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판례

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308911 판결[부당이득금]

호사도요 2024. 6. 17. 08:34

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308911 판결

[부당이득금]

〈채무를 면하는 경우와 같은 재산의 소극적 증가도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공2024상,721]

 

【판시사항】

[1] 채무를 면하는 경우와 같이 어떠한 사실의 발생으로 당연히 발생하였을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갑의 자녀를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갑에게 전화하여 갑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갑의 은행계좌에서 을에게 부여된 병 주식회사의 가상계좌로 100만 원을 이체하였는데, 위 돈은 을의 병 회사에 대한 신용카드대금으로 결제되었고, 이에 갑이 성명불상자로부터 송금을 받은 을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을이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을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에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이러한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이익’을 얻은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채무를 면하는 경우와 같이 어떠한 사실의 발생으로 당연히 발생하였을 손실을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재산의 소극적 증가도 이익에 해당한다.

[2] 갑의 자녀를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갑에게 전화하여 갑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갑의 은행계좌에서 을에게 부여된 병 주식회사의 가상계좌로 100만 원을 이체하였는데, 위 돈은 을의 병 회사에 대한 신용카드대금으로 결제되었고, 이에 갑이 성명불상자로부터 송금을 받은 을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을이 자신의 신용카드대금 채무이행과 관련하여 병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된 갑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갑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때 을이 얻은 이익은 위 돈 자체가 아니라 위 돈이 병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되어 자신의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므로, 을이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하였는지는 을의 부당이득 반환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닌데도, 을이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을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에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41조 [2] 민법 제741조,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225978, 225985 판결(공2018상, 58)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두60287 판결(공2019상, 48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덕화)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3. 11. 23. 선고 2023나353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이러한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이익’을 얻은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채무를 면하는 경우와 같이 어떠한 사실의 발생으로 당연히 발생하였을 손실을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재산의 소극적 증가도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225978, 225985 판결,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두60287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자녀를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원고 명의 계좌에서 피고에게 부여된 신한카드 주식회사(이하 ‘신한카드’라 한다) 명의의 농협은행 가상계좌로 100만 원을 이체한 사실, 이 돈으로 신한카드와 각 카드 가맹점 간의 약정에 따라 피고 명의로 결제된 물품대금 정산이 완료됨으로써 피고의 신한카드에 대한 신용카드대금 채무가 소멸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원심은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그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원고 계좌에서 송금된 돈이 피고의 계좌로 입금되었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가 위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려면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러한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하면서,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4. 그러나 위 사실관계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자신의 신용카드대금 채무이행과 관련하여 신한카드 명의의 가상계좌(원심은 이를 피고의 계좌라고 표현하였으나 이는 피고의 신용카드대금 납부 목적으로 생성된 신한카드의 계좌이다)로 송금된 원고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때 피고가 얻은 이익은 위 돈 자체가 아니라 위 돈이 신한카드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되어 자신의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하였는지는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