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차명거래 전면금지
차명예금으로 稅혜택 받으면 형사처벌한다
금융위·은행聯 '차명거래 원천금지' 세부 지침 마련
생계형 등 비과세상품 가족명의로 가입 '불법'
동창회 등 단체회비 총무명의 관리는 가능
세뱃돈도 부모명의 통장이면 부모 돈
2014년 11월 29일부터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자신의 돈을 예금해서 세금 혜택을 보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세금 혜택을 받지 않으면 처벌은 피하지만 돈의 소유자는 자신이 아닌 예금 명의자가 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29일부터 차명거래를 원천 금지하는 개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이런 내용의 세부 지침을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7일 주요 쟁점 사안의 협의를 대부분 마쳤으며 이번주 각 은행에 지침을 전달하고 지점 창구에서 안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명계좌로 세금혜택 보면 불법
생계형저축과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치금에 한도가 있다.
두 상품 모두 60세 이상이면 각각 3000만원까지만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액 자산가 중 상당수는 아들이나 딸 등 가족 명의로 이 상품에 가입해 세금 혜택을 더 받았다.
오는 29일부터는 이렇게 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 생계형저축과 세금우대종합저축은 ‘가족 재테크’ 차원에서 가족 명의 추가 가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명거래는 금지하기로 했다.
새로 시행되는 개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련 법률’은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한 다른 사람 이름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5000만원) 때문에 예금의 안전성을 위해 가족 명의로 분산 가입하는 경우도 ‘선의의 차명거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따라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이 손해를 입은 사례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예금을 분산했다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진다면 이 역시 세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고 불법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예금 등의 명의를 분산해 이자 등 본인 이름으로 발생한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줄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돈을 부모가 본인 명의로 신규 예금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금을 분산한 덕에 세금 등에서 혜택을 봤을 경우다.
○차명계좌 돈은 명의인 소유
가족 등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본인의 돈을 예금하는 행위 자체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세금에 변화만 없다면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자식이 받은 세뱃돈을 부모가 관리 차원에서 본인 명의 통장에 넣었거나,
부모가 자신들의 돈을 향후 교육비 등 명목으로 자식 이름의 통장에 예금했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나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또 동창회나 종친회 등 단체의 회비를 총무가 본인 명의 계좌로 관리하는 것도 불법 차명거래로 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목적도 없고 세금에도 변화가 없다면 자신의 돈을 다른 사람 명의로 보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맡긴 돈은 원칙적으로 해당 계좌 명의자의 소유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질적인 소유자가 따로 있더라도 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에 맡긴 돈에 대해서는 실제 소유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있는 돈은 이번 법 시행 이후 계좌 명의자 소유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절세목적 가족명의 차명계좌도 불법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4000만원 초과’에서 ‘2000만원 초과’로 강화되면서 일부 자산가는 예금 명의를 분산하는 방법으로 금융소득을 줄여 과세 대상에서 빠졌다. 대부분은 자녀나 배우자 등 가족 명의를 이용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는 29일부터는 절세 목적의 차명거래가 불법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자산가들은 명의 분산 방법을 활용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할 수 없다. 당장 다음달까지 올해 발생한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낮춰야 내년에 종합과세 대상자에서 빠지는데, 절세 대안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자산가들로선 다급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차명계좌 활용이 불가능해진 만큼 증여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금융자산을 아들 딸 등 가족에게 증여하면 금융소득을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 증여재산 공제금액이 늘어난 점도 도움이 된다.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성년(만 19세 이상)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10년 누적)이 종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아졌다. 미성년 자녀는 기존 1500만원에서 올해부터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차명재산의 금액이 증여재산 공제금액보다 많지 않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증여를 통해 합법적으로 재산을 유지할 수 있다.
배우자에 대해선 6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기타 친족 증여 공제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어나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직계존속에 대한 증여도 공제금액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기존 차명재산이 증여 공제액보다 많다면 증여 때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 경우 증여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비교해 유리한 쪽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증여를 활용하면 금융자산을 자녀나 배우자 몫으로 떼주는 것인 만큼 이것이 싫으면 정정당당하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소득 발생 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금융소득을 줄이는 방법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한 해 발생한 금융소득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소득 발생 시기를 늦추거나 당겨서 한 해 발생하는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줄이면 된다.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연말까지 찾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 연내 중도 환매나 해지 등을 하면 된다.
다만 만기 후에도 돈을 찾지 않거나 만기 전 환매 또는 해지함으로써 손해 보는 이자와 세금 절약분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놔뒀다가 피해볼라"…거액자산가들 예금탈출 행렬

“본인 계좌에 돈을 넣어 두자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자식 계좌에 분산 예치하려니 불법 차명거래에다 증여세 문제 때문에아예 뭉칫돈을 빼가는 자산가가 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전한 요즘 자산가들의 분위기다. 연 1%대에 불과한 이자를 받으려고 예금하는 것보다는 골치 아픈 세금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액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액 예금 탈출은 이미 본격화됐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16조1910억원이었다. 지난 3월 말(17조1570억원)보다 9660억원 줄어든 규모다. 6개월 새 1조원 가까이 빠졌다.
그동안 거액 예금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엔 29일 시행을 앞둔 차명거래 원천금지 조치가 예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액 예금을 해봐야 이자나 세금 측면에서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예금에서 빠져나간 돈 가운데 일부는 배당주펀드 등 투자상품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금괴를 사두거나 은행 대여금고와 장롱 속에 보관하는 자산가도 늘고 있다는 게 PB들의 얘기다. 또 다른 은행 PB는 “거래 내역을 노출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며 돈을 빼놓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명거래를 원천금지하는 개정 금융실명거래법이 시행되면 예금 이탈 현상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지하로 숨는 자산가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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