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하회마을'(랑중) 선 풍수 연구 한창… 한국 풍수, 대륙에 추월당할라
중국에 두 풍수사가 있었다.
나라에서 이들로 하여금 황제를 위한 터를 잡게 하였다.
둘은 전국을 돌아다녔다.
얼마 후 황성으로 돌아온 그들은 잡은 자리를 보고하였다.
첫째 지관은 자기가 잡은 자리에 동전 한 닢을 묻어두었다고 하였다.
둘째 지관은 쇠못(鐵釘) 하나를 박아두었다고 하였다.
나라에서는 신하들을 보내어 그 자리를 파보게 하였다.
파보니 쇠못이 동전 구멍에 꽂혀 있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놀라 넘어졌다.
동전을 묻은 지관은 원천강(袁天綱)이었고, 이어 쇠못을 박은 이는 이순풍(李淳風)이었다.
이들이 잡은 명당은 훗날 건릉(乾陵)이라 부르게 되는데, 당나라 고종황제와 측천무후의 무덤 자리가 됐다.
중국인들의 과장법이 심한 것은 알려진 바이지만, 이 내용은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전설이다.
이순풍과 원천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고향은 모두 쓰촨성(四川省) 랑중(阆中)이다.
둘 다 죽어서 고향 랑중에 묻혔는데, 이 또한 우연인지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두 무덤이 있다.
랑중 사람들은 이들을 위해 사당(천궁원·天宮院)을 짓고 제사를 지내왔는데 문화혁명 때도 훼손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랑중 사람들은 이렇게 큰 인물을 배출한 것이 산세가 좋아서라는 이른바 '인걸지령론(人傑地靈論)'을 내세운다.
실제로 랑중은 중국 4대 고성(古城) 가운데 하나로 중국 정부가 최고급 관광지(5A급)로 지정할 정도로 아름답다.
'삼면을 물이 감싸고(三面環水) 사면을 산이 감싸고 있어(四面環山) 물이 산속에 있고(水在山中) 성이 물속에 있는 듯하여(城在水中) 시 한 편과 같고 그림 한 폭과 같다(如詩如畵)'는 말이 전해질 정도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확대판이라고나 할까?
낙동강이 삼면으로 감싸고 그 바깥으로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하회마을이다.
또 몇 백 년 된 고택이 온존하며 아직도 사람들이 산다.
전주의 한옥마을과 같다.
그런데 랑중은 하회마을보다 산은 높고 물은 깊다.
'지붕과 문짝만 한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보다 원형 보존이 더 잘되고 있다.
이처럼 풍수와 인연이 깊은 랑중을 중국이 가만둘 리 없다.
2012년 12월 랑중시는 풍수지리를 자국의 '정신 자산'으로 규정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선포식을 거행하였다.
단순히 국내용 행사가 아니라 해외 각국의 풍수술사 및 학자들을 초청하여 자리를 빛내게 하였다.
행사는 일회성이 아니라 격년제로 열고 있어, 올해 10월에도 국제 풍수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풍수 종주국으로 중국, 그리고 풍수 발원지로서 랑중을 세계 각국에 각인하고자 함이다.
필자는 두 번 모두 그 행사를 참관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풍수학이 이제 점차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비록 풍수가 중국에서 발원하였다 할지라도 중국학자들의 풍수 연구는 1990년대부터 다시 시작한 수준이어서 그동안 학문적 깊이와 연구가 주변국에 못 미쳤다.
이와 달리 우리는 어떠하였을까?
고려와 조선의 국학(國學)으로서 풍수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받아, 광복 이후에도 한국 풍수학의 전통은 끊이지 않았다.
고(故) 이병도 박사(역사학), 고(故) 배종호 연세대 교수(철학),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지리학),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건축학),
정기호 성균관대 교수(조경학),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조경학) 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풍수를 바탕으로 자기 전공에 크게 기여
하였다.
그 학문적 수준이 중국보다 지금도 훨씬 높다.
조선 왕릉과 안동·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이들 덕분이었다.
우리 생활 깊숙이 배어 있는 풍수의 전통을 소중하게 발전시키지 못하면 조만간 이 분야에서도 중국이 우릴 추월할지 모르겠다.//
[김두규 교수 國運風水(국운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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