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판례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6760 판결[후원금반환청구의소]착오

호사도요 2024. 10. 15. 08:11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6760 판결

[후원금반환청구의소]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공2024하,1570]

 

 

【판시사항】

[1] 특정한 목적을 위한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에서 그 목적이 민법 제109조에서 정한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인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법률행위 당시 의사표시자의 인식이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고, 그 인식이 실제로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갑 사회복지법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양로시설 및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을은 갑 법인의 후원 안내에 따라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일반후원 납입 계좌로 후원금을 송금하여 왔는데, 그 후 후원금이 대부분 법인에 유보되어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폭로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을이 갑 법인을 상대로 후원금 반환 등을 구한 사안에서, 갑 법인과 을 사이에 체결된 후원계약은 특정한 목적의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위 후원계약의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는데, 갑 법인이 표시하고 을이 인식하였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므로, 을은 착오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9조에 따라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라야 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한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에서 그 목적이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인지는, 이러한 형태의 계약에서는 재산권의 무상 이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특수성을 염두에 두면서, 목적의 표시 여부, 표시 주체와 방법, 쌍방의 목적 인식 여부, 목적의 구체성, 목적이 증여의 불가결한 기초 사정이 되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민법 제109조에 따라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다만 어떠한 인식이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고 그 인식이 실제로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있다.

[3] 갑 사회복지법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양로시설 및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을은 갑 법인의 후원 안내에 따라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일반후원 납입 계좌로 후원금을 송금하여 왔는데, 그 후 후원금이 대부분 법인에 유보되어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폭로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을이 갑 법인을 상대로 후원금 반환 등을 구한 사안에서, 갑 법인과 을 사이에 체결된 후원계약은 특정한 목적의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인데, 갑 법인의 후원 안내에 따르면 후원을 받는 목적은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고, 을이 후원금을 송금한 일반후원의 목적은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돕기 위한 것으로, 쌍방은 위와 같은 목적을 공유하였고 이러한 목적은 을이 후원계약을 체결하게 된 불가결한 기초 사정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후원계약의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을은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되어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인식, 나아가 갑 법인이 그 점에서 신뢰할 만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을의 인식은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도 포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갑 법인 스스로 밝힌 후원 목적 및 이에 의거하여 을이 가지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 점, 갑 법인이 표시하고 을이 인식하였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을이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며,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을은 착오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9조, 제554조 [2] 민법 제109조 [3] 민법 제109조, 제554조

【참조판례】

[2]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공2020하, 1053)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사회복지법인 ○○○ △△△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병준)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3. 11. 21. 선고 2023나68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양로시설 및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7. 8.부터 2020. 4.까지 31회에 걸쳐 피고에게 월 5만 원씩 후원금을 송금해 왔다(이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후원계약을 ‘이 사건 후원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인 ‘△△△’ 홈페이지에 안내된 계좌로 후원금을 납입하였을 뿐 별도로 피고와 후원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나. 피고의 위 홈페이지에는 ‘△△△’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후원 안내에 ‘후원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만행을 폭로하고 일본이 과거사에 대하여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활동에 쓰여진다.’는 후원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고, 후원 형태는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으로 나누어 안내되어 있었다.

다. 정기후원에 특유한 구체적 목적이나 정기후원금 납입 계좌는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일시후원은 그 구체적 목적에 따라 ① 일반후원(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②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③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유형별로 납입 계좌가 별도로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는 그중 일반후원 납입 계좌로 후원금을 송금하여 왔다.

라. 그런데 ‘△△△’ 일부 직원들은 피고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하겠다면서 모집한 막대한 후원금이 대부분 법인에 유보되어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비로 치료비 등을 지출하는 상황이라는 취지의 폭로를 하였고, 이에 관한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자 원고는 후원금을 반환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마. 제1심은 이 사건 후원계약을 부담부증여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후원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지게 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원심은 위자료 청구 부분을 고쳐 쓰는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그 결론을 유지하였다.

2. 판단

가. 민법 제109조에 따라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라야 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한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에서 그 목적이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인지는, 이러한 형태의 계약에서는 재산권의 무상 이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특수성을 염두에 두면서, 목적의 표시 여부, 표시 주체와 방법, 쌍방의 목적 인식 여부, 목적의 구체성, 목적이 증여의 불가결한 기초 사정이 되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민법 제109조에 따라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 참조). 다만 어떠한 인식이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고 그 인식이 실제로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있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함께 살펴보면, 착오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후원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후원계약은 특정한 목적의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이다. 피고 홈페이지의 후원 안내에 따르면 후원을 받는 목적은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고, 원고가 후원금을 송금한 납입 계좌에 연계된 일시후원 중 일반후원의 목적은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다. 원고가 그중 어떤 목적을 구체적으로 의도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느 경우이든 이 사건 후원계약의 목적이 위안부 피해자 후원과 관련된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쌍방은 위와 같은 목적을 공유하였고, 이러한 목적은 원고가 이 사건 후원계약을 체결하게 된 불가결한 기초 사정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후원계약의 목적은 단순한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고, 그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피고의 후원 안내 중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쓰여진다고 한 부분은 장차 후원금을 그 목적으로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뿐만 아니라 현재도 후원금을 해당 목적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의 진술도 포함한다. 원고는 이러한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되어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인식, 나아가 피고가 그 점에서 신뢰할 만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원고의 인식은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도 포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경기도 노인복지국의 회계조사결과(갑 제47호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피고가 모집한 후원금 약 89억 원 중 위안부 피해자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에 지출한 금액은 2억여 원(2.3%)뿐이고, 원고가 후원금을 송금한 마지막 해인 2020년 예산서에 따르면 △△△에 지출할 금액은 8,000만 원으로 계상되어 있는 반면 정관의 목적 사업에도 없는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재산조성비는 80억 원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원심은, 피고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여 추가 비용을 지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숫자(4~6명)에 비해 너무 많은 후원금이 들어와서 이를 법인 계좌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피고 스스로 밝힌 후원 목적 및 이에 의거하여 원고가 가지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 만약 대부분의 후원금을 법인에 유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까지 고려한 적절한 후원 안내를 함으로써 후원자들이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후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였어야 했다.

4) 특정한 목적의 기부나 후원이 이루어진 경우 그 금원이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 모집비용의 다과, 관련 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가 표시하고 원고가 인식하였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것임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라. 그런데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착오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후원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