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 찾기-98차 추월산]
겨울 끝자락, 담양호에 가득한 '봄'
조선 시대 선비들은 자신의 큰 뜻을 이룰 수 없으면 낙향, 고향에서 자신의 몸과 정신을 닦고 후진을 양성했다.
그러다가 국난이 일어났을 때 분연히 일어나 목숨까지 바치는 기개도 발휘했다.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한채, 명예욕에 대한집착을 떨치지못하고 계속기웃대는 요즘의 정치세태와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경상도의 대표적 양반 도시가 안동이라면 전라도는 담양이라 할 수 있다.
가사문학의 태두인 정 철과 같은 문사가 나왔는가 하면 임진왜란 때는 호남 의병의 본거지가 됐다.
동학농민전쟁 때는 전봉준이 끝까지 항거한 고장이기도 하다.
대쪽 같은 선비의 기상을 닮은 대나무의 산지라는 것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곳,
그 곳에는 담양호를 배경으로 소담스레 자리잡은 추월산이 있었다.
추월산은 서쪽으로 내장산국립공원, 동쪽으로 강천산도립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니 정상 부위에는 나무 한 포기 제대로 없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녹은 눈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리다 절벽에 걸쳐 다시 얼어있다.
옛 사람들은 정상부가 달에 닿는 듯 보인다하여 추월(秋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는데 이해할 만 하다.
또 강천산에 있는 금성산성과 더불어 임진왜란 때 치열한 격전지였던 것이 실감난다.
호남의 곡창 지대를 지켜내기 위한 보루였을 것이다.
사실 늦겨울의 산은 큰 재미가 없다. 심설 산행도 끝자락인데다,
아직 봄 기운도 느낄 수 없이 삭막하다.
군데군데 자리잡은 산죽이 더 푸르러 보였던 이유다.
30여분을 오르자 큰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자연동굴이 있었는데, 작은 물가에 도롱뇽 알이 눈에 띈다. 추월산에서 만난 첫 봄의 흔적이다.
동굴에는 여전히 고드름이 달려 있다.
곧바로 끝도 모를 나무 계단이 시작된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을 찰나, 갑자기 앞서가던 참가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담양호가 눈 앞에 펼쳐진다. 겨우내 숨을 죽였을 담양호는 어느새 겨울 흔적을 지우고 코발트빛을
뽐내고 있다. 주명진씨는 "캐나다 록키 산맥을 산행하다 마주쳤던 그림같은 호수 풍경과 비슷하다"며 자리를 뜰 줄 모른다. 회색빛 하늘이 아쉬울 뿐이다.
상봉 바로 밑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는 암자 보리암이 자리잡고 있다.
위치도 그렇거니와 오가는 길도 빙판이다.
구도의 경건한 세상으로 진입하는 듯 발걸음이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진 이유다.
이 곳부터 상봉을 거쳐 추월산 정상으로 이르는 능선길은 눈이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오는 4월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의 마지막 눈 산행이라 생각하니 서운함이 밀려온다.
이처럼 똑같은 산행을 하면서도 느낌은 제각각일 것이다.
하단부로 내려서자 계곡물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추월산에서 만난 세번째 봄 흔적이다.
산행 말미에 자리잡은 대나무 숲이 잘 가라 손짓한다. 너무나 혹독했던 겨울도 이제 가려나보다.
○…추월산 산행에는 산 사진 전문인 이한구 사진작가가 함께 했다.
산악잡지에서 사진기자를 하면서 산을 만나 그 깊은 속을 앵글에 담기 시작한 이 작가는 지난 2011년 고 박영석 대장의 안나푸르나 남서벽 등반 원정 때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비보를 접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산행은 이처럼 때로는 목숨을 걸고 뜻을 같이 하는 행위이기에, 동료들과는 전우애가 느껴진다"며 "흔히 산행은 몸으로 말하는 언어라 한다.
산행을 통해 이런 신성하고 숭고한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산 사진은 잘 찍은 혹은 좋은 것으로 구분된다"며 "마음에서 우러나와 피사체와 교감을 느낀다면 좋은 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조만간 전시회를 통해 선보일 히말라야 원정 산행 사진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추월산은?>
전남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 경계를 이루는 호남정맥 상에 위치해 있다.
밑에서 올려다볼 때 바위로 이뤄진 험준한 봉우리가 달에 닿을 정도로 높게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전남 5대 명산 가운데 하나이며, 해발 600m에 위치한 보리암이라는 암자는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 전해진다.
기암괴석과 석벽이 마치 성을 쌓은 듯 산을 둘러싸고 있다.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3년 3월 9~10일에는 전북 진안에 위치한 구봉산(1002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구봉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28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자료제공: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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