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과경제

'공유형 모기지' 의 추락

호사도요 2014. 11. 17. 09:50

'공유형 모기지'

 

 

-부동산 살릴 야심작 '공유형 모기지'의 추락

- 집 살 사람은 접근도 못해

 

1%대 저금리 내세웠지만 부부 합산 소득 6000만원… 정부의 대출 요건 너무 엄격해
막상 필요한 40대 맞벌이는 이용 못해 "기준 1억대로 완화하면 부동산 숨통"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에 보증부 월셋집에 사는 조모(여·41)씨는 매달 월세로 60만원을 집주인에게 보낸다. 조씨는 "없는 살림에 아이들 학원비 내고, 월세를 집주인한테 보내고 나면 생활비가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를 낼 바에야 좀 무리하게 대출을 받더라도 집을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지난 8월 은행을 찾아 '공유형 모기지'〈키워드 참조〉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고소득자여서 공유형 모기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조씨가 연봉 3600만원, 인근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 연봉이 4200만원인데 합치면 가구 소득이 7800만원 정도다. 조씨는 "맞벌이하며 매일 버겁게 사는데 '고소득자'라고 하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며 "그렇다고 일반 주택대출을 받아 이자에 원금까지 감당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유형 모기지 판매금액 그래프

 

지난해 9월 처음 출시된 이후 무주택 주택수요층이 몰려들어 '광풍(狂風) 모기지'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공유형 모기지'의 대출 실적이 급격하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우리은행에 따르면 10월 공유형 모기지 대출 실적은 404억원(300건)으로 지난해 12월 본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이후 본사업을 시작한 이후 정부는 올해 말까지 2조원(1만5000건)의 실적을 목표로 잡았지만,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액은 9355억원(승인금액 기준·7122건)으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공유형 모기지도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마이너스 통장형 월세대출'에 이어 실패한 주택금융상품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공유형 모기지, 딱 필요한 상품이지만 주력 주택구입 수요층은 접근 불가

지난 9월 공유형 모기지 상품이 시범사업으로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1%대 초저금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터넷 접수 54분 만에 대출신청자가 5000명 몰려들었다. 정부도 "공유형 모기지가 장기침체된 주택시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당시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2014년 말까지 2조원(1만5000건) 규모의 공유형 모기지를 주택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공유형 모기지는 본사업 시작 첫 달인 12월 1966억원(1512건)이 판매된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고, 지난 4월 1250억원(970건)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주택금융상품인 공유형 모기지가 이처럼 실패작으로 막을 내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유형 모기지 상품 자체가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출신청 자격요건 제한이 너무 엄격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유형 모기지는 파격적인 저금리 상품이고, 투기적 요인도 배제돼 있어 주택금융상품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소득제한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구입을 전제로 한 것인데, 부부 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더 이상 수요 발굴이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구입 주력계층인 40대 부부가 중소기업을 다니며 맞벌이를 해도 연소득 7000만원이 넘어서는데 이들은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평균 소득이 5558만원으로 공유형 모기지 소득제한 기준에 육박하고, 대졸 이상 가구의 소득 평균은 6438만원으로 공유형 모기지 신청 기준을 아예 넘어선다. 반면 공유형 모기지의 지원대상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로 상대적으로 소득기준에 비해 훨씬 높게 책정돼 있다.


◇일시적으로 공유형 모기지 기준 완화하면, 전·월세난 해결에도 도움

정부에선 국민주택기금이라는 공적 기금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어서 공유형 모기지의 대출 지원 대상의 소득기준을 높이는 것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월세화가 진행돼 중산층까지 월세를 내느라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1년 정도 일시적으로 공유형 모기지의 소득기준을 1억원대 초반까지 완화하면 가계 부담을 일시적으로 덜 수도 있고, 내수 진작 효과도 있다”며 “또 3억~5억원대 전셋집에 사는 중산층을 주택시장의 매매 수요자로 끌어들이면 저소득층의 전·월세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우리 정부도 공유형 모기지 기준 완화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유형 모기지의 경우에도 이 제도를 처음 개발해 도입한 영국에서도 지원 대상 주택구입 가격 제한(11억원가량)이 있지만, 소득 제한은 없다.

KDI 조만 교수는 “선진국에선 정부가 저소득층의 주거비는 직접 지원하고, 중산층에 대해서는 주택 구입 관련 금융·세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취득세·재산세 등 주택 관련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전셋집에 머무르는 일부 중산층에게 공유형 모기지라는 ‘당근’을 제시해 주택 구매자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유형 모기지

주택을 구입한 후 가격이 변화해 발생하는 수익이나 손익을 주택기금과 집주인이 나누는 식의 정부 지원 대출. 수익이나 손익을 나눠주는 대신에 연 1~2%의 낮은 금리로 주택 가격의 40~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자료제공: 조선일보