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근저당 족쇄 풀린다(129만명)
개인 고객엔 어떤 경우에도 은행이 일절 요구할 수 없게…
금융위, 3분기까지 개정
자영업자 A씨는 5년 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은행 직원의 권유에 따라 '포괄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는 포괄근저당이 주택담보대출만 담보하는 것으로 알고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지만, 보증을 서준 친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은행은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포괄근저당이라는 이유로 A씨의 집을 압류했다.
근저당이란 돈을 빌릴 때 담보를 잡는 것을 뜻하며, 이 중 포괄근저당은 금융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근저당을 말한다.
올 4분기부터는 위 사례의 A씨처럼 은행에 포괄근저당을 잡혔다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개인 고객에 대해서는 은행이 포괄근저당을 일절 요구할 수 없도록 은행감독규정을 3분기까지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은행 가계대출 468조원 중 72%(337조원)가 근저당이 설정된 대출인데, 그중 포괄근저당이 걸린
대출이 90조원이며, 고객 숫자로는 129만명에 이른다.
은행 고객 중에는 A씨 사례처럼 포괄근저당을 설정한 줄 몰랐다가 담보물(대개 주택)을 은행에 빼앗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포괄근저당을 설정한 뒤 신용카드를 연체하자 은행이 담보물을 압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개인 고객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든 은행이 포괄근저당을 걸지 못하게 할 예정이며, 기존에 포괄근저당이 잡힌 고객들이 만기연장·재약정·대환 등으로 기존 대출을 갱신할 때는 포괄근저당을 일반근저당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포괄근저당을 설정할 수 있는 경우는 기업(법인) 고객에 한하며, 그것도 해당 기업이 원할 때로 제한한다.
당국이 이번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지난 2010년 은행법 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포괄근저당을 요구하지 못하게 했는데도 은행들이 ‘빈틈’을 찾아 구태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고객에게 객관적으로 편리한 경우’에 포괄근저당을 설정할 수 있다는 애매한 예외 조항이 남아있다는 것을 악용해 계속 포괄근저당을 요구해왔다. 대개 포괄근저당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고객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었다. 또 개정법 이전에 포괄근저당이 잡힌 대출의 만기를 고객이 연장할 때 은행들이 포괄근저당을 풀어주지 않고 계속 유지해왔다.
은행들의 이런 구태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금융감독원에 제기되는 근저당 관련 민원은 매년 1000건을 웃돈다. 배준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포괄근저당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창구 직원들이 고객이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나쁜 버릇이 은행권에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빚을 모두 갚아 근저당이 소멸되면 은행이 근저당 등기를 말소하는 것을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부 은행들이 대출 상환이 모두 이뤄지고 난 이후에도 최고 2년까지 근저당을 그대로 설정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대출에 담보를 제공한 ‘제3자 담보 제공자’에 대해 채무가 얼마나 상환됐는지 알려줘 애꿎은 피해를 줄이도록 했다. B씨는 사업을 하는 아들의 대출에 담보를 제공했지만, 은행에서는 아들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B씨에게 아들의 채무 이행 상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 밖에 특정 종류의 대출에 따른 채무로 한정되는 한정근저당을 포괄근저당처럼 담보 범위를 확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은행에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은행에 한해 시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들의 포괄근저당에 대해서는 차후에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괄근저당
금융회사가 대출을 하면서 담보를 설정하는 것을 근저당이라고 하며, 그중 포괄근저당은 한번 담보를 설정해 두면 특정 대출뿐만 아니라 해당 금융회사와의 모든 금융거래에 담보로 쓰이는 것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거래마다 근저당권을 제각각 설정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포괄근저당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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