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바다와 갯벌, 그리고 가슴 저린 선조들의 호국혼
[위크엔드] 꼭 한번 가볼 만한 강화도 해안 호국돈대길
17㎞ 흙길 6시간 걸려 대부분 평탄한 둑길 길옆에는 들꽃과 억새
해안가 따라 초소 수십곳 신미양요·운요호 사건 때 외적과 맞서싸우던 격전지
강화는 '지붕 없는 박물관' 가는 곳마다 볼 것 넘쳐나
- 덕진진 가는 길에 흐드러진 억새와 들풀이 자리해 운치가 있다.
인천 강화도의 '호국돈대길'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해안누리길로 뽑혔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17일 걷기 여행에 좋은 전국 52개 해안누리길(505.1㎞) 가운데 '국민들이 꼭 한 번 가볼 만한 5개
대표 노선'을 발표했는데 그중 한 곳으로 뽑힌 것이다.
나머지는 전북 부안의 변산마실길, 전남 신안의 해넘이길, 경남 고성의 공룡화석지 해변길, 부산 영도의 갈맷길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중 호국돈대길에 대해 "역사적 사료가 남아있어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경관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이 길을 걸어보자.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시원한 바람, 탁 트인 바다와 갯벌, 여기에 싱싱한 해산물까지… 하루 여행길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강화도를 오가는 길의 교통 정체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가는 것이 좋다.
그래도 섬 안으로만 들어가면 강화도는 늘 넉넉하다.
◇바다를 끼고 국방 유적 이어져
17㎞의 호국돈대길은 갑곶돈대~더리미포구~용진진~용당돈대~화도돈대~오두돈대~광성보~신미순의총~용두돈대~
손돌목돈대~덕진진~남장포대~초지진으로 이어진다.
보통 걸음으로 걸어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대부분 평탄한 둑길이어서 걷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더구나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어서 시원하고 풍광이 좋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들꽃과 억새가 지천인 흙길을 밟으며 걷는 이 길의 매력은 도시사람들이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길에는 '돈대'가 많다.
'돈대(墩臺)'란 원래 '평지보다 조금 높게 올라와 있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바닷가에 있는 돈대는 바다로 오는 외적을 감시하고 공격하기 위해 만든 초소를 말하는데, 대개 높다란 땅을 골라 바깥 쪽에는 성곽을 쌓고 안에는 대포 등을 놓아두고 국토방위에 활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호국돈대길에 있는 돈대뿐 아니라 강화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있는 돈대는 대개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강화도에만 53개 돈대가 있다.
이 길에 있는 돈대 중에서는 용당돈대가 다른 돈대보다 상대적으로 바다 쪽으로 더 나가 있어 바다와 주변 풍광을 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오르든 시원한 바다 풍광을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역사 유적이 많은 강화도를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부르지만 한편에서는 '눈물의 섬'이라고도 한다.
우리 역사에서 강화도만큼 외적의 크고 작은 침략을 받은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호국돈대길에 있는 유적들이 그런 역사를 말해준다.
- 호국돈대길 중 초지진. 조선 말 일어난 신미양요와 운요호 사건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광성보는 1656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1745년에 돌성 형태로 다시 지어졌다.
1871년 신미양요 때 조선을 침략한 미국 군대에 맞서 어재연 장군이 이끄는 조선군 350여명이 대부분 숨을 거두고 20여명이 포로로 잡힐 때까지 필사의 항전을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휴식공간이 잘 갖춰져 있는 이곳에는 옛날 대포가 설치돼 있고, 신미양요 당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무명용사들과
어 장군을 기리는 비석이 서있다.
광성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미순의총은 당시에 숨진 무명 용사들의 묘지이다.
이곳에 딸려있는 손돌목돈대는 이름 그대로 손돌목을 지키는 곳인데, 손돌목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옛날 삼남(三南)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실은 배가 강화 앞바다를 거쳐 서울로 향했는데 이곳에서 물살에 밀려 자주 가라앉았다는 이야기가 '택리지' 같은 옛 문헌에 전한다.
덕진진은 배와 대포 등을 갖추고 지역을 방어하던 수군의 진지였다.
신미양요 때 강화도로 쳐들어온 미국의 함대에 맞서 이곳에서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다고 한다.
초지진은 바다에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1679년에 만든 요새이다.
신미양요 때 미군이 이곳으로 상륙해 전투를 벌였고, 1875년 '운요호 사건' 때는 조선 침략의 첨병으로 조선에 무력도발을 하기 위해 온 일본군함 운요호가 이곳 앞바다에서 초지진 포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다.
◇강화도의 다른 나들길
강화에는 이 호국돈대길 말고도 '역사문화 길' '해가 지는 마을 길' 등 7개 코스의 나들길이 더 있다.
구간마다 그 이름에 걸맞은 여행의 주제가 있고, 이에 맞는 유적지 등을 묶어 놓았다.
짧게는 3시간반, 길게는 8시간 정도 걸리는 길들이다.
강화군 관광개발사업소(☎032-930-4331)나 홈페이지(www.trekking.go.kr)에서 미리 나들이길의 주제를 알아보고
취향에 맞는 길을 고를 수 있다.
충분치는 않지만 길 중간중간에 나들길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리본·스티커 등이 붙어있고,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어 이를 따라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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