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속 네 마리 새, 한 사람의 '길·흉·회·인'을 상징화했다는데…
많은 사람이 역술인을 찾는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살 직전 성완종 회장은 역술인을 만났다고 한다.
그 만남의 이유와 결과는 두 사람만이 알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는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씨가 실제로 만난 사람도 역술인이었다.
역술인들과 사회 지도층들과의 '공생 관계'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늘 있어 왔다.
사람들은 역술인에게 의존하지만, 그 역술인도 배우고 의지하는 '뭔가'는 있게 마련이다.
-
- 송간금수도(작가 미상, 송나라)
동양에서 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경전은 주역이다.
흔히 주역을 통달하면 개개인의 운명을 족집게처럼 집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주역으로 점을 치면 본질적으로 4가지, 즉 길·흉·회·인(吉·凶·悔·吝)의 답변이 나온다.
점을 치는 사람의 소망을 이루는 것을 길(吉)이라 하고, 실패를 알려주는 것을 흉(凶)이라 한다.
길(吉)과 흉(凶) 사이에 회(悔)와 인(吝)이 있다.
회(悔)는 흉함이 예상되지만 중간에 뉘우치면 길(吉)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인(吝)은 길(吉)할 수 있는데 처신을 잘못하면 흉(凶)이 됨을 말한다.
즉 점치는 사람의 처신과 결단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그런데 주역은 난해하여 세상 이치에 통달한 통치자(君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단점을 대체하기 위해 또 다른 운명 해독술(解讀術)들이 쏟아져 나왔다.
육임점(六壬占)·별점·사주·풍수·관상 등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에서는 별점(占星)이 주류를 이루었고, 여말선초부터 지금까지는 사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점치는 방법이 다양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운명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풍수도 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어떤 관계일까?
산수(山水) 간에 터를 잡고(복·卜), 건물을 짓고(영·營), 그곳에 거주하기(거·居)까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마지막으로 그 길흉을 따지는 행위(점·占)가 풍수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산수화(山水畵)가 된다.
이 때문에 유명 산수화가들이 "그림 속에도 풍수가 존재한다(畵亦有風水存焉)"거나 "산수화를 그릴 때 또한 풍수를 따져야 한다(作画亦講風水)"고 말할 정도였다. 몇몇 산수화가들은 실제로 점치는 것을 삶의 일부로 삼기까지 하였다.
원나라 때의 4대 산수화가로 꼽히는 황공망(黃公望)과 오진(吳鎭) 두 사람은 역술인으로도 활동하였다.
생계 때문에 점을 쳤다고 말하지만 이는 이들의 인생을 폄훼한 것이다.
산수화 한 폭을 가지고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
'송간금수도(松澗禽獸圖)'는 작가 미상의 송나라 때 그림이다.
그림 속 산은 웅장하고 물은 굽이쳐 흐른다.
풍수에서 '산은 인물을,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고 해석한다.
큰 인물과 재물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다.
물 한가운데 바위를 놓아 수구막이를 하였다.
수구가 제대로 막혀야 지기(地氣)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바위에 앉아 있는 새를 포함하여 모두 4마리가 등장한다.
서로 다른 4마리로 볼 수 있지만 한 마리 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위에 앉아 있던 새가 세상을 향해 우측 상단으로 비상한다.
하지만 거대한 산에 막혀 좌측으로 선회를 한다.
끝내는 거대한 소나무에 막혀 중간 지점에 착지한다.
그리고 처음 출발했던 자신(바위 위의 새)을 바라본다.
한 인간의 생애 혹은 그 사람의 '길·흉·회·인'을 상징화한 것이다.
바위에 앉아 있는 새는 앞으로 비상할 미래의 자신(운명)을 가늠해보는 것이며, 중간에 앉아 있는 새는 삶의 종점에서 가야 할 곳을 찾는다.
점이란 본질적으로 자신을 객관화하려는 시도이다.
그림에서 앉아 있는 2마리 새는 관조 행위로 상징된다.
점은 도모하는 일의 길·흉·회·인을 묻는 것인데 해답은 이미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역술인을 찾는 것은 이를 확인하고픈 심리작용이다.
원래 인간은 자기가 풀 수 있는 문제만을 설정할 뿐이다.
능력 그 이상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자는 초인(超人)이거나 광인(狂人)으로 미치거나 죽음으로 삶을 마감한다.
'생활에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양(陰陽)이란 (0) | 2015.06.10 |
---|---|
흥선군의 아버지 남연군 묘 (0) | 2015.06.08 |
인테리어 풍수와,색 (0) | 2015.06.02 |
동작동 국립현충원 유래 (0) | 2015.06.01 |
전주 모악산에 김일성 始祖墓 (0) | 2015.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