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4696 판결
[대여금]
〈고의의 불법행위로 체결된 소비대차계약에 기한 대여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 허용 여부가 문제된 사건〉
[공2024하,1567]
【판시사항】
[1]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유추적용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2] 민법 제496조의 규정 취지와 적용 범위 / 수동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위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계약상 채권에 따른 대여금과 이자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적용을 할 수 있다. 법률의 유추적용은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
[2]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보복적 불법행위의 가능성을 줄이고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변제받도록 하는 한편, 상계 금지라는 불이익을 부과하여 고의의 불법행위자를 제재함으로써 장차 그러한 불법행위를 억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보호하고 가해자는 제재한다는 사회적 정의관념이 상계 제도에 반영된 규정이다.
이 규정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관한 것이므로 그 외의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채무불이행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행위에 기초하여 두 개의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여 경합하는 경우나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부당이득 원인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원인에 기초하여 두 개의 청구권이 발생하여 경합하는 경우 등 상계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동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
[3]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상 채권에 따른 대여금 및 이자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계약상 채권은 상대방의 기망행위가 아니라 쌍방 사이의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권리이고, 그 급부의 이행으로 지향하는 경제적 이익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동일하여 양자가 경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민법 제496조가 정한 상계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계약상 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도 없기 때문이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496조 [3] 민법 제49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공2020상, 977)
[2]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공2002상, 567)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공2017상, 527)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12. 14. 선고 2023나200235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계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을 대여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소로써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대여금 중 변제받지 못한 나머지 대여금과 이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피고는 그중 일부에 대하여 상계항변을 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의 기망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대여하였기 때문에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므로 위 대여금 등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금지된다고 주장하였다.
나. 1)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적용을 할 수 있다. 법률의 유추적용은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참조).
2)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보복적 불법행위의 가능성을 줄이고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변제받도록 하는 한편, 상계 금지라는 불이익을 부과하여 고의의 불법행위자를 제재함으로써 장차 그러한 불법행위를 억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보호하고 가해자는 제재한다는 사회적 정의관념이 상계 제도에 반영된 규정이다.
3) 이 규정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관한 것이므로 그 외의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채무불이행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행위에 기초하여 두 개의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여 경합하는 경우(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참조)나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부당이득 원인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원인에 기초하여 두 개의 청구권이 발생하여 경합하는 경우(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참조) 등 상계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동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
4)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상 채권에 따른 대여금 및 이자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계약상 채권은 상대방의 기망행위가 아니라 쌍방 사이의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권리이고, 그 급부의 이행으로 지향하는 경제적 이익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동일하여 양자가 경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민법 제496조가 정한 상계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계약상 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도 없기 때문이다.
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이 사건 대여금을 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청구하는 대여금 등 채권에 대하여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49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이 부분 상고이유는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석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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