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따라 걷는 700리길(갈맷길)봄, 사포길을 걷다...
부산 갈맷길
바다 따라 걷는 700리길… 바람도, 사람도 부산에서 봄을 맞는다
바다·산·강·호수 어우러진 풍경과 이야기 가득한 항구·시장 매력 겸비
갈맷길 걷는 관광객 부쩍 늘어… 스탬프로 추억 남기는 여행수첩
섬 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 준비… 지역 대표 관광상품으로 변신 중
봄이다.
아직 꽃샘 추위란 '복병'이 남아 있지만 바람 속의 칼은 무뎌졌고 햇살은 따스해졌다.
메말랐던 나무가지들도 꽤 물기가 올랐다.
매화, 목련, 유채, 벚꽃, 진달래…. 곧 산에 들에 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그러면 노랑, 분홍, 빨강이 마음에 '자연 빛'을 드리운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 속에서 걷는다.
목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옷, 신발, 가방에 코끼리, 새, 갈고리 등등이 없어도 된다.
그저 편한 신발에 차림이면 그만이다.
공항이나 역에 내려서 버스·지하철을 타면 된다.
용돈이라면 요깃거리 값 정도면 충분하다.
단, 시간은 필요하다.
손잡고 혹은 얘기 나눌 동행이 있다면 '비단 위에 꽃'이다.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야경./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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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날, 걷는 길 중에도 부산·울산·경남의 산책로는 아주 매력적이다.
바다, 산, 강, 호수 등 4가지를 모두 품고 있는 사포(四抱)의 길이기 때문이다.
'사포'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4가지'라도 그 안엔 천(千), 아니 만(萬)의 얼굴을 한 자연이 담겨 있다.
- 부산 서구 암남동 암남공원 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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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길(6-2, 7-2코스)로 분류된다. 모두 '700리(263.8㎞)'다. 꽤 긴 거리다.
그렇지만 차나 배, 비행기를 타고 오랜 시간 멀리 가야 하는 곳에 있지 않다.
대개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도심과 지척이다.
그런데 그안은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도심의 소란함, 분주함, 번잡함이 전혀없다. 봉쇄 수도원, 심산유곡 절집처럼 호젓하고 고즈넉하다.
문탠로드(2-1코스)·이기대공원(2-2코스)이 그러하고 절영산책로(3-3코스)·성지곡
수원지(6-2코스)도 그렇다.
손닿을 듯한 곳에 큰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하고 몇걸음만 옮기면 큰 도로가 지난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다른 별이다. 지저귀는 새들의 낯선 언어에 즐겁고 솔바늘에 씻긴 바람이 싱싱하다. 생강나무, 돈나무, 감탕나무, 서어나무, 팥배나무…. 노루귀, 얼레지, 족두리풀꽃, 마삭줄…. 이런 낯선 이름들이 눈 앞에 정겹게 서있다. 쇠백로, 큰고니, 혹부리오리, 좀도요 등 철새는 어떤가? 짱뚱어, 버들치, 경모치 등 물고기들은?
이런 길을 걸으면 '상구보리(上求菩提)'다. 세속을 떠나 청정한 곳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KTX의 속도로 달리던 도심의 시간은 이곳에서 굼벵이 운행을 한다. 몸이 느려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면 시간도 속도를 줄인다.
아니 멈추는 듯하다. 시간의 운동이 과거, 현재, 미래의 직선형이 아니라면?
삶이 아주 달라질지 모른다.
매일 성지곡수원지 길을 걷는 강연가이자 오지여행가인 도용복(69)씨는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 숲속을 걷다보면 마음이 씻겨지고 온갖 고민들이 술술 풀린다"며 "매일 깨달으며 사는 삶이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다대포 몰운대에서 바라본 일몰./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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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엔 '구름 위의 산책'만 있는 게 아니다.
일제강점, 해방, 6·25전쟁, 근대화와 성장….
밀랍돼 남아 있는 근·현대사의 현장도 그 길에 있다.
1-1코스인 기장군 월내엔 보부상 수반의 공덕비가 있고 기장군 임랑엔
고(故) 박태준 회장의 생가가 있다.
3-2코스에 있는 귀환동포·월남파병의 부산항, 6·25 전쟁의 피란민들이
몰렸던 영도다리와 원도심 산복도로(3-2, 3-2코스)….
시간이 쌓이고 사연이 모인 인문(人文)의 창고인 셈이다.
사람이 북적대는 저자거리에서 깨우쳐 대중을 구한다는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이다. 그 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까? 어쩌면 부산의 갈맷길은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을 씨줄과 날줄로 새로운 그물, 새로운 마음을 엮어내는 산파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 사포(四抱)길
‘사포’는 풍수학에서 많이 쓰는 ‘삼포(三抱, 산·강·바다를 낀 명당자리)’란 용어에 호수를 더해 만든 조어(造語).
즉, 산·강·바다·호수를 품고 있는 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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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갈맷길 1~9코스
-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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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은 9개 코스에 263.8㎞다. 700리 가량이다.
낙동강의 길이에 맞먹는다. 각 코스는 2~3개의 소구간으로 나뉜다.
각 구간은 짧게는 5.7㎞(2-1구간, 해운대 문탠로드~수영구 민락교),
길게는 23㎞(6-2구간, 북구 구포역~부산진구 성지곡수원지)에 이른다.
소구간을 걸으려면 각 2~7시간 걸린다.
9개 코스 전 구간을 전부 답사하려면 86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어른의 보통 걸음으로다.
쉬지 않고 같은 속도로 계속 걷는다면 사흘 하고도 두나절쯤 지나야 하는 셈이다. 사람이 기계가 아니니 전 구간을 답파하려면 훨씬 더 시간이 걸리는 꽤 긴 거리다.
1~5코스는 주로 해안을 따라 걷는다.
동쪽 끝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에서 시작, 서쪽 끝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까지다. 동해에서 남해로 이어지는 이 해안 코스는 모두 167.6㎞에 이른다. 최고 높은 지역이 해발 300m여서 길이 대체로 완만한 편이다.
임랑을 출발, 바다를 끼고 파도와 얘기하며 걷다가 2코스 1구간 중간인
유엔기념공원쯤에서 육지로 올라와 부산의 명물인 산복도로(산허리에 난 도로) 구간을 지나 부산역·용두산공원·광복동 등 원도심으로 내려온다.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다시 바다를 끼고 영도 태종대·절영산책로를 거쳐 남항대교를 타고 4코스인 송도쪽으로 건너간다.
이어 4코스 끄트머리 부분인 사하구 몰운대를 지나 신평장리공단쯤에서
부터 을숙도를 가로지르면서 잠시 낙동강을 만난 뒤 해안을 따라가면
5코스의 종점인 가덕도다.
이 해안 코스들은 동해안 해수욕장인 임랑·일광·송정, 남해안 해수욕장인 해운대·광안리·송도·다대포 등 다양한 풍광과 개성을 자랑하는 부산의
해수욕장들을 모두 섭렵할 수 있다.
기암절벽에 우거진 숲, 그리고 발아래 파도소리, 머리 위 바다바람에 실린 솔내음, 코 끝을 간지러는 싱그런 공기, 눈을 즐겁게 하는 벚꽃·산수유·
매화·야생화….
때론 해식절벽 옆으로 설치된 나무구름다리를 따라 바다위를 걷기도한다.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서쪽 끝자락에선 백사장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자갈마당을 볼 수 있고,
강서구 명지동 해변에선 철새들의 군무를 즐길 수 있다.
해안코스 서단인 가덕도는 2010년 가덕대교·거가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섬이었던 곳. 따라서 아직 사람들 손이 덜 탄 지역이다.
주산인 연대봉에
오르면 남해안 다도해·낙동강하구·대마도 등으로 툭 트인 해안 조망·풍광을 즐길 수 있다. 솔나무, 소사나무, 나도밤나무, 진달래, 철쭉, 꿩의 바람꽃, 얼레지, 노루귀…. 식생도 다양하게 잘 보존돼 있다.
6~9코스는 4코스와 5코스가 만나는 낙동강하구둑 입구에서 시작, 북쪽으로 올라가 내륙을 다시 동쪽으로 기장군청까지 횡단한다. 총 길이는 96.2㎞. 낙동강 하류를 따라걷는 6코스, 금정구 상현마을에서 회동수원지를 돌아 수영강으로 이어지는 8코스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이 산길이다. 백양산, 금정산, 장년산, 도독고산, 아홉산, 일광산 등을 지난다.
최고 해발 800m까지 올라가 오르내림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가파른 곳이 많은 것은 아니다. 울창한 편백숲으로 유명한 백양산 성지곡수원지에다
‘1000마리 거북과 1만마리 자라가 있는 형상’이라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고즈넉한 분위기의 널찍한 호수인 회동수원지, 벚나무·무궁화·단풍거리 등에 MTB코스를 갖춘 일광산 등 그 변화가 맛깔스런 길들이다.
Busan 이기대 코스
몽글 새순이 다닥했다.
동네 친구 3명과 아침 운동을 나온 주부 최유미(여·37)씨는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산 2가지 매력을 한꺼번에 즐기는
행복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며 "산책을 하다 보면 시야도 마음도 탁 트인다"고 말했다.
이곳은 갈맷길 2-2코스 중 일부인 이기대 구간(용호부두 동생말~오륙도 선착장). 용호동 해안을 따라 해식동굴·구름
다리·해녀막사·못난이골짜기 등이 산재했다.
안에선 싱그런 공기에 호젓한 자연이지만 바로 옆은 도심이다.
부산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메트로시티가 있고 바다 건너편으론 '부산의 강남'이라는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데 마치 마법의 장막이 쳐진 것처럼 전혀 딴판이다. '숨겨진 보물'이란 느낌을 준다.
Busan 문탠로드
- 부산 해운대구 문탠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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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 새소리가 곳곳서 들렸다.
소나무 잎을 스치고 지나온 바다 바람엔 솔내음이 묻어있었다.
맑고 싱싱했다. 산책을 나온 주민 김민자(여·63)씨는 “보름날 밤 9시쯤
조금 더 위 해월정에서 20m쯤 올라가 소나무 사이에 서보라”며 “교교한
달빛, 그 빛을 받아 은파로 반짝이는 바다, 소나무 사이로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만병이 싹 씻겨 나간다”고 말했다.
이곳은 갈맷길 1-2코스 중 끄트머리 구간.
해안 절경에다 우거진 숲, ‘대한8경’의 하나로 꼽히는 달맞이언덕 대보름달,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경계(해월정 앞바다)의 서로 다른 물색깔, 도시풍으로 세련된 주변 경관 등이 어우러져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코스다. 봄에는 달맞이언덕 도로 좌우로 도열한 벚나무의 꽃이 만발, 장관을 이룬다.
Busan 절영산책로
- 부산 영도구 절영해안./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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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3-3코스(영도구 절영해안산책로)는 나라가 인증한 한국 최고의
해안산책로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0월 이 산책로를 ‘전국 5대 해안누리길’로 선정했다.
대마도와 송도 쪽으로 드넓은 바다 풍경을 배경 삼아 울창한 해송과 기암
괴석 등 절경이 펼쳐진다.
입구의 해녀·영도다리 등의 모자이크 타일 벽화, 오색칠을 한 150개 피아노계단, 해안 절벽 바로 아래서 굽이치는 파도와 그 파도에 ‘또르르’ 소리를 내는 몽돌이 반기는 ‘파도의 광장’ 등이 있다.
맑은 날이면 52㎞ 떨어진 대마도를 볼수있다는 전망대, 장승과 돌탑, 바다 위에서 출렁대는 다리, 장미터널, 무지개 분수 등 곳곳에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별사탕처럼 숨어 있다.
부산항 부두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영도 앞바다에 떠있는 세계 각국의 배들을 구경하는 것도 이색적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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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주변 명소
바다에 접한 절벽에 세워진 용궁사로 이어진 계단에는 용궁사로 내려가는 사람, 용궁사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줄을 지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용궁사 산보에 나선 모습도 보였고,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갓 시작된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회사원 김정식(37)씨는 "친구들과 갈맷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용궁사로 오게 됐는데 언제 봐도 멋진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갈맷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명소'들을 만나게 된다.
부산이 자랑하는 유명 해수욕장과 바다는 물론이고 사람 내음 물씬 풍기는마을과 시장, 산 속의 고찰 등이 갈맷길 길목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전경./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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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이 일품인 기장군 장안읍 장안사도 좋다.
해운대를 필두로 송정·일광·임랑·광안리 등 부산의 대표적 해수욕장들도 즐비하다.
4~5월쯤 광안리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단지안에선 활짝핀 벚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부산역, 용두산공원, 광복동 등 원도심 지역에서는 사람과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구수한 사투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자갈치시장,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국제시장, 없는게 없다는 '깡통시장
(부평시장)' 등에서 부산 인심을 만나 것도 일품.
- 부산 영도구 태종대./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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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역사와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40계단문화관광 테마거리, 일제 강점기 당시 수탈의 상징인 동양척식
주식회사의 부산지점 건물인 부산근대역사관 등도 볼만 하다.
용두산공원에 있는 120m 높이의 부산타워에 오르면 원도심과 부산항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부산역 맞은 편의 미니 차이나타운인 상해거리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서부산 쪽의 갈맷길에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명소들이 펼쳐진다.
강가의 갈대밭 길을 걸으며 철새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을숙도가 있고, 초대형 통유리로 낙동강 하구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도 있다.
낙동강 하구와 이어진 다대포에서는 최고높이 55m를 자랑하는 세계최고 최대규모의 '꿈의 낙조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낙동강하류 대저·삼락·화명둔치등에선 11만평 유채꽃밭을 비롯, 코스모스·메밀꽃과 다양한 야생화 꽃무리를 즐길수있다.
자료:조선일보.박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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