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군의 아버지 남연군 묘
흥선군에 '2명의 天子' 나올 명당 잡아준 후 실종… 풍수사 정만인 미스터리
작년 일본에서 노자키 미쓰히코(野崎充彦) 오사카시립대 교수가 '풍수 대가를 통해서 본 한국 풍수의 특질'이란 논문을 '술의 사상
(術の思想·미우라 구니오·三浦國雄 編)'이란 책을 통해 발표했다.
노자키 교수는 한국 풍수의 특징을 '실천 풍수'로 규정하고 그 주역들로 도선, 하륜, 박상의, 정만인 등의 역사적 인물을 꼽았다.
도선과 하륜은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일반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박상의는 선조와 광해군 때 조정에서 활약한 지관(地官)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대를 따라 조선에 왔던 중국의 풍수사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눈 풍수사였다.
현재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동묘(東廟) 터는 그가 잡은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소설 '박상희(朴象羲)'는 바로 이 인물을 다루었다.
해방 이후 최초의 풍수학자인 고(故) 배종호 교수(연세대 철학과)는 박상의를 "국풍(國風)의 지위에 앉음으로써 조정 고관, 부귀 권세가의 존숭(尊崇)을 한 몸에 모았던 사람"으로 평했다.
현재 그의 무덤은 전남 장성호 호숫가에서 잘 관리되고 있는데, 박상의가 한 시대를 풍미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문제는 노자키 교수가 '실천 풍수'의 대가로 소개한 정만인이다.
그는 분명 실존 인물이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두 명의 천자가 나올 터(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를 흥선군에게 소개했고, 그 명당 발복(發福)으로 고종과 순종황제가 태어나게 했다는 주인공이다.
정만인은 흥선군의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곳에 이장해주고 "계해년(癸亥年)에 흥선군의 둘째 아들이 국왕이 된다"고 예언했다.
-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 정만인이 터를 잡았다.
동시대를 살았던 황현과 윤효정 같은 지식인과 관리가 남긴 기록에 언급되어 있는 것을 보면 뜬소문이라 할 수 없다.
황현은 그의 친구 이건창(조선 말 대학자)에게서 이에 대해 들었는데, 이건창은 흥선대원군에게 직접 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거짓일 리 없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50여년밖에 거슬러 올라가지 않은 19세기에 실존했던 정만인의 흔적이 없다는 점이 무언가 이상하다.
남연군 묘는 1868년 독일인 오페르트가 도굴을 시도한 일로 당시 조선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도굴범 오페르트는 훗날 독일로 귀국한 뒤 '굳게 닫힌 나라 조선 여행(Ein Verschlossenes Land, Reisen nach Korea)'이라는 책을 출간해 당시 자신의 도굴을 변명했다(1880년).
그렇게 유명한 남연군 묘를 잡아준 당사자가 정만인이었다.
쉽게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 인물이 아니었다.
내포지역(충남 서북부 가야산 주변을 통칭하는 지역) 사람이라고 그곳 향토사지는 기록하지만 전설임을 전제한 글이다.
선배 풍수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그가 여진족이라고 확신한다.
만주로 귀향했기 때문에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잡은 흥선대원군이 천기누설을 우려해 그를 죽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죽임을 당했다 하더라도 그 후손은 남아 있지 않을까?
만약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후배 풍수학인의 입장에서 필자가 선배 풍수사 정만인의 입장을 헤아려 다음
과 같이 변명해본다.
'소생 정만인은 2명의 천자가 나올 자리를 흥선군에게 잡아드렸습니다.
일본과 중국에 휘둘리지 않는 당당한 천자의 나라 조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그는 세계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부국강병보다 권력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천자국의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후회하였습니다. 하여 소생은 가족과 함께 흔적을 감추었습니다.'
조선 풍수사(風水史)에서 정만인의 실종은 최대 미스터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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