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도16019 판결
[주거침입]
〈피고인이 피해자가 거주하는 빌라 건물의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까지 침입한 사건〉[공2024하,1217]
【판시사항】
[1]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계단, 복도 등 공용부분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피고인이 갑이 거주하는 빌라 건물의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5층 계단까지 침입한 후 공업용 접착제를 흡입함으로써 갑의 주거지에 침입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 위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서 주거침입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계단, 복도 등 공용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공용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유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갑이 거주하는 빌라 건물의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5층 계단까지 침입한 후 공업용 접착제를 흡입함으로써 갑의 주거지에 침입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건물은 갑을 포함하여 8세대의 입주민들만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으로, 건물의 공동현관과 공용계단, 세대별 현관문 앞 공간은 건물 입구에서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독립적인 주거 생활을 영위하는 각각의 주거공간으로 들어가는 곳이어서, 각 세대의 전유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공간인 점, 위 건물은 밖에서 보았을 때 4층으로 된 소규모의 낮은 건물로서 세대별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이 상당히 밀착되어 있고 공용부분도 넓지 않은 데다가 엘리베이터 등 별도의 출입방법이 없어, 공용부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각 세대의 독립된 주거 공간에 영향을 줄 가능성 자체가 아파트 등 다른 공동주택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구조인 점, 위 건물 주변에는 비슷한 다세대주택들이 모여 있고 특별한 상업시설이 없으며, 위 건물 전면에 공동현관문이 설치되어 있고 내부에 상가 등이 없는 것 또한 쉽게 알 수 있는 등 위 건물이 오로지 주거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음이 외관상 분명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 위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서 주거침입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19조 제1항 [2] 형법 제319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공2009하, 1705)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공2022상, 506)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공2022하, 2059)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15164 판결(공2024상, 548)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하재용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3. 10. 12. 선고 2023노11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주거침입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10. 8. 11:30경 서울 강북구 (주소 생략)인 피해자 공소외인이 거주하는 빌라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이르러, 그곳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5층 계단까지 침입한 후 공업용 접착제인 제일코크를 흡입함으로써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거침입 부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이 사건 건물 1층의 공동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고, CCTV도 없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는 아무런 표지도 없고, 공동주택의 관리인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는 등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거주자가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건물 거주자들이 돈을 모아 공용부분인 계단이나 주차장 등에 관하여 청소 용역을 맡기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건물 거주자들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다거나 평소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당시 본드를 흡입할 곳을 찾아다니던 중 이 사건 건물 1층 공동현관문이 열려 있어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당시 피고인의 출입으로 이 사건 건물의 공동현관문 등 공용부분이 훼손되거나 손상된 사실은 전혀 없다. 피고인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하였을 뿐이고, 피고인이 출입하는 과정에서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에 해당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이 약 4시간 동안 이 사건 건물의 공용계단에서 머물렀고, 공용계단 주위로 본드 냄새가 퍼져 있었다는 사정 등은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한 이후 피고인의 다른 행위에 따른 것이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할 때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 들어간 행위로 피해자 등의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계단, 복도 등 공용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등 참조).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공용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유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관계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 제기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 등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서 주거침입으로 평가할 수 있다.
1) 이 사건 건물은 피해자를 포함하여 8세대의 입주민들만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이다. 이 사건 건물의 공동현관과 공용계단 그리고 세대별 현관문 앞 공간은, 이 사건 건물 입구에서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독립적인 주거 생활을 영위하는 각각의 주거공간으로 들어가는 곳이어서, 각 세대의 전유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공간이다.
2) 이 사건 건물은 밖에서 보았을 때 4층으로 된 소규모의 낮은 건물로서 세대별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이 상당히 밀착되어 있고 위 공용부분도 넓지 않은 데다가 엘리베이터 등 별도의 출입방법이 없어, 공용부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각 세대의 독립된 주거 공간에 영향을 줄 가능성 자체가 아파트 등 다른 공동주택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구조이다.
3) 이 사건 건물 주변에는 비슷한 다세대주택들이 모여 있고 특별한 상업시설이 없다. 이러한 이 사건 건물의 주변 상황, 이 사건 건물 전면에 ‘(건물명 생략)’이라는 명패가 부착되어 있고 공동현관문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건물 내부에 상가 등이 없는 것 또한 쉽게 알 수 있는 등 이 사건 건물이 오로지 주거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음은 외관상 분명해 보인다.
4) 이 사건 건물의 각 전유부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반 공중으로 하여금 건물 공용부분을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허용하였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사정들에다가 이 사건 건물이 도로에 닿아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거주자들은 외부인의 이유 없는 출입 가능성을 통제·관리하여 자신들의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보호할 필요성을 더욱 크게 실감하고 있다고 짐작된다. 외부인의 무단출입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막을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나 그 정도는 공동거주자들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은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그 사정만으로 달리 보기는 어렵다.
5) 피고인에게 이 사건 건물을 출입할 어떠한 정당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피고인은 오로지 본드를 흡입할 목적으로 길을 배회하며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본드 2개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이 사건 건물의 4층 공용계단까지 들어갔다. 이는 이 사건 건물 거주자들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비록 낮 시간이기는 하나 11:30경부터 15:30경까지 약 4시간 동안이나 공용계단에서 본드를 흡입하거나 흡입한 상태로 있었고, 본드를 흡입한 다음 혼자서 욕설을 하거나 웃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를 들은 거주자의 신고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피고인의 환각 상태는 바로 인접한 주거공간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거주자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였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환각 상태에서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공소 제기된 피고인 행위로 인하여 자신들의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하기 충분하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피해자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거침입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심이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수 개의 범죄사실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유죄, 일부에 대하여 무죄를 각 선고하고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죄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는 것이므로 무죄 부분의 상고가 이유 있는 경우에도 그 무죄 부분만이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845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판결 중 주거침입 부분만 파기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주거침입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이동원 김상환(주심) 권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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