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두령 넘어 홍천 국립삼봉자연휴양림]
운두령을 넘는다.
1500m를 넘나드는 산줄기가 숲의 바다를 이루는 이곳에서 1089m 높이의 운두령은 길을 내기 가장 적당한 낮은 산등성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운두령은 대한민국에서 만항재(1330m) 다음으로 높은 고개다.
그래서 구름도 쉬어 넘어 간다는 의미의 '운두령(雲頭嶺)'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두령을 넘으면 홍천군 내면이 나온다.
내면은 내린천 상류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다.
56번 도로로 접어들어 내린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길 왼쪽에 삼봉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인다.
해발 1089m 운두령 정상
◆텀벙 뛰어들어 뒹굴고 싶은 계곡
가칠봉(1240m) 응복산(1155m) 사삼봉(1107m) 세 개의 봉우리가 있어 이름이 '삼봉'이다.
이 세 봉우리 아래 전나무, 분비나무, 주목, 박달나무, 피나무, 고로쇠나무 등 울창한 천연림을 이루고 있는 곳에 삼봉자연휴양림이 있다.
삼봉자연휴양림은 깊은 숲과 맑은 계곡, 탄산약수인 삼봉약수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KBS TV 오락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뒤에 더 유명해 졌다.
휴양림 입구부터 약수터까지 약 3~4km 남짓 된다.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 팀의 주 촬영지는 그 중간에 있는 야영장과 그 앞 물놀이장이었다.
계곡에 돌을 쌓아 만든 자연 물놀이장은 숲 그늘 아래 있어 물빛도 초록색이다.
맑은 물은 발이 시리도록 차갑다.
어른 허벅지 정도까지 차는 물은 고이며 흘러 물살이 잔잔하다.
그런 계곡물을 보고 있으니 '텀벙' 뛰어들어 뒹굴고 싶은 마음이 인다.
크고 작은 돌과 바위 사이로 하얗게 부서지며 흐르는 그 물소리가 새 소리와 어울렸다.
숲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더해지면 자연이 만들어 내는 합주곡 그 자체다.
계곡은 야영장 위로 계속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숲과 계곡이 온통 초록빛을 발산한다.
계곡 옆 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시원하다 못해 시린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계곡은 그렇게 흐르며 곳곳에 사람이 쉴 수 있는 곳을 내어 준다.
길에서는 흙 향기가 솟고 숲에서는 진한 숲 향기가 날아와 온몸을 감싼다.
나비와 풀벌레들이 '나플나플' 날아다니고 길가 풀꽃들은 흙먼지 속에서 더 아름답다.
이런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휴양림 안의 약수터
◆깊은 산속 옹달샘, 삼봉약수
얼마 지나지 않아 삼봉약수터가 나왔다. 삼봉약수는 '신약수'와 '옛 약수터' 두 곳에서 샘솟는다.
'신약수'에는 약수 족욕탕을 만들었다.
약수물을 흐르게 하고 그 곳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 옆 안내판에 약수가 무좀에도 좋다고 적혀 있다.
약수가 흐르는 긴 통나무 물길이 철분 때문에 벌겋게 물들었다.
옛 약수터에는 약수를 마시고 물통에 받아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가져온 팸플릿에 삼봉약수는 조선시대에는 실론약수(實論藥水), 실룬약수라 불렸으며 제일철, 유리탄산, 중탄산이온 등 15가지 약수성분이 함유돼 위장병에 좋고 신경쇠약, 피부병, 신장병, 신경통에도 효험이 있다고 적혀 있다.
효험이야 직접 겪어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동의보감'에서도 물의 급수를 나누고 있고 제일 좋은 물로 약재를 달여 정성으로 바쳐야 한다는 치병의 기본을 설파하고 있으니 예부터 내려오는 삼봉약수의 내력에 믿음이 간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마시고 물통에 받아간다.
그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약수 맛을 봤다.
'톡' 쏘는 탄산기운의 첫맛, 입안에 퍼지는 약간 '찝질'한 두번째 맛에 이어 약수를 넘기고 입안에 남는 '달달'한 맛이 느껴진다.
이 물로 밥을 하면 밥이 퍼런색으로 되고 그 맛 또한 일품'이라며 아줌마들은 무슨 큰 비밀이야기를 하는 양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휴양림 통나무집에 머물며 이 물로 밥을 해 본 모양이다.
더러는 '찝질'한 맛 때문에 몇 모금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약수는 그 유명세로 마시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약'의 기운을
전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물 캐는 아줌마가 선녀 같다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숲 그늘에 앉았다.
울창한 숲을 이룬 그 속에 앉아 있으면 마음도 푸르러 지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약간의 돈을 내고 목공예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숲 해설가와 함께 산책로를 걸으며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목공예체험을 하는 가족이 보인다. 벽에는 그 동안 만들었던 '작품'들이 놓여있다.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산책로라지만 우거진 숲에 난 오솔길을 걷고 있으면 깊은 산중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걷는 중에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자체가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무슨 의식 같다.
더 많은 싱그러움을 몸에 들이고 몸 속 노폐물과 생활에 찌든 마음까지 다 배출하려는 듯 들숨 날숨이 깊다.
휴양림에서 가칠봉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5km 등산코스도 즐길 수 있지만, 산책로만 으로도 숲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울긋불긋 등산복에 배낭을 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숲 그늘에 앉아 있다.
얼굴이 상기된 걸로 봐서는 이제 막 등산을 마치고 이곳에 앉은 모양이다.
젖은 머리카락이 힘들지만 상쾌한 산행을 말해주는 듯 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숲 속 나무탁자에 산에서 따 온 나물을 널어놓고 정리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께 무슨 나물이냐고 물으니 질경이란다.
아주머니는 이어 "질경이가 남자들 전립선에 좋대요,
그래서 따왔어요"라며 말을 덧붙인다.
남편을 위해 허리 굽혀 따온 나물은 자연이 준 보석 같은 선물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약수터 근처 숲에도 나물을 캐는 아주머니가 한두 명 보인다.
그렇게 딴 나물을 계곡물에 씻어 정리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산기슭 계곡을 허리 굽혀 걷는, 눈길 손길 바쁘게 움직이는 저 아름다운 집중.
계곡 바위 그늘에 앉아 목적 없는 눈길을 계곡 어딘가에 놓는다.
이 먼 곳까지 함께 와 나란히 걸었던 그 가족의 웃음도, 아이 손잡고 나뭇조각을 맞추던 엄마 아빠의 손길도, 남편을 위해 나물을 뜯던 아줌마의 굽은 허리도, 잠깐이나마 이 숲 속에 묻혀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숲을 따라 그렇게 마음이 물드나 보다.
돌아오는 등 뒤로 푸른 숲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여행정보]
< 길안내 >
자가용
*서울~춘천 고속도로 - 동홍천IC - 56번 국도 - 내면 - 양양 방면 56번 국도 - 삼봉자연휴양림.
*서울~영동 고속도로 - 속사IC - 31번 국도 - 내면 - 양양 방면 56번 국도 - 삼봉자연휴양림.
대중교통
매우 불편하다.
두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또 버스도 드물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홍천 가는 버스를 타고 홍천 도착. 홍천에서 내면 가는 버스를 타고(하루 8회 운행) 내면 도착. 내면에서 삼봉자연휴양림 앞을 지나는 버스 이용. 버스 기사에게 휴양림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버스에서 내려 약 3~4km 도보.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진부 가는 버스를 타고 진부 도착. 진부에서 내면 가는 버스를 타고(하루 3회 운행) 내면 도착. 내면에서 삼봉자연휴양림 앞을 지나는 버스 이용. 버스 기사에게 휴양림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버스에서 내려 약 3~4km 도보.
*내면에서 삼봉자연휴양림 초입을 지나가는버스 시간은 오전6시40분, 오전9시, 낮 12시, 오후 2시40분, 오후 6시25분, 오후7시.
< 음식 >
휴양림 주변 특산물 먹을거리는 메밀 막국수[약수식당(약수매점) : 033-435-7838]다.
그 밖에 휴양림 주변 길가에 송어회, 백숙, 오리요리, 두부요리, 산나물 요리, 백반과 찌개류 등을 파는 식당이 있다.
< 숙박 >
국립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서 '삼봉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과 야영데크 등 예약을 하면 된다.
그 밖에 휴양림 가는 길에 민박이나 펜션 등이 있다.
< 체험활동 >
*목공예체험(만드는 품목에 따라 1인 1500~3000원) : 체험시간은 오전 10~12시. 오후 2~4시. 목공예 체험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리니까 종료 1시간 전에는 시작해야 함.
*숲해설 : 무료. 오전 10~12시. 오후 2~4시.
*야외에 있는 족욕시설 무료 이용
< 이용요금 및 문의 >
입장료 : 300~1000원
주차료 : 1500~3000원
숲속의집 : 성수기 비수기 또는 방 크기, 사용 인원수에 따라 2만1000~16만원
야영데크 : 1일 1개 4000원.
주소 :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산197-1
문의 : 삼봉자연휴양림 033-435-8536. 홍천버스터미널 033-432-7893. 진부버스터미널 033-335-6307.
장태동의 여행일기/홍천 국립삼봉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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