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전원생활
신문사 사표 내고 시골로 간 기자들…
전원주택도 소형이 대세...홍천·원주·횡성 주변 유망
별장처럼 큰 집은 안 팔려
495~661㎡ 땅 환금성 좋아
기자출신 전원주택 전문가들이 29일 경기도시공사가 경기 가평군 달전리에 조성 중인 전원주택단지 ‘북한강동연재’에서 전원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호 전원칼럼리스트, 김경래 OK시골 사장,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사장.
신문사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자연의 품에 안긴 전직 기자들이 있다.
전원생활에 매료돼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을 경기도시공사가 경기 가평군 달전리에 조성 중인 전원주택 단지 ‘북한강 동연재’에서 만났다.
경기도와 강원도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을 한 곳에 모으려면 중간 지점인 이곳이 적당했다.
국내 최초로 공기업이 개발하는 대규모 전원주택 단지인 데다 관리비를 절반으로 줄인 북미식 세미 패시브하우스(단열주택)
여서 함께 둘러볼 만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부동산 전문기자 출신인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사장은 벌써 전원생활 18년차다.
1996년 경기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해 이천에 정착했다.
전원주택 개발과 분양사업이 요즘 주업이다.
전원생활 잡지 편집장 출신인 강경래 OK시골 사장은 강원 원주시 치악산 자락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2004년 이사했으니 벌써 11년째다.
헤럴드경제 부동산 전문기자 출신인 박인호 전원주택 칼럼니스트는 귀촌 5년차다.
강원 홍천군 내촌의 한 오지마을에 파묻혀 농사로 소일하며 살고 있다.
이들로부터 전원생활의 진솔한 이야기와 전원·주말주택 고르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전원생활에 만족하십니까.
박인호
수입은 5분의 1로 줄었고 스트레스는 10분의 1로 감소했습니다. 남는 장사지요. 저는 80% 만족합니다.
집사람은 120% 만족한다고 하네요. 평균을 구하면 100%입니다.
김경래
전원생활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아요. 도시생활에 비해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이런 불편함을 여유로 알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야 전원생활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이광훈
아들과 딸이 모두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요. 매사에 뒷심도 좋고요.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란 덕분입니다.
시골에 살면서도 모두 서울시내 대학에 무난히 진학했어요.
▷최근 전원·주말주택의 트렌드는.
김경래
전원·주말주택 수요자는 서울·수도권 거주자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시내 아파트를 팔고 근처 시골에 전원주택을 구입합니다.
전원·주말주택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작은 집을 찾습니다.
495㎡ 규모 땅에 66㎡ 안팎으로 지어진 집입니다. 33㎡ 미만의 이동식 주택도 유행입니다.
이광훈
최근 양평·가평 지역 전원주택 수요자의 상당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입니다.
자녀를 자연의 품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인호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하면서 5년 전부터 귀농·귀촌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들은 서울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갑니다. 상대적으로 땅값과 집값이 싸기 때문이지요.
노후가 워낙 길어지다 보니 자녀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도 감수합니다.
▷전원·주말주택 가격도 아파트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이 내렸나요.
김경래
별장 개념으로 너무 크게 지어진 집은 최고점 대비 반값에도 안 팔립니다.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지요.
이런 집은 살 사람이 없어요.
이광훈
6611㎡나 되는 땅에 띄엄띄엄 펜션 여러 동(棟)을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10년 이상 공들여 가꾸느라 전원생활을 즐기기는커녕 고생만 했지요. 이런 땅은 쓸모가 없습니다.
비싸고 수익이 안 나오는 땅을 누가 사겠어요. 이런 땅이 양평·가평권에 널렸습니다.
박인호
그래도 495~661㎡ 규모의 땅은 별로 내리지 않았어요. 환금성도 좋지요.
대부분 수요자들이 이런 규모의 땅을 찾습니다. 하지만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외지인이 이런 물건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매물이 나오더라도 아는 사람끼리 거래합니다.
▷요즘 뜨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박인호
동서고속도로 완전 개통(2015년)을 앞두고 홍천군 서석 내촌 쪽으로 전원주택 수요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2012년 고점을 찍은 뒤 현재 횡보 중입니다. 홍천강 상류의 991㎡ 전후 대지는 3.3㎡당 30만원 정도 합니다.
김경래
수도권을 벗어나면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가깝고 산과 강이 있는 지역이 인기입니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교통이 좋아진 홍천의 팔봉산과 홍천강 주변 지역,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치악산 주변의 원주와 횡성 지역,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며 남한강과 충주호가 받쳐주는 충주 주변 지역 등이
유망합니다.
이광훈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곳은 꾸준히 인기입니다.
경기 양평·가평·남양주·용인·광주·강화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도시 기반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매매가격도 높습니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광훈
경기 양평 가평 남양주 광주 등에선 서울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특히 경춘선 복선전철이 완공된 후 양평과 가평이 출퇴근 가능한 전원주택지로 인기입니다.
전철을 이용하면 용산까지 30~55분 안에 갈 수 있습니다.
실제 경기도시공사가 가평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 조성하는 전원주택단지 북한강동연재 계약자의 절반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입니다.
김경래
강원도와 충북은 서울 출퇴근권이 아닙니다. 강원 원주·횡성 등의 전원주택 거주자는 대부분 원주 시내에 직장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좀 더 먼 강원 홍천, 충북 제천 등은 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이 찾습니다.
▷자녀 교육이 걱정될 것 같습니다.
이광훈
오히려 서울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양평 양서고, 가평 가평고 기숙형공립학교의 명문대학 진학률은 서울 소재 고등학교 못지않습니다.
1 대 1 과외를 진행하고 학원비도 들지 않습니다. 양평의 경우 수입·조현초 등 인기 있는 혁신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오는 이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박인호
홍천 지역 사회는 홍천농고와 홍천고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나오는 것도 매력이 있습니다. 꼭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원주택 시장 활성화를 막는 규제는 무엇입니까.
이광훈
임야에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산지관리법의 규제를 받아 모든 필지가 준공돼야 개별등기가 됩니다.
1개 필지가 분양이 안 되면 29개 필지가 지목 변경도 못하고 분할 등기도 할 수 없습니다.
산지 난개발을 막기 위한 취지지만 과잉 규제입니다.
김경래
소형주택을 건축할 때도 반드시 건축사를 통해 신고하도록 한 점도 문제입니다.
아무 하는 일도 없는 건축사에게 도장값으로 200만원을 줘야 합니다.
박인호
대지가 1000㎡를 넘으면 반드시 4m 진입로를 확보토록 한 규제도 철폐돼야 합니다.
시골길 진입로는 대개 긴 경우가 많습니다. 한 부분이라도 4m에 도달하지 않으면 인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매입하거나 사용 허락을 받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듭니다.
▷전원생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광훈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는 사람들을 가끔 만납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시골로 내려가지 못합니다.
고민하다가 끝납니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다 싶으면 과감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집을 싸구려 자재로 짓는 것도 반대합니다. 집이 숨을 쉬어야 사는 사람이 건강합니다.
김경래
부인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전원생활을 못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배우자의 동의를 받으려면 평소에 가사 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배우자가 용기를 냅니다.
박인호
농사로 돈을 버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생 2막을 귀농이 아니라 귀촌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귀농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된장, 효소, 한과 사업을 합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지요.
경쟁자가 너무 많고, 차별화가 힘들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귀농에 실패하는 지름길입니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곳…내 마음의 명당 찾아라
주말·전원주택용으로 땅을 고를 때는 내가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더라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면적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 욕심내 덩치만 키워 놓으면 나중에 부담이 된다.
관리가 안 되고 조바심이 생겨 얼마 못가 지친다.
마음이 멀어지면 결국 찾지 않게 돼 애물단지로 변한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실제 이런 주말주택이 많다.
사는 곳서 자동차로 1~2시간 거리
너무 멀고 불편한 곳이면 이용하기 쉽지 않다. 사는 곳에서 자동차로 1~2시간 내에 오갈 수 있는 곳이면 좋다.
주변에 스키장이나 골프장, 유명 관광지, 유원지 등 즐길 만한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조용한 것을 원한다면 반대다.
내 스타일과 목적에 맞아야 한다.
나한테 딱 맞는 땅을 만만한 마음으로 찾기는 쉽지 않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생각을 바꿀 필요도 있다.
현재는 마음에 덜 차고 불편하고 좀 멀더라도 앞으로 내가 만들 수 있는 땅, 향후 좋아질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땅을 찾는 사람들은 현재의 모습만 보고 선택하려고 든다.
하지만 땅의 현재 모양만 보고 선택하면 후회할 수 있다.
때로는 모양은 그럴듯하지만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땅인 경우도 많다.
땅을 구한 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인허가를 받아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용도지역이 관리지역인지 여부, 도로가 있는지, 규제사항은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생활을 하려면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수도나 전기, 전화, 정화조 등을 설치해야 불편하지 않다.
이때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갖춘다면 그 다음에 자신이 가꿔야 좋은 땅이 된다.
수도권 주변 땅값 비싸…경기도 외진 곳 관심
좋은 땅은 애초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주말·전원주택지는 더욱 그렇다.
원래부터 좋은 땅도 있지만 그런 땅은 이미 주인이 있거나 비싸 내것으로 만들기 어렵다.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금은 좀 부족하지만 몇 년을 두고 가꾸면 좋은 땅이 된다.
그렇게 땅을 좋게 만드는 과정이 주말주택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은 땅값이 비싸 마땅한 부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주말·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이 더 먼 지역까지 관심을 두는 이유다.
서울·수도권을 기준으로 했을 때 경기도에서도 오지인 가평의 북면이나 양평의 양동과 같은 곳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강원 홍천의 홍천강 주변, 횡성의 안흥·강림과 둔내 IC 주변, 원주의 치악산 주변, 평창의 스키장과 계곡 주변으로 주말주택이 많이 들어선다. 영월의 주천강변도 인기 지역이다.
충청지역에서는 충주, 진천, 제천, 단양에서 고속도로와 연계된 자연경관이 좋은 곳들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수도권에서 자동차로 2시간 이내에 포진해 있다.
서울·수도권 인구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도 주말주택을 많이 찾고 있어 전국 어딜 가나 주말주택이나 전원생활용
으로 좋은 땅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직접 땅을 알아보기 어렵다면 분양하는 전원주택 단지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입지와 함께 분양가의 적정성, 분양주체의 재무구조 등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경기도시공사가 경기 가평 달전리 북한강변에 조성 중인 북한강동연재의 경우 공기업이 분양하는 최초의 전원주택 단지여서 인기가 높다. 믿을 수 있는데다 냉난방비를 절반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좋은 터를 잡았다면 맘에 들도록 잘 짓는 일만 남았다. 전원주택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다.
설계를 꼼꼼하게 하고 계획대로 실천하는 게 기본이자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설계는 배치계획, 평면계획, 입면계획을 잡는 것이다.
옆집과의 거리, 채광, 통풍을 고려해 부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지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가족의 수와 라이프스타일도 고려해야 한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주택 내부 공간을 결정할 때 가족 의견을 잘 반영해야 뒤탈이 없다”고 조언했다.
건축비는 천차만별이다.
구조와 부위별 자재, 기능, 공사범위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집을 지을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시공업체를 선정하라”고 당부한다.
혼자서 하다가 나중에 시공업체를 찾는 경우 집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비용도 더 많이 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상수도와 전기 등 인프라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도심 내 주택처럼 상수도를 쓸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직접 지하수를 개발해야 한다.
비용은 얼마나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다르다.
전기도 200m 이내에서 끌어올 수 있으면 무료지만 그 이상일 때는 비용이 발생한다.
공사가 끝나면 하자보수 등을 위해 시공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상수도와 전기 등 설비 담당자 연락처를 확보해둬야 한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읍·면 단위 농어촌 지역에 대지 660㎡, 건축연면적 150㎡, 기준시가 2억원 이내의 집을 신축하면 도시에 집이 한 채 있더라도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전국 각지에 들어서는 전원주택은 주로 ‘실속형’이 많다. 공간 효율은 높이고 건축비는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땅콩집’이다. 하나의 대지에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한 집이다.
마당을 공유하고 택지구입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큰 집 한 채가 잡은 집을 품고 있는 형태의 ‘캥거루하우스’도 눈에 띈다.
겉에서 보면 한 집이지만 실제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작은 집 한 채는 세를 놓거나 펜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동식 주택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목조를 비롯해 철골, 황토 등 맘에 드는 소재의 집을 골라 주문하면 트럭에 집을 실어 통째로 배달해준다. 화장실과 주방을 갖춘 바닥면적 20~30㎡의 주택 가격이 1600만~2000만원 정도다.
이동식 주택 전문업체인 스마트하우스의 이영주 대표는 “여러 채를 연결해 넓은 집을 만들 수 있고 다락방을 넣어 복층집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도시 접근성·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 뒷받침 돼야
소득 확보한 뒤 농사 도전…귀촌자 모임 적극 활용해야
귀농·귀촌을 결심하면 가장 먼저 정착할 지역을 골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땅을 살 때 주변 사람 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시골 땅값은 시세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고 유통과정에서 거품이 낀 경우도 많아서다.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도시에 거주할 때부터 관심 있는 지역을 미리 정해 꾸준히 찾아가 봐야 한다.
정기적으로 시세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준비기간이 길수록 해당 지역의 사정도 잘 알게 되고, 급매물을 잡을 가능성도 커진다.
전원생활에 땅값 상승이라는 ‘덤’까지 추가로 얻으려면 ‘개별 땅’만 보지 말고 ‘지역 전체’에 주목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수려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접근성, 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도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인근에 문화재가 있거나 전통과 특색이 있는 마을을 택하는 것도 좋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전통 체험이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땅이나 집은 필요한 만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큰 규모를 고집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큰 집은 환금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귀농(歸農)’에 앞서 ‘귀촌(歸村)’에 먼저 도전하라고 말한다.
귀농이 농사로 생계를 꾸리는 개념이라면 귀촌은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겨 전원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귀촌을 했다가 적성에 맞으면 귀농하는 수순이 좋다.
다만 처음부터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면 미리 영농학교에서 농업기술을 익히거나 관심 있는 작물에 대해 공부해 둬야 한다.
주말농장이라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좋다. 영농 계획도 꼼꼼하게 짜 둬야 한다.
농사에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연봉 1억원대 부농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처음 농사에 도전하는 도시인에겐 언감생심이다.
소일거리 삼아 적당한 크기의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보다 자신과 잘 맞으면 귀농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귀농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돈’이라고 지적한다.
생각보다 농사일이 어려운 데다 제대로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귀농 1~3년차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활비가 나올 수 있도록 도시에서 미리 소득을 확보한 뒤 귀농·귀촌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도시에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등 임대주택을 사둬 고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리거나 퇴직·개인 연금을 확보했다면 시골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시골사람과 섞여 생활하기도 쉽지 않다. 도시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과 농촌에서만 산 사람들의 행동방식과 생각은 천양지차다. 짧은 기간에 농촌 사람들과 동화되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현지 주민들과 빨리 친해지려고 조바심 내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적응하라고 조언한다. 귀농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모임)를 형성하고 친구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씀씀이도 현지 여건에 맞게 줄이는 것이 좋고, 전원생활이 낭만적이라는 막연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시골에선 모기나 쥐, 뱀 등이 많고 겨울을 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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