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선유동(仙遊洞), 계곡
선유동(仙遊洞), 풀이하면 '신선들의 놀이터'다.
옛날에 신선들이 놀던 그 계곡에 여름이면 신선처럼 노니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크고 작은 바위와 너럭바위, 암반바위가 계곡 전체에 걸쳐 이어진다.
그 계곡 절경마다 흐르는 물결에 사람이 '둥둥' 떠다니고 물살은 '콸콸' 통쾌하게 여름을 부순다.
옛 사람들 보기에도 계곡이 보기 좋았나 보다.
1700년대 초반 사람 이중환이 전국 8도를 돌아다니며 산수경계와 인문·사회지리까지 통달하고 쓴 책 < 택리지 > 에도 선유동을 두고 '산과 계곡이 제법 아름답다'고 썼으니 말이다.
그 이전 사람 퇴계 이황 또한 이 계곡에서 1년 가까운 세월을 머물며 경치를 즐기고 자연을 벗 삼았다 전한다.
선유동계곡 초입. 계곡 건너 바위에 '선유동문'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다.
◆신선의 마을로 가는 길, 선유동문을 통과하다
태양 빛에 도로가 녹을 지경이다.
열기를 머금은 땅도 불 속 플라스틱처럼 우그러지는 느낌이다. 에어컨도 소용없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열에 차 안도 불쾌지수 수은주가 아까부터 최고치다.
그렇게 도착한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계곡으로 달려간다.
계곡 하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한 게 계곡이 아니라 유원지 같은 분위기다.
계곡을 거슬러 발길을 옮긴다.
유원지 같은 계곡 하류를 걷다 물 건너 바위 절벽 꼭대기에 새겨진 글씨를 발견했다.
'선유동문(仙遊洞門)', '신선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그 바위 꼭대기에 누군가는 글자를 새겼을 것인데, 글자를 새긴 위치와 그 필체가 예사롭지 않다.
글자가 새겨진 바위절벽 아래에서도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여기가 신선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 경계지점이다.
선유동문을 통과하면서 계곡은 좁아지고 물살은 거세진다.
계곡 옆 숲도 우거지고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계곡 물길 옆에 길이 나란히 났다.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절경이 나타나면 계곡으로 접어들면 된다.
나무와 바위와 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든다.
그 중 어느 하나도 빠지면 미완성 작품이 된다.
나무가 있어 그늘을 만들고 그늘 아래 흐르는 물빛 또한 푸른 나뭇잎을 닮아 푸르다.
경사진 암반바위로 흐르는 물이 거울 같다면 그 위에 거인처럼 우뚝 선 거대한 바위들은 물길을 굽이돌게 하면서 재잘대는 계곡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물 또한 그 양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거대한 물줄기로 위압하거나 앙상한 바닥을 드러내 초라해 진다.
모든 것이 다 적당하게 있으면서 서로 어울릴 때 계곡은 가장 아름답다.
거기에 하나 더, 물가의 이끼와 작은 숲 혹은 소나무 자라난 기암괴석이 계곡 어디쯤에 자리한다면 그런 곳을 일컬어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고 할 만하겠다.
◆퇴계 이황이 풍류를 즐기던 곳
조선 중기의 대학자 퇴계 이황 또한 선유동 계곡의 자연미에 반해 1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퇴계는 그 동안 이 계곡을 몇 번이나 올랐을까.
계곡 어디쯤에 머물렀으며 어디에서 탁족을 즐겼을까?
퇴계는 이 계곡을 오가며 보았던 아홉 가지 경치에 이름을 지었다.
방금전에 지나온 선유동문과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 등이 퇴계가 이름 붙인 절경이다.
계곡 옆 숲길이 좋다. 그 길 곳곳에 거대한 바위와 물길이 빚어낸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선들이 금단을 만들어 먹었다는 전설이 깃든 '연단로' 또한 그 중 한 곳이다. 거대한 바위가 계곡 물가에 놓였다.
계곡 상류로 갈수록 물살이 거세고 그 소리도 통쾌하다. 30~40m 정도 되는 비탈진 너럭바위 위로 물이 부서지며 흐른다. 이곳이 '와룡폭'이다. 사람들은 그 물살 아래 커다란 소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긴다. 호기를 부리는 몇몇 청년은 높은 바위에서 물로 뛰어내린다.
그 위로 가면 나무꾼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지켜봤다는 '난가대'가 나오고 그 옆에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인 '기국암'이 있다. 기국암을 지나면 계곡 상류다. 그곳 또한 맑고 푸른 물줄기가 너럭바위 위로 미끄러지듯 흐른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계곡 물놀이
우리는 계곡 상류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계곡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준비해간 간단한 먹을거리로 한상 차렸다. 아이들은 벌써 물에 온몸을 적셨다.
바위 위로 흐르는 물살이 제법 세차다. 물이 아이들 허리에 찬다.
튜브에 올라탄 아이들은 계곡 위부터 아래까지 '물미끄럼'을 탄다.
아이들과 물장구도 치고 물속에 잠수해서 숨 오래참기 시합도 했다.
텀벙텀벙 거리며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나무 그늘 아래서 아버지가 지켜보고 계신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몇 해 전에 펼쳐본 아버지의 앨범에서 본 사진 한 장. 사진 뒷면에 1972년 모월 모일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 날이 그 사진을 찍은 날이 분명했다.
사진속에는 너럭바위 아래로 세찬 계곡물이 흐르는 풍경이 있었고 계곡에 몸을 담근 사진속 젊은 아버지가 환하게 웃고 계셨다. 아마도 그때 아버지가 지금 내 나이 쯤 됐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는 말씀을 아끼신다.
먼저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으로 한 마디 말을 대신 하셨고, 연세 드시고 나서는 느린 걸음 뒷모습으로 말을 이으셨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이 아름다운 계곡 물가 나무 그늘에 앉아 우리 가족을 바라보신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아이들과 다슬기를 줍는다. 맑은 물 아래서 다슬기를 잡을 때마다 아이들은 '까르륵'거린다.
어머니도 아이들 따라 신이 나셨는지 큰 소리로 웃으신다.
저렇게 밝은 웃음은 몇 년 새 처음이다.
아이들과 엄마와 나와 아내가 그렇게 어울려 노는 사이 아버지는 계곡 앞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셨나 보다.
'얼릉 와 밥 먹어'라시며 손짓 하신다. 닭볶음탕이었다.
부모님과 아이들과 아내와 여러 가족들이 계곡 옆 숲 그늘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여름 날 숲 속의 만찬은 행복의 맛 그 자체였다.
행복한 만찬이 끝나고 우리는 또 계곡으로 향했다.
양쪽 팔에 큰 애와 작은 애를 하나씩 끼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더울수록 계곡 물은 더 차가웠다.
바위가 층을 이룬 곳에는 작은 폭포가 만들어 졌고 그 곳에 등을 기대고 등줄기에 흐르는 뜨거운 열기를 식혔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거센 물살을 무서워하더니 아빠의 팔에 안겨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고는 깔깔거리며 물장난을 한다. 재잘대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섞인다.
[여행정보]
< 길안내 >
자가용
중부고속도로 증평I.C - 증평읍내를 지나 청안 방면 592번 도로 - 37번 국도 - 금평삼거리에서 좌회전 - 32번 도로 - 도원삼거리 우회전해서 도원교 건너 좌회전 - 화양 1교 건너 좌회전 - 충북자연학습원 앞 삼거리 좌회전 - 송면삼거리에서 좌회전 - 송정삼거리에서 우회전 - 선유동입구삼거리 - 선유동계곡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송면 가는 버스가 오전 7시10분,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 등 하루 3대 있다.
3시간30분 소요. 1만3800원.(2012년 7월23일 기준)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송면 가는 버스가 오전 7시20분, 오전 9시20분, 오전 11시20분, 오후 12시20분,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5시, 오후 7시에 있다. 1시간35분 소요. 6200원.(2012년 7월23일 기준)
*송면 버스정류장에서 선유동계곡 초입까지 약 1.5km 거리.
< 숙박 >
선유동계곡 초입 길가에 행복한펜션(민박, 070-8820-4778) 등 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선유동 계곡 중간 쯤에도 민박집이 있고 계곡 상류에도 민박집이 한 곳 있다.
계곡 상류 민박집(선유동휴게소, 043-833-8008)은 가게와 음식점을 겸하고 있다.
< 음식 >
계곡 근처에는 특별하게 유명한 음식은 없다.
선유동계곡에서 약 17km 거리에 있는 청천면소재지에 나오면 다슬기국을 파는 식당이 있다.
선유동계곡에서 약 24km 거리에 있는 괴산읍내(시외버스정류장 부근, 시내버스정류장 부근)에도 다슬기국으로 유명한 식당이 몇 곳 있다.
괴산 다슬기국은 지역 특산물 먹을거리다.
자료제공: [[머니위크]장태동의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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