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 사용 기한 12년 제한 철회
농식품부, 농지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도입되는 ‘농촌 체류형 쉼터’의 사용기한을 최장 12년으로 제한하는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농촌 체류형 쉼터의 사용기한을 ‘기본 3년 이후 3년씩 최대 3회 연장’으로 정했지만 “12년 뒤에 없애야 한다면 누가 자기 재산을 투자해 쉼터를 짓겠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가 12년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안전·기능·미관·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오는 12월 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이 소유한 농지에 컨테이너나 목조로 설치하는 연면적 33㎡(10평) 이내의 임시 숙소다. 여러 규제가 따랐던 농막(農幕)과 달리 숙식이 가능하다. 주거 공간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야외 덱(deck)과 정화조, 주차장 같은 부대시설도 숙소와 별도로 설치할 수 있다. 농지에 세워지는 만큼 쉼터 소유자는 영농 활동을 해야한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이 면제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 계획 발표시 가설건축물의 내구연한을 고려해 최장 12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하지만 “사용기간 제한이 오히려 쉼터를 지으려는 도시민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귀총·귀농 관련 커뮤니티에는 “쉼터 설치 비용만 최소 수천만원이 들고 부지 비용까지 합하면 수억원이 들어가는데 무조건 12년 후 철거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에 농식품부는 국토교통부와 협의 끝에 건축법 시행령 15조의 ‘가설건축물’ 규정을 적용, 쉼터의 사용기한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건축법 시행령 15조 7항은 ‘가설건축물의 존치기간은 3년 이내로 하며, 존치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횟수별 3년의 범위에서 가설건축물별로 건축 조례로 정하는 횟수만큼 존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가 존치기간 연장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쉼터가 본격 도입된 후 지자체 조례에 쉼터의 사용기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농막 이용자들도 농촌 체류형 쉼터로 넘어올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 후 3년간 기준을 충족한 농막은 쉼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농막의 경우 농사와 관계없이 숙박을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주거 시설인 체류형 쉼터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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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대안으로 나온 쉼터...주말 농부들 "12년 후 철거? 누가 짓겠나"
사용기간 규정에 "탁상행정" 비판
“12년 지나면 무조건 철거해야 하는데 누가 수천만 원 이상 들여서 농촌에 쉼터를 짓겠습니까.”
농막(農幕)에서 숙박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려다가 철회한 정부가 농막의 대안으로 올해 말부터 도입하기로 한 ‘농촌 체류형 쉼터’를 두고 주말농장족(族)과 예비 귀농인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년 사용 후 철거’라는 사용 기간 규정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이 소유한 농지에 컨테이너나 목조로 설치하는 임시 숙소로, 여러 규제가 따랐던 농막과 달리 숙식이 가능하다. 야외 덱(deck)과 주차장 같은 부대시설도 설치할 수 있다.
회원 수가 54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귀농·귀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을 발표한 이후 열흘 넘게 ‘12년 뒤 철거’ 규정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수십 개 올라오고 있다. “모처럼 정부가 제대로 일하는가 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12년 후 없앨 거면 그냥 농막 쓸란다” “내 재산을 왜 정부가 철거시키나”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귀농·귀촌 관련 각종 유튜브 채널들도 “12년 사용 기한을 없애달라고 정부에 민원을 넣어달라”는 콘텐츠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유튜브 영상마다 “남의 재산을 물로 보나” “자동차도 12년 넘게 타는데 집 지어서 12년만 쓰고 고물상에 넘기라는 소리” 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농막을 대체하는 쉼터 도입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존 농막 이용자를 비롯해 전원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진 예비 귀농인 사이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기본 3년 이후 3년씩 최대 3회 연장 이후엔 철거 및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실망과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중개업체 아리지파트너스 김동호 이사는 “쉼터 설치 비용만 최소 3000만~5000만원 정도 필요하고, 땅 구입비와 부대 비용은 별도”라며 “요즘에는 20~30년 유지될 정도로 좋은 자재를 쓰는 가건물도 많은데, 무조건 12년 이후 강제적으로 철거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장 12년 사용 방침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촌 체류형 쉼터가 정식 주택이 아닌 건축법상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과 시행령은 ‘임시 숙소 등 가설건축물은 3년 이내의 존치 기간을 두고 필요한 경우 3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쉼터 사용 기간을 최장 12년으로 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정부는 조달청이 정한 컨테이너 주택의 내용연수(자산의 효용이 유지되는 기간)가 8년이라는 점, 대다수 지자체가 소규모 공동주택 안전 점검을 준공 15년 후 실시하는 점을 고려해 ‘12년 사용 기한’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촌 체험형 쉼터는 주거 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주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올해 초부터 국토교통부와 의견을 나눈 결과 12년이면 합당하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귀농·귀촌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우후죽순 마구잡이로 지어놓고 관리안하는 것보다 낫다” 등 사용기한 설정에 동의하는 의견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농촌 체류형 쉼터가 귀농·귀촌의 ‘징검다리’ 역할로 도입한 것이라는 취지도 강조하고 있다. 12년이 지났을 때도 농촌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다면 쉼터가 아니라 정식으로 농촌에 집을 마련하는 등 제대로 된 생활 기반을 갖추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농촌 체류형 쉼터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부동산 보유세 미부과 등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용 기한이 없다면 주택·별장용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설건축물은 어디까지나 임시용이어서 3년이 지나면 철거하는 게 원칙”이라며 “농식품부가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전제로 12년까지 동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현실을 감안하면 보다 혁신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초고령화, 인구 급감 등 여러 어려움에 놓인 농촌을 살리기 위해선 귀촌·귀농에 대한 확실한 유인 동기가 필요하다”며 “쉼터 사용 기한을 일률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구체적 안전 기준을 마련해 이에 맞는 건물일 경우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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