지, 辱 욕될 욕
만인지상(萬人之上)
일언지하(一言之下)
농사짓기 좋은 때를 가리키는 진(辰)과 법도를 뜻하는 촌(寸)으로 이루어진 글자.
옛날, 농사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죽이거나 욕보이는 일이 있어 “욕보이다, 부끄럼, 수치스러움”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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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屈辱)
모욕(侮辱)
욕설(辱說)
어려운 처지에서 참아 낸 굴욕’
유방이 항우를 무너뜨리고 한나라를 세운 데에는 대장군 한신의 공이 컸다.
그를 빼고는 초나라와 한나라 대결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과정에서 한신은 배수진 · 다다익선 · 사면초가 · 필부지용 등 여러 고사 속 주인공이 되었다.
한신은 젊었을 때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워낙 가난해 밥을 빌어먹을 정도였고 어머니가 죽었을 때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다.
한번은 그가 남창정이란 마을 정장1) 집에 얹혀서 살 때였다.
몇 개월을 함께 살다가, 한신을 미워하던 정장 아내가 밥을 해서 몰래 침실로 가져가 먹어 버렸다.
밥때가 왔는데도 음식을 주지 않자,
한신은 분위기를 눈치 채고 정장을 떠나 버렸다.
한신이 이렇게 남에게 빌붙어 살다 보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품은 큰 뜻이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한신이 고향 회음의 시장 거리를 거닐 때였다.
칼을 찬 한신이 눈에 거슬렸던 불량배 하나가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넌 늘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 아니냐?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어디,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
그 소리에 구경꾼이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신은 바닥에 엎드려 불량배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다.
이 일로 온 시장 바닥 사람들이 다들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과하지욕
훗날, 큰 공을 세우고 초왕이 된 한신은 그때 자신을 잠시 데리고 살아 준 남창정 정장에게 1백 전을 내리며
따끔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대는 소인이오. 은혜를 베풀려면 끝까지 베풀었어야지.”
또 시장 거리에서 망신을 준 불량배도 찾았다.
그는 왕이 된 한신이 눈앞에 나타나자 벌벌 떨었다.
무서운 벌을 받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신은 그에게 순찰을 하는 ‘중위’ 벼슬을 내리고 장수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장부다운 사람이오. 망신 줄 때 내게 그를 죽일 힘이 없었겠소?
그때 모욕을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았다면 나는 죄인으로 쫓기는 신세였을 거요.
큰 뜻을 품은 내게 그를 죽이는 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소.
그래서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
‘과하지욕(袴下之辱)’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라는 뜻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당시 한신이 남들에게 겁쟁이로 보였을 그 한순간 치욕을 참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한신은 굴욕을 견디며 묵묵히 때를 기다린 덕분에 훗날, 자기 뜻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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