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전세 구하기
전세사기로 해마다 수천억원대 보증금 먹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건축주·중개사·매수인·분양팀·은행원에 이르기까지 리베이트를 받으려고 조직적·지능적으로 움직이면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피해자들이 구제받기도 쉽지 않다.
전세사기의 고의성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권리관계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법령의 허점을 보완하고 보증보험상품 가입 및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특약 설정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전세계약 시 가장 먼저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검색이 되는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매물을 소개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부동산의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 전세금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돌며 발품을 파는 것도 방법이지만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신축빌라의 경우 거래 내역이 존재하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신축빌라를 중심으로 건축주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후 명의만 제공하는 바지사장에게
매각하는 깡통전세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주로 노숙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수수료를 주겠다고 하거나 보증금을 이어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계약자와 실소유자의 신상정보가 일치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건축물대장·등기사항증명서·전입세대열람내역서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문서도 검토해야 한다.
대부분의 근저당권도 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부동산의 면적과 불법건축물 여부를 체크하고, 전입세대열람내역서를 기반으로 또 다른 임차인
유무와 이중계약 여부 및 보증금 총액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일이 잦은 집주인도 위험하다.
세금 체납에 따른 공매는 조세채권 우선 원칙에 의거해 전세 확정일자 권리를 앞선다.
세입자는 공매 후 세금 체납액을 제외한 돈만 받을 수 있다.
세금 체납액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등기사항증명서에는 부동산 소유주의 국세 체납 사실이 고지돼 있지 않아, 집주인에게 국세·지방세 납부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해야 한다.
미납국세열람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집주인의 동의서를 받아 소재지 세무서를 방문하면 밀린 세금 내역을 뽑아 준다.
이 외에도 전세계약을 체결한 당일 주민센터를 방문해 확정일자를 부여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입신고를 하면 다음 날 0시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집주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아직 등기사항증명서에 잡히지 않았거나 전입신고 당일 집주인이 대출을
실행할 가능성에 대비해 시중은행에 대출실행 여부를 문의하고 주말이나 공휴일 계약을 피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임대차계약서에 전입신고 다음 날까지 선순위 저당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사항까지 넣으면 보증금을 날릴 위험성
이 줄어든다.
아울러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해 주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상품이다. 물론 빈틈은 존재한다.
집주인이 보증기관에 다른 채무가 있으면 세입자는 보증보험 가입을 거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입자는 상품 가입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까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이때에도 임대차계약서 작성 시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준다는 약정을 거는 것이 좋다.
전세 계약이 끝났더라도 보증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면 살림을 전부 빼서는 안 된다.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필수적이다.
이 제도는 현재 이 집에서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증금을 못 받고 나갔기 때문에 보증금 회수 순위가 가장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임차권등기는 등기사항증명서에 기록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고 임차인을 보호하는 실효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보증보험
가입을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제도 활성화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악용사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경각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증보험 가입 활성화 노력과 더불어 가입하지 않은
대상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전세가율을 공개하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 마련과 함께 보증금액이 큰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우리나라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보증금 규모는 몹시 비대하다"며
"한 달치 임대료와 비교해 보증금으로 책정할 수 있는 배수의 상한선을 규정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 지나치게 비싼
보증금으로 인해 개인이 짊어지게 되는 위험 부담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전세가율이 급등한 권역을 위험지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법안으로 '나쁜 임대인 공개'가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전세보증금을 고의로 또는 상습적으로 편취하는 임대사업자의 정보를 공개
하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까지도 국회 계류 중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발표한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시 주택가격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공시지가 150% 제도 등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손볼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개설하고 전세사기를 근절하겠다며 전담수사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어렵게 모은 전세자금을 사기로 모두 잃고 어쩔 줄 몰라하는 신혼부부의 사연을 접한 적 있다"며 "
흉기로 사람을 해치는 것만 살인이 아니라 조직적·악질적 사기는 한 가족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경제적 살인"이라고 분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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